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입력 2021. 05. 10. 13:36
껑충 오른 물가에 미국인 허리띠 졸라매
버핏도 "경제 달아올라"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던 미국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 징후가 감지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과일, 채소, 가공육 등 식료품까지 최근 전반적인 미국의 소비재 물가가 일 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일례로 마트에서 유통되는 사과 가격은 올해 들어 10∼20%가량 상승했고, 바나나와 잎채소 등도 판매가가 뛰었다. 식물성 기름이나 이를 사용한 드레싱류도 값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신생아 기저귀와 여성용품 등 생활필수품도 가격이 올랐다.
당장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체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소비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선 식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식품으로 대체하거나 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휘발유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페이백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고 한다.
덴버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는 케이틀린 빈슨은 최근 신선한 과일 대신 냉동 과일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존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싸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희생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네슈빌에 거주하는 작곡가 케니스 플릿우드는 “가장 저렴한 제품을 사기 위해 세제 등은 이름없는 저가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멕시칸 음식점인 치폴레가 4월부터 배달 음식 가격을 4% 인상한 것을 비롯해 요식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기름과 곡물 등 원자재가격과 물류, 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발생한 일부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하면서, 상대적 회복기인 현재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리는 측면도 있다.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소비자 물가는 2.6% 상승했다. 이는 2018년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일각에선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려고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에 따른 경기 과열 경고가 이미 제기된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 서밋’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서둘러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워 담긴 했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1일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경제가 달아오르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물가 상승 가능성을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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