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35세’ KBO리그 정년 단축이 가져온 충격파
스포츠경향 스포츠경향기사입력 2020.11.09. 오후 05:25 최종수정 2020.11.09. 오후 05:26 기사원문
[스포츠경향]
1985년생 만 35세로 올시즌을 마치고 방출된 한화 출신 이용규(왼쪽), SK 출신 윤석민. 연합뉴스
최근 KIA 2군의 감독격인 총괄코치에 오른 이범호는 2016년 만 35세 나이에 데뷔 첫 시즌 100타점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부단한 자기관리로 충분히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물리적인 나이가 올시즌 KBO 리그의 스토브리그에서는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35세는 예년까지는 팀에서 주전 또는 백업으로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 여겨져 왔다. 구단에서도 팀에 중심을 잡는 고참의 역할을 이들에게 부여하며 FA(자유계약선수) 기한이 올 때까지 1년 또는 2년의 단기계약으로 이들의 선수생활을 연장해줬다.
올해는 달라졌다. 35세를 ‘에이징 커브’로 보는 시각이 확고해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의 한 구단은 3년 후, 5년 후 35세가 되는 주전선수들의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3X5 플랜’을 수립하고 가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의 기량이 저무는 연령을 35세로 보고 몇 년 전부터 관련 포지션의 다음을 기약하는 일이다.
가을야구에 실패했거나 탈락한 팀들은 선수단 정리가 시작됐다. 지난 7일 LG와 KIA가 방출선수를 발표했다. LG는 여건욱, 문광은, 백청훈 등 투수와 박지규, 최재원 등 내야수, 외야수 전민수 등 11명이 포함됐고, KIA 역시 임기준, 박서준 등 투수와 유재신, 고장혁 등 야수 총 11명이 포함됐다. 포스트시즌에 한창인 두산도 지난 8일 13명의 방출선수를 발표했다. 최하위 한화의 경우는 17명에 이를 정도로 그 폭이 크다.
관심을 모으는 것이 주전급 선수들의 방출이다. 한화의 주장으로 올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던 이용규(35)를 시작으로 한화 송광민(37), SK의 채태인(38), KIA의 김주찬(39) 등이 방출됐다. 이중에서도 특히 올해 만으로 35세, 36세가 된 이들의 방출이 많았다. SK 윤석민(35)을 비롯해 한화는 윤규진(36), 안영명(36), 김회성(35), 최진행(35) 등 1984년, 1985년생 주전급 4명을 한꺼번에 방출해 충격을 줬다.
1985년생 만 35세로 올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방출되는 한화 출신 김회성(왼쪽)과 최진행. 연합뉴스·스포츠경향DB
실제 선수들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역시 35세, 36세가 되는 즈음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다.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은 35세에서 36세로 넘어가던 2018년 WAR이 전해 2.56에서 0.47로 떨어졌고, 역시 은퇴를 선언한 정근우도 2018년 WAR이 1.64로 그 전해 3.08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KIA에서 방출된 김주찬 역시 36세가 되던 시즌 2017년에 WAR이 2.35로 그 전해 4.12보다 하락했다. 롯데 이대호나 KIA 최형우처럼 이 그래프가 무색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한화 정민철 단장은 35세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이용규 선수의 방출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이로 커트라인을 정해서 정리한 것은 아니”라면서 “포지션 중복이나 기량정체의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내년 본격적으로 불거질 재정문제도 35세 현역들의 입지를 좁힌다. 올시즌 관중입장으로 인한 수익은 45억2048만3900원에 그쳤다. 지난해 수입 858억3531만2059원에 비하면 20분의1 수준이다. 구단들은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선수단의 정리로 이어졌다.
정민철 단장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아예 없다고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고, SK의 손차훈 전 단장 역시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우리 팀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지만, 타구단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35세’는 현역들이 대비하고 긴장해야 하는 새로운 연령대가 되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진행 중인 KT, NC에 키움도 합류할 경우 위기의 35세 숫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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