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2021. 04. 13 by 김선아 기자
보수신문·경제지 중심
정부안 두고 ‘과잉 규제’ 주장
부동산 업자 이해대변 급급
농업인 피해 우려는 기우
지난 3월2일 ‘LH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허술한 농지법 때문에 농지가 부동산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보도를 쏟아내던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이 막상 정부가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3.29대책)’과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 개정에 나서자 “주말농장 세금폭탄, 농지거래 절벽” 등을 거론, “과잉 규제”라며 딴지를 걸고 나섰다.
주말농장에 세금폭탄 날벼락?
정부는 3.29 대책에서 투기적 토지거래의 기대수익 축소를 위해 우선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 1월1일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1년 미만은 현행 50→70%, 2년 미만은 40→50%로 올라간다.
또 농지를 농업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업용지를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가산되는 중과세율을 10%p→20%p로 인상하고,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배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주말농장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주말농장용 농지를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는 4월 1일 <제2 LH 막겠다고 겹겹규제…농지 거래 끊겨 지역경제도 타격>, <LH 불똥, 이번엔 주말농장 세금폭탄>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잇달아 내고 “1억원에 취득한 토지를 2억원에 양도할 경우 지금은 양도세가 1207만원이지만, 내년부터는 4259만원으로 3.5배나 늘어난다”고 분석하고, “주말농장용 토지의 양도세 급증으로 토지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럴드경제는 <“15년된 주말농장 양도세 4배, 내가 투기꾼이냐”>라는 제목의 4월4일자 보도에서 “정부의 3.29 대책으로 주말농장용 농지를 보유한 타지역 토지보유자들이 ‘양도세 폭탄’을 맞아 패닉에 빠졌다”면서 “모든 땅 거래를 투기로, 국민을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도 <투기꾼 잡겠다고 또 세금인상…애꿎은 국민마저 양도세 늘어>라는 제목의 3월30일자 보도에서 “일부의 일탈을 잡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양도세 폭탄을 안겼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간 토지규제…땅 주인은 세금 무서워 못팔고 기업은 공장 지을 땅 못 구해>라는 제목의 4월9일자 보도에서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을 예로 들었다. 평택에 답과 임야 등 2000㎡를 상속받아 노후자금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받지 못해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고, 지금 같은 규제라면 농업인만 이 땅을 사들일 수 있어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정부 대책에 대해 “땅주인을 ‘투기꾼’으로 몰아 세금 폭탄을 부과한 화풀이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정상 과세에도 걸핏하면 세금폭탄…전형적 물타기 보도”
주말·체험농장용 농지는 사업용 토지서 제외 마땅
기존보다 양도세 올랐지만 수요 위축시킬 정도 아냐
부동산 업계와 이익 공유… 드러내 놓고 옹호는 못하지만
'세금폭탄' 자극적 언어 동원, 도시민에 부정적 인식 심어
◆농지거래 절벽, 고령농 피해?
=특히 이들 언론은 이번 대책으로 토지거래가 사실상 멈출 것이라며, 부동산 전문가를 동원해 취득규제 강화로 농지거래가 끊기면 농지가격이 폭락, 결국 은퇴를 앞둔 고령농업인이 피해를 보며, 농촌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연합뉴스는 <양도세 패닉에 빠진 부재지주들…경자유전 확립될까>라는 제목의 3월31일자 보도에서 “3.29 투기 근절대책으로 지가 상승을 노려 도시근교나 시골에 땅을 사두었던 부재지주들이 양도세 중과의 날벼락을 맞았다‘며 ”사지도 팔지도 못해 토지거래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3월31일자 <토지시장 LH 사태 불똥, 투기근절인가, 거래절벽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대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면서 특히 “매수자 대다수가 외지인인 지방의 반발이 거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곳 노인들은 논밭 팔아서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아파트도 얻어주는데, 거래가 끊기면 땅값은 폭락할 수밖에 없어 농민들 다 죽는다.”(경남 밀양 공인중개사무소 정 모 씨), “농지 취득이 어려워지고 양도세가 올라가면 논밭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농촌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전북 완주 공인중개사무소 김모 씨)는 주장들이 소개됐다.
매일경제는 4월4일자 ‘LH발 투기대책 토지 거래 막히나’라는 보도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토지 거래가 사실상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모든 토지거래에 대해 일괄적으로 투기대책을 적용하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토지 거래가 급감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위에서 언급한 조선일보 4월9일자 보도에서 모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농지 취득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면서 농촌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더 이상 활동을 못하는 농업인들이 은퇴하면서 농지를 팔아 이를 노후 및 생활자금으로 쓰는데, 농지 취득에 관한 새 규제가 생기면서 이들의 토지 처분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농사지을 인구 줄어드는데…LH 사태에 오래된 농지법 개편 주장도 고개>라는 제목의 3월29일자 보도에서 “현 농지법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는데 옛 원칙을 근거로 규제만 더 강화하는 것은 자충수”라고 지적하고, 한 부동산 전문가의 주장을 인용해 “농지 거래를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할 경우 육체적으로 농업활동이 어려운 고령 농민의 안정적 노후 생활을 위한 퇴로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자 이해 대변에 급급
=이러한 언론의 지적에 대해 김정희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이번 LH 사태를 통해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 허용이 투기적 농지 소유의 경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주말농장용은 농지 본연의 사업적 목적과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한 것은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금폭탄 지적과 관련해서도 김 국장은 “기존보다 양도세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양도차익에 대한 정상적인 과세라고 생각한다”면서 “단기에 사서 팔기 위한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실제 주말체험 영농이 목적이라면 꼭 농지를 취득 하지 않아도 임대라든지 여러 가지 경로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인해 실질적인 주말체험객들의 수요를 위축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지 취득 심사 강화로 인한 거래 절벽이나 농업인 피해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김 국장은 “농지취득 심사 강화는 투기목적 취득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취득 농지라든지, 도시민인데 농지를 최초로 취득하겠다는 사람들, 또 농업법인이 취득하는 농지 등에 대해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 전체 농지거래 건수의 약 30% 남짓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김 국장은 “재촌 농업인이 추가로 취득하는 농지는 아무 제약이 없고 지금과 똑같다”면서 “이번 대책이 전체 농지시장을 위축시킬 정도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며 오히려 농민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농지 거래가 활성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의 임영환 변호사는 “취미활동 및 여가생활을 목적으로 한 주말농장용 농지는 애초에 사업용 토지가 되어선 안되는 거였다”면서 양도세 강화는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애초에 주말영농을 목적으로 토지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 개정 자체가 문제였던 만큼 차제에 예외조항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농지거래 절벽으로 인한 농업인 피해를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임 변호사는 “투기 세력에 의해 농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지적하고, “부동산 업계와 이익을 같이 하는 일부 언론들이 불법 투기를 직접적으로 옹호하지는 못하니까, 정상적 과세에 대해서도 ‘세금 폭탄’이라는 자극적 언어를 사용, 주말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면서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고 진단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가계부채 대책 발표 임박..전세대출 'DSR·분할상환' 적용 유력 (0) | 2021.10.11 |
---|---|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르면 이달부터 인하..9억주택 810만→450만원 (0) | 2021.10.11 |
"무리해서 집 살 때 아니다"…전문가들이 '영끌' 말리는 이유 (0) | 2021.09.23 |
45% 폭등했던 세종시 집값, 4달 연속 하락.. 버블 붕괴 전조? (0) | 2021.09.21 |
"더 센 하락기 온다, 이런 아파트 가졌다면 특히 조심하세요" (0) | 202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