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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배경 공진, 지금 난리 났네요

연예·스포츠

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10. 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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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배경 공진, 지금 난리 났네요

[현장취재] 드라마 인기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포항 청하시장

오마이뉴스(시민기자),  21.10.22 20:41l최종 업데이트 21.10.22 20:41l

홍성식(poet6)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가질 만했다. 경상북도 포항 외곽 조그만 전통시장에 5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눈에 익지 않은 낯선 광경이었다.

포항시 청하면 미남리에 자리한 청하시장은 1920년대부터 형성돼 과거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시내에 대형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수록 규모가 축소돼 지금은 5일마다 한 번 열리는 장날에만 예전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찾아오는 조그만 장터다.

그곳에 왜 이렇게 많은 20, 30대 여행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청하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펼치고 오징어를 구워 파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왔다.

"드라마 때문에 안 그렇나. 쉬는 날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

이전엔 양념한 돼지고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던 청하시장과 인근 월포해수욕장은 요즘 밀려드는 관광객들에 놀라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적한 시골마을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고 있는 것.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에 힘입어 촬영지인 청하시장 일대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다.

거길 찾아간 건 지난 18일 월요일. 휴일이 아님에도 가족과 커플 단위의 여행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푸드 트럭과 크고 작은 좌판들이 새로 생겨났고, 청하시장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 어렵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바쁘게 손길을 놀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낭만적 사랑'이 이뤄진 공간을 찾는 관광객들

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끈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새침한 깍쟁이 윤혜진(신민아 분)과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홍두식(김선호 분)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로맨스가 펼쳐졌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곳은 가상의 바닷가 마을인 청호시 공진동. 드라마 제작진은 포항 청하시장 일대를 공진동으로 설정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청하시장에 몇몇 세트가 만들어졌고, 인근 월포 바다와 인적 드문 한적한 어촌마을도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장이 됐다.

삶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던 혜진과 두식. 하지만, 잦아지는 만남 속에서 연애감정이 싹트고 결국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인이 된다는 드라마의 전개.

낭만적 사랑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게 따라가는 로맨틱 코미디라 할 수 있는 <갯마을 차차차>는 주연 배우들과 함께 김영옥, 조한철, 강형석 등 조연을 맡은 배우들까지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줘 시청률을 높였다.

공진반점, 보라슈퍼, 청호철물, 카페 '한낮엔 커피, 달밤엔 맥주' 등의 간판을 단 가게들은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청하시장에 만든 세트. 소박한 스타일로 소읍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그 공간은 포항을 찾은 여행자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연차 휴가를 내고 대전에서 왔다는 30대 연인은 포항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낮엔 커피, 달밤엔 맥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둘에게 물었다.

"포항 어때요?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 비결은 뭐였을까요?"
"현실에서라면 혜진과 두식의 사랑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죠. 순수한 사랑에 대한 긍정과 희망 같은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오다가 해변에도 들렀는데 포항 바다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오고 싶은 곳이네요."

 


 

 
여행자와 주민들, 서로 배려해 촬영지 인기 이어지길

한국의 시골이 대부분 그렇듯 젊은 세대를 보기 힘든 청하시장 주변. 그곳에서 오래 생활해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들려오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들에겐 아주 가끔 찾아가는 공간이 주민들에겐 일상을 영위하는 생활의 터전. 내부가 궁금하다고 건물의 문을 함부로 열어본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을 터. <갯마을 차차차>는 불륜이나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팬들이 찾아오고 있으니 이건 쓸데없는 기우(杞憂)이려나?
 

 
모처럼 찾아든 활기에 시끌벅적한 에너지로 넘쳐나는 청하시장을 나와 월포해수욕
장을 향했다. 승용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포항시청은 인기 높은 지역 관광지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월포 해변을 이렇게 소개한다.

"길이 900m, 폭 70m의 백사장에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 좋다. 월포방파제에선 낚시도 가능하다. 남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솔밭이 있어 삼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짙푸른 가을 바다 위로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비상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지는 파도와 하얀 포말. 이 역시 삭막한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낭만적인 장면이었다.

<갯마을 차차차>의 두 주인공 혜진과 두식의 애정이 깊어가는 공간으로 역할 한 월포 바닷가에도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날은 바람이 꽤 차가웠음에도 몇몇은 추위에 신경쓰지 않고 서핑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월포해수욕장은 파도타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쁜 카페가 적지 않은 월포 해변. 영화 같은 애틋한 연애를 꿈꾸는 연인들이라면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드라마 속 장면처럼 알콩달콩 밀어(蜜語)를 속삭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간이 넉넉하고 기차가 선물하는 낭만을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포항에서 동해선 기차를 타고 월포역까지 가보는 것을 권한다. 잠시잠깐이지만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역에서 해변까지는 그야말로 지척이다.

해변에 도착해서는 혜진처럼 신발을 벗고 한가롭게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두식처럼 머리칼을 적시며 서핑을 해봐도 근사하지 않을까?

갑갑한 현실 벗어나 드라마 속 로맨스 속으로...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정은 청하시장과 월포해수욕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선 두식이 멀리 푸른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배를 수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놀란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는 혜진의 얼굴도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포항 사방기념공원. 공원은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60~1970년대 사방사업(沙防事業·산, 강가, 바닷가 따위에서 토사가 유실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나무 등의 식물을 심는 사업)에 힘쓴 이들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도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 찍더라도 '엽서 같은 사진'을 만들어줄 풍경에 배가 놓인 언덕 위에 오른 연인과 가족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혜진의 드라마 속 직업은 치과 의사다. 그렇다면 두식과의 달콤한 로맨스가 만들어지기도 했던 혜진의 병원은 어디에 있을까. 이곳 역시 월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다. 청하면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청진3리 어민복지회관을 세트로 개조한 '윤치과'가 나타났다.

윤치과 앞에도 줄을 서서 자신의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젊은 여행자가 가득했다.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생선을 말리며 손자 또래의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멀어진 자신의 청춘을 추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둘러보고도 <갯마을 차차차>와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드라마의 또 다른 촬영지인 곤륜산과 구룡포 석병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하루쯤은 파도 소리가 잠을 깨우는 포항의 해변 숙소에서 묵어가면 어떨까.

이미 막을 내렸지만 <갯마을 차차차> 열풍은 아직 진행형이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드라마와 관련된 뉴스를 하루에 수십 건씩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조연배우가 이번 작품으로 주목받게 됐다는 등의 희소식도 있고, 주연 배우의 사생활에 얽힌 달갑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몇몇 팬들은 예상치 않게 들려온 비보(悲報)에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

역병의 시대.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드라마 속 빛나는 로맨스의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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