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홍범 입력 2021. 05. 03. 16:16 수정 2021. 05. 03. 16:23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을 해제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미국 정부가 호응하는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론 클레인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양측은 코로나19 백신을 더 넓은 지역에서 분배하고, 면허를 허가하고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받는 데 장벽이 없도록 제약사가 전 세계에 대규모 백신을 원가에 공급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3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재권 논의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나온 발언은 미국의 세계 백신 원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재권 해제에는 난색을 보였던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우선시하면서도, 외국의 감염 상황이 계속 나쁘면 결국 미국에도 위험이 될 것임을 아는 당국자들에게 백신 지재권은 어려운 이슈”라며 “백악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일일 최대 90만명에 달하자 미국은 안팎 모두에서 지재권 해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재권의 한시적 면제를 직접 요청했다.
버니 샌더스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 10명도 최근 지재권 포기를 요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 보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백신이 필요한 가난한 국가들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약회사들이 지재권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간 지재권 면제 논의를 놓고 백신 제약사들은 “지재권 해제는 추후 코로나19와 비슷한 상황이 생겨도 아무도 나서지 않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 일부 당국자도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에 지적 재산을 넘겨주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세계 약 100개국이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하고 있다.
2011년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국가 부주석. [AFP=연합뉴스]
이번 주 자국 백신 2종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도 지재권 해제 공방에 가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5일 “미국은 인도와 남아공이 지난해 10월 WTO에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지재권 적용을 일시 면제해 달라고 했던 요청도 무시했다”며 “미국은 본인들이 도덕적 리더라고 자부하지만 실제로 기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자국 우선 방역을 진행하는 사이 개발도상국에 자국 백신을 배포해온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분석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자국민 우선 접종에 주력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을 해외에 공급해 개도국에서 입지가 강화됐다”며 “서구가 백신 외교에서 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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