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1. 08. 05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의미의 의미를 찾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의미는 무엇인가? 의미는 사건의 연결이다. 부름에 응답이 있으면 연결된다. 파종에 수확이 있으면 연결된다. 쏘아서 과녁에 맞추면 연결된다. 노래를 불러서 앵콜이 돌아오면 연결된다. 의미는 사건이 다음 단계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불렀는데 대답하지 않으면 허무다. 프로포즈 했는데 거절당하면 허무다. 종자를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으면 허무다. 화살을 쏘았는데 맞지 않으면 허무다. 의미에는 방향성이 있다. A에서 격발된 사건이 B에서 끝나지 않고, C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것이 방향성이다. B로 갔다가 다시 A로 되돌아와도 안 되고, B에 머물러 있어도 안 된다. 부메랑은 제 자리로 돌아온다. 허무하다. 쏜 화살이 그냥 날아가 버리면 허무하다. 뭔가 치고나가는게 보여야 한다.
수확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그것으로 요리하는게 의미다. 프로포즈를 수락하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고 함께 데이트를 하는게 의미다. 의미에는 방향성이 있고 권력이 있다. 그것이 의미의 의미다. 의미는 순방향으로만 작동한다. 역방향은 배반이다. 하나의 변화가 또다른 변화를 부르는 것이며 두 번째 변화는 첫 번째 변화가 정해준 범위 안에서만 작동하는게 방향성이다. 첫 번째 변화가 두 번째 변화의 방향을 정해주는게 권력이다.
농부가 밀을 심으면 요리사는 빵을 요리한다. 농부가 벼를 심으면 요리사는 밥을 짓는다. 농부가 요리사의 메뉴를 제한한다. 농부가 콩을 심었는데 요리사가 팥을 요리할 수는 없다. 농부에게 권력이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이유는 전율함이 있기 때문이다. 전율하는 이유는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성과가 맞아떨어질 때 인간은 전율한다. 궁수가 사슴을 쏠 때는 사슴요리를 기대한다. 사슴을 쏘았는데 맞지 않아서 쥐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처참하다. 그건 의미가 없는 경우다. 예상과 맞아떨어지므로 다음을 계획하는게 의미다. 의미의 연결고리 안에서 권력이 작동하므로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사건의 격발과 그에 따른 성과와 그 둘 사이의 방향성과 그에 따른 권력의 통제가능성과 그 전개가 예상과 맞아떨어진데 따른 전율함을 우리는 의미라고 부른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사건을 매조지고 또다른 사건을 계획한다.
사건을 꾸미는 인간의 뇌 속에는 도마가 펼쳐진다. 의사결정은 도마에 생선을 올려놓고 칼로 내리치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한 페이지 안에 담겨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그림 안에 들어온다. 도마가 없으면 지능이 없다. 단순한 조건반사다. 도마가 없으면 동시에 공존하지 못하고 시간순서대로 쫓겨가는 것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부분의 합에 없고 전체에 있는 것이 플러스 알파다. 그것은 구조다. 그것은 방향성과 기세와 권력이다. 구조가 사건을 연결한다. 사건을 이어주는 접착제 같은 것이 반드시 있다. 관성력이다. 이윤이다. 질서가 탄생한다.
사건은 기세를 유지하는 형태로 연결되어야 한다. 방향성을 헷갈리고 질서가 어긋나면 기세가 죽는다. 불씨는 꺼져버린다. 돌아가던 팽이는 쓰러진다. 쏜 화살은 오발된다. 머리에는 꼬리가 연결되고 기관차에는 객차가 연결되고 원인에는 결과가 연결된다. 연결에는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다.
인생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이겨야 사건이 연결된다. 지면 끊어진다. 게임은 무산되고 길은 막혀버린다. 인생의 의미는 환경과의 싸움을 이겨서 사건을 부단히 연결하는 데 있다. 자연환경을 이기는 것은 산업이다. 사회환경을 이기는 것은 진보다. 내면환경을 이기는 것은 깨달음이다.
이성으로 본능을 이기는 것이 자신을 이기는 것이고, 진보로 보수를 이기는 것이 사회를 이기는 것이고, 과학으로 물질을 이기는 것이 자연을 이기는 것이다. 물질을 부정하고 정신을 강조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우리는 물질도 이기고 사회도 이기고 정신에서도 이겨야 한다. 이겨서 연결하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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