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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지면 글로벌 대박"..대기업도 돈 싸들고 줄섰다

◆투자노트

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8. 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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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지면 글로벌 대박"..대기업도 돈 싸들고 줄섰다

한경닷컴 김주완/선한결/구민기/김종우 입력 2021. 08. 02. 17:42 수정 2021. 08. 03. 01:36 

 

 

K스타트업 퀀텀 점프..글로벌 대박신화에 몰리는 돈
사람·기술만 보고 투자..2016년 1587억→올 상반기 1조
현대차·네이버·KT "신생 벤처기업서 신성장 동력 찾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직원들이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회의하고 있다. 리벨리온 제공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싹만 보고 몰린 초기 투자금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앞세운 전문인력이 스타트업계에 몰리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다.

2일 스타트업 투자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시리즈A에서 유치한 투자금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498억원에 달했다. 2016년 상반기 1587억원에서 5년 새 여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시리즈A는 인력의 질과 사업 아이템 정도만 따지는 초기 단계의 투자다.

 

시리즈A 투자를 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2016년 상반기 75개에서 올 상반기 192개로 2.6배로 늘었다. 평균 투자액도 많아졌다. 시리즈A 평균 투자액은 같은 기간 21억원에서 55억원으로 2.6배로 증가했다.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돼 200억~300억원을 투자받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벤처캐피털(VC), 기관이 아닌 개인의 스타트업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 다수가 모여 스타트업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조합의 규모가 올 1분기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신성장 동력을 스타트업에서 찾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대기업은 각각 자율주행차, 전자상거래 신규 사업을 스타트업에 사실상 맡겼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 신세계 등은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를 통해 신사업을 함께할 스타트업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스타트업 투자 약정액은 1조4561억원에 이른다. 스타트업 투자가 늘면서 창업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만 30세 미만 창업기업(개인 기준)은 5만9000개로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창업기업이 1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정보기술(IT) 환경이 뛰어나 서비스 발전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게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창업멤버만 보고 200억 베팅…'제2 배민·토스' 찾는 투자금 6.7兆

 

지난해 9월 설립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2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제품 및 서비스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카카오벤처스, 신한캐피탈, 서울대 기술지주, KCA 파트너스 등은 리벨리온 창업 멤버들의 이력과 기술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리벨리온은 IBM, 인텔,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AR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출신이 모인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계에 인재와 돈이 몰리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에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성장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매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지면서 본격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즈A일 뿐인데’ 수백억원 투자

 

각종 AI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지난 6월과 5월 시리즈A 단계에서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화상 영어교육 플랫폼 링글을 운영하는 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시리즈A 단계에서 각각 200억원을 투자받았다.

 

배달 앱 1위 서비스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이 2012년 시리즈A로 20억원을 투자받은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이마저도 당시 업계에서 화제가 될 만큼의 거액이었다. 최근에는 이 정도 자금을 초기 단계에서 유치한 스타트업은 수두룩하다. 올해 들어서는 시리즈A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부쩍 늘었다. 블록체인 기업 람다256(170억원), ‘사장님 세무회계 서비스’ 더체크(102억원), AI 영어학습 앱 이팝소프트(100억원)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올해 들어 100억원 이상의 시리즈A 투자금을 확보했다.

 

연쇄창업자 증가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속도를 높였다.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를 줄였다는 것이다.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 4세대 암호인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 디사일로의 이승명 대표, AI 음성인식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 모두 연쇄창업자다. 최근 스타트업은 사업성도 남다르다. 신규 시장을 발굴해 창업 초기부터 의미있는 실적을 내는 사례가 많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더체크 서비스 이용자는 출시 11개월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최초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단체) 프라이머를 설립한 권도균 대표는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이 크게 성공하면서 스타트업도 인력과 아이템 등이 좋으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퍼졌다”며 “국내 인구 밀도가 높아 스타트업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유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콘 성공 사례가 선순환 이끌어

 

기존 유망 스타트업의 몸값이 크게 오른 것도 초기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융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4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74억달러(약 8조3916억원)로 불었다. 3년 전(10억달러)의 약 일곱 배로 급증했다. VC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 유통기업보다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최근 훨씬 높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에 초기 자금으로 3억원을 투자했던 VC 본엔젤스는 1000배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신규 투자 약정금액은 6조6664억원에 달했다. 5년 전 2조675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된 정부 투자가 스타트업 판을 전체적으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트업 지원 민간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업계 종사자,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 전반에 대한 평가 점수(100점 만점)는 2016년 55점에서 지난해 71.3점으로 높아졌다.

 

김주완/선한결/김종우/구민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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