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연일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과 '4차 남북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대북 제재 완화를 비롯해 실리를 취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인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김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부분에 주목한다. 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꺼낸 정상회담 의제를 며칠만에 되받아서다.
김 부부장의 이틀 연속 담화는 앞으로 남북 간 대화가 다시 물꼬를 튼다면 2018년 비핵화 협상 국면처럼 산적한 남북 현안들이 모두 해결될 만한 '신호'로도 평가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이어 김 부부장의 담화가 연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북한이 철도미사일 기동연대를 조직한 뒤 검열사격훈련을 통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은 동해 800킬로미터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9.16. *재판매 및 DB 금지 |
하지만 직전까지 문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정부를 향해 독설을 했던 김 부부장이 남북 간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게 결국 북한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올해 1월 북한 열병식을 추적한 한국군을 향해 "특등 머저리"라고 비난했다. 3월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한국 당국자들을 "태생적인 바보", "떼떼(말을 더듬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라고 했고, 같은 달 말엔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축사를 문제 삼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조롱했다.
코로나19로 접경 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긴급하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문제와 방역문제 등 북한 내부 상황이 총체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태세를 전환했다는 얘기다.
또 북한이 실리적인 판단에 따라 태도를 바꿨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달리 현행 정전협정 체제를 깨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이벤트다. 이 때문에 북한은 종전선언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이를 통한 한미동맹 이완을 주장할 수 있다.
아울러 연이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은 키우면서도 자신들의 조건도 '아주 구체적으로' 관철돼야 한다는 것을 적극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며 김정은 당 총비서의 입장과 '분리'해 또다른 대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여러 얘기를 했지만 결국 최종 정책결정자인 김 총비서의 입장과 분리를 했다"며 "우리쪽에서 이번 담화를 희망적 메시지로만 해석하지 말라고 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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