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황재성기자|입력2021.02.09 11:41|수정2021.02.09 14:18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수술 작업에 나섰다. 최근 집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과도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에 대한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수수료율 개편과 계약 파기자에 대한 수수료 전액 부담 원칙 등을 담은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늦어도 7월까지는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1984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수료에 대한 개편 작업은 200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특히 2015년은 상한 거래금액(매매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는 미조정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에 전반적인 수수료율 개편이 이뤄진다면 20년만의 대수술이 될 가능성이 커,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중개수수료 부담 줄어들 듯
권익위는 국토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개선안은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와 일반 국민 85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마련된 것이다.
개선안의 핵심은 △중개수수료율 체계 개선 △법정 중개서비스 외 부가서비스 명문화 △분쟁 발생 최소화 및 중개의뢰인 보호 장치 마련 △주거 취약계층 대상 지방자치단체 역할 강화다.
권익위는 가장 민감한 요율체계 개선안과 관련해선 4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기대됐던 ‘반값 수수료’와 같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1안은 현재 5단계로 돼 있는 거래금액 구간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 방식 고정요율로 하는 방안이다. 최근 서울의 경우 10억 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가 크게 늘어난 상황을 반영해 9억 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한 세분화가 눈에 띈다.
매매의 경우 6억 원 미만은 0.5%, 6억 원 이상~9억 원 이하 0.6%로 통합했다. 이후 9억 원 초과는 세부적으로 5단계로 나누되 금액이 커질수록 요율이 작아지도록 했다.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는 0.7% △12억 원 초과~18억 원 이하는 0.4% △18억 원 초과~24억 원 이하는 0.3% △24억 원 초과~30억 원 미만은 0.2% △30억 원 초과는 0.1%를 적용하는 식이다.
1안을 실제로 적용해보면 10억 원 아파트 매매시 현재 최대 900만 원인 중개 수수료는 550만 원으로 39% 줄어든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 6억5000만 원인 아파트의 중개 수수료는 현재 최대 520만 원에서 235만 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2안은 1안과 동일하게 구간별 누진방식 고정요율을 적용하되, 고가주택 거래구간에서는 공인중개사와 거래당사자가 협의를 통해 중개 보수를 정하도록 했다. 즉 매매는 12억 원 초과, 임대는 9억 원 초과일 때 협의해서 수수료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개선방안에 대한 국민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3안은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요율제 또는 단일정액제를 적용하는 것이며, 4안은 매매·임대 구분 없이 0.3~0.9% 요율의 범위에서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과 협의하여 중개보수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 늦어도 7월까지는 개선안 만든다
중개수수료 개편 이외에도 다양한 권고안이 제시됐다.
권익위는 우선 공인중개사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와 이에 대한 수수료 책정 근거를 명문화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건물관리 대행이나 부동산 상담 및 컨설팅, 도배·이사업체 소개 등 알선 서비스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인중개사가 중개물을 소개·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실제 계약까지 체결하지 못한 경우에도 알선횟수 등을 고려해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계약이 파기됐을 때 지금까지는 중개인 모두가 중개보수를 지급해 왔지만 앞으로는 파기 원인 제공자가 중개보수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원칙도 생긴다.
권익위는 또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확인 관련 규정도 신설하라고 했다. 일반과세 또는 간이과세자 여부에 대한 설명 없이 중개보수 외 부가세 10%를 요구하고, 나중에 부가세 면제 대상자임이 확인돼도 환불받을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저소득층과 청년, 신혼부부 중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임차인에 한해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중개보수를 면제받거나 감경하는 방안도 마련토록 제안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권익위 권고안에다 객관적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실태조사, 국민서비스 만족도 조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해관계자 소통을 위한 ‘(가칭)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TF’를 이달 말 구성하고, 늦어도 6, 7월 중에는 최종 개선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20년 만의 중개수수료 대수술, 성공할까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1984년 5월 도입된 이후 200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조정이 이뤄졌다.
최초 부동산 중개수수료 및 한도액 규정은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된 1983년 12월 30일 도입됐고, 이듬해인 1984년 5월 3일부터 시행됐다. 당시에는 거래금액 구간을 9단계로 구분한 뒤, 각 구간마다 상한요율과 한도액(최고 300만 원)을 설정해 적용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17년만인 2001년 1월 5일 대대적인 조정을 겪는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적정 보수 보장과 중개의뢰인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거래금액 구간은 9단계에서 5단계로 줄어들고, 법정 최고요율이 대폭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상한요율(매매 기준)이 8억 원 이상인 때 0.15%를 적용하고 30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6억 원 이상으로 낮춰지고, 요율은 0.9%로 크게 올랐다.
또 2억 원 이상 거래구간부터 한도액을 폐지해, 거래금액이 클수록 공인중개사에게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되는 현재와 같은 구조로 바뀌었다.
2015년 4월 14일 다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시장 상황 반영해 부분적인 조정이 이뤄졌다. 이때에는 상한 거래금액(매매가 기준)을 6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으로 높이고, 6억 원 이상~9억 원 미만 금액 구간(수수료율 0.5%)을 추가하는 미조정 수준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권익위 권고대로 수수료율 개편이 이뤄진다면 2001년 수준의 ‘대수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현실을 반영하되,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행 수수료율 체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지난해 11월에 열린 ‘주택의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정책제안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값(중위가격 가준)은 2010년 4억 9072만 원에서 2019년엔 2배 가까운 8억 7272만 원으로 치솟은 상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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