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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가 간과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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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3.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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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가 간과한 3가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입력 2021. 03. 27. 09:00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만에 방송 취소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여론 악화나 출연진이 연루된 각종 사건, 사고 등으로 드라마가 조기종영한 사례는 있었어도, 시청자의 비판여론 때문에 방송 자체가 2회만에 전격 폐지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판타지 사극이라지만 역사적 사실마저 무시하는 자극적 설정이 시청자들의 분노 게이지를 자극한 것이다.

 

① 역사왜곡

 

결국 드라마 폐지로까지 이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판타지여도 역사 자체를 과도하게 왜곡했다는 점이다.

 

앞서 22일 첫방송된 '조선구마사'에서는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기생집에서 구마사제를 접대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런데 묘사된 기생집의 인테리어와 등불이 중국풍이었던데다 술상에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 중국식 만두 등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최근 중국이 김치나 한복 등을 자신들의 문화라 주장하는 이른바 '동북공정'으로 역사왜곡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 측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태종이 태조 이성계의 환시를 보고 무고한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장면 역시 실제로는 백성들에 관대했던 태종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충녕대군이 "6대조인 목조(이성계의 고조부)께서도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를 하셨던 분이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라고 말하는 대사도 한글창제 후 선대왕을 기린 용비어천가를 만든 세종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설정이다.

 

급기야 누리꾼들은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고 기업들은 줄줄이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출연한 배우들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조선구마사' 측은 한 주간 휴방을 결정했으나 광고주나 협찬기관들마저 모조리 등을 돌림에 따라 향후 촬영이 어려워져 결국 폐지로 귀결됐다.

 

② 방송사의 과욕

 

조선구마사에 등장한 월병/사진=조선구마사 화면캡처


방송가에서는 콘텐츠 유통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제작사들이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가볍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부상으로 궁지에 몰린 지상파 방송사가 자극적 소재로 시청률 제고에 나섰다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지상파 3사가 외주 제작만 하고 정통 대하사극에 투자할 의지와 자금이 없으니 이런 말도 안되는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그래도 역사적 사실 고증이 잘 된 고품질 사극이 있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판타지 사극을 만드니까 이런 사달이 났다"고 비판했다.

 

이번 방영중단 사태가 향후 방송, 콘텐츠 업계에 미칠 후폭풍도 상당해 보인다. 당장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 시장에 콘텐츠를 재판매하거나 자본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조심스러워 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방영이후 중국시장 재판매를 염두에 두기 때문인데 제작과정에서 중국 시청자들을 의식한 소재나 각종 문화코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이번 사태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업계에서는 제작비 충당을 위해 중국 쪽 투자나 판매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해야 하는 여러 선택들이 향후 굉장히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 커진 시청자의 힘

 

이례적으로 방영 폐지까지 이르게 된 것은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방송 콘텐츠에 문제가 있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거나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직접 해당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거나 광고하는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역사왜곡 드라마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버렸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접수해서 정상적인 절차를 몇달씩 기다리는 게 아니라, 광고를 끊어서 1차적으로 타격을 주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적극적으로 가해야 한다. 다음에도 이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들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항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잘못된 게 있다고 느끼면 '할말은 하는' MZ세대의 부상에 따라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들도 시청자들의 요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게 됐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이의 제기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광고기업이나 출연진의 이미지 하락, 콘텐츠 보이콧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때까지 드라마가 마무리 지어지지 않고 바로 폐지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근본적으로 마치 소비자 운동처럼 벌어지면서 광고주나 협찬사들이 '손절'하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방송을 이어가는 게 손실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구마사가 어떤 면에선 앞으로 벌어질 중국과의 글로벌 콘텐츠 시장 안에서 맞이할 문제적 상황들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아니 이게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g'조선구마사를 넷플릭스에 올려달라'는 한 해외 팬의 청원. 수천명이 서명한 상태다. /사진=change.or

 

일각에서는 조선구마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나온다.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판타지는 판타지로 보고 말지, 뭔 역사 타령"이냐며 "'국뽕'들이 난리가 났다"고 발언해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카이스트 이병태 경영공학부 교수 역시 "과잉반응이야말로 이미 동북공정이 성공하고 있다는 방증인지 모른다. 종족주의적 어리석은 애국심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해외 팬들은 '방송 폐지'에 불만을 품고 "조선구마사를 넷플릭스에 올려달라"는 청원도 올렸다. 지난 26일 글로벌 청원사이트 'change.org'에 올라온 청원에는 "우리는 조선구마사가 부당하게 폐지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 같은) 합리적인 플랫폼에 있었다면 성공을 거뒀을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이 같은 황당한 청원에 한국 누리꾼들도 반박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이 청원은 한국과 한국의 역사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시작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고의적으로 한국사를 왜곡했고 방송사와 제작사도 이미 사과했다"며 "배우의 팬들로 보이는 무지한 사람들이 이 무례한 청원을 올렸다. 당장 멈춰라"는 글을 올렸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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