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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유동성, 왜 미국은 주식-한국은 부동산으로 가냐면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20. 7. 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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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유동성, 왜 미국은 주식-한국은 부동산으로 가냐면

오마이뉴스, 이성영 입력 2020.07.30. 15:45 수정 2020.07.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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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김현미 장관이 탓한 유동성 문제, 해결방법 있다

 
▲ 발언대에 선 김현미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 세계적인 최저금리 기조 속에 유동성이 커진 탓에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장으로 치면 미국이 단연 탑인데 왜 미국은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한국은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까? 청와대와 김현미 장관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 고민한다면, 난마처럼 얽힌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의 10개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은 53% 상승한 반면, 주식 시장(다우 존스 지수)은 200% 이상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지난 10년 간 코스피 2000 수준의 박스권을 유지한 반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한국감정원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 지수)은 64% 상승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쏠렸고, 한국은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영향이 크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주택이 주식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한국은 아파트가 주식보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넘치는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꼭지를 꽉 잠궜고, 한국은 누수가 심하기 때문이다.

 

1% 넘는 보유세의 작동 방식

 
▲ 정부, 다주택자 겨냥한 부동산 대책 발표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과세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미국에서 주택은 투자수익률이 낮고 주식은 높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유동성이 흐른다. 미국의 주택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보유세다. 보유세로 매해 집값의 1~3%를 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기에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너무 나쁘다. 그래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투자용으로 집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주택을 투자용으로 사는 사람들도 오래된 집을 수리해 건물 가치를 높여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지, 한국처럼 무작정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수중에 돈이 넘치더라도 보유세로 인한 보유비용 부담이 크면 부동산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보유세는 자기 소득수준에 적절한 주택을 선택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최적의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

 

한국은 반대로 부동산 보유 부담이 너무 가볍다.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들이 움찔할 수준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올렸지만, 정권에 따라 부동산정책이 바뀌는 경험을 했기에 다주택자들도 아직은 관망하며 지켜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종부세는 인별 합산, 장기보유 특별공제, 고령자 공제 등 요리조리 피할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기에 집을 4~5채 이상 가지고 있는 개인이 아니고서는 그리 겁을 내지 않는다.

 

주택 보유 부담을 미국과 비교해보자. 미국의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1%이며, 미국의 경제수도 뉴욕시의 평균 재산세율은 약 1.8%이다. 뉴욕시에서 10억 원 주택을 한 채 가지고 있다면 매년 18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서울 강남에 시가 10억 원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종합부동산세는 면제, 재산세는 180여만 원 내는 수준이다. 보유세가 미국의 1/10 수준이다. 이렇듯 보유세 부담의 차이는 시중에 넘치는 돈이 한국은 부동산으로 쏠리고 미국은 그렇지 않은 핵심요인이다.

 

일자리와 교육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는 일을 하고 자녀를 키워야 할 청장년층이 많이 살아야 하지만, 높은 집값과 낮은 보유세 부담은 먼저 주택자산을 형성한 노년층이 도심에 머물러 있고 후발주자인 청년층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인구분포를 만든다. 한창 일해야 할 청장년은 높은 집값으로 외곽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해야 하고, 일자리가 몰려있는 도심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은 인구분포로는 도시 경쟁력, 국가 경쟁력이 좋아지긴 어렵다.

 

아울러 미국은 보유세를 세율 조정을 통해 집값을 잡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화와 지대 추구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수시로 세율을 조정하며 집값을 잡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꽉 조인 대출

 
2019년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초대형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27,000선을 돌파했다.
ⓒ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넘치는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중에 돈이 넘치더라도 주택 시장으로 흘러가는 길을 잘 막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한국이 비교적 잘 막았고 미국은 빈틈이 많았는데, 지금은 반대가 된 형국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여 집값이 급등하는 투기지역 6억 원 이상 아파트에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40% 수준으로 대출을 조였다.

 

반면 미국은 당시 부시 대통령이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를 천명하면서 '빚내서 집사라'는 신호를 주고 2007년 기준 LTV 80% 수준으로 과도하게 대출을 진행했다. 미국은 계속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하에 저소득층에게 소득에 비해 과도한 금액을 대출해준 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한국은 대출을 상당히 조인 결과 미국에 비해 부동산 가격 거품이 비교적 덜 생겼고 거품이 빠질 때 오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대오각성을 하고 대출 제도를 손봤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원리금 분할상환을 법제화하여 이자만 갚는 대출은 원천 차단했다. 또 주택의 담보가치가 얼마인가보다는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 비해 얼마나 무거운지를 확인하는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중심으로 대출제도를 정비하였다. 담보가치에는 거품이 낄 수 있지만 연간 소득에는 거품이 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 은행들은 연간 소득에 비해 개인이 지고 있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을 30~4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도 2018년 9월 이후 DSR 기준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다.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 대출 등은 DSR을 계산할 때 부채로 포함시키지 않아 DSR이 낮게 나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가계 대출 중 DSR 비율이 70%가 넘는 차주가 33%에 달한다(한국신용평가 추정).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 들어오는 돈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 대출, 패밀리뱅킹(일가친척에게 돈을 빌리는 것)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 대출, 패밀리뱅킹 등은 DSR 기준에 포함되지 않기에 이런 돈들이 투자수익률이 좋은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밀려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받은 대출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은 대출 목적과 다르게 돈을 써도 막을 방도가 없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긴급지원대출을 받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

 

한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OECD 국가의 주택가격 상승률 비교(2000년~2006년). 자료 :
ⓒ OECD, 2007, Economic Survey of Korea

세간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오해'가 있다. 당시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선진국 여러 나라들과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비교하면, 한국의 부동산 대책은 상당히 선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개발협력기구가 집계한 2000년~2006년까지 한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낮다.

 

참여정부 시절도 역시 세계적으로 유동성, 즉 돈이 넘치는 시기였다. 지금 돌아보면 참여정부의 집값 상승률은 전 세계 선진국 평균에 못미치는 양호한 수준이었다.

 

미약했던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결과,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쓰나미 속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한국은 맞고 미국은 틀렸지만, 2020년 지금은 미국은 맞고 한국은 틀리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 더 구체적으로는 토지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의 장기로드맵을 제시하고 금융대출제도를 미국 수준으로 정비할 수 있다면, 남은 기간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선진화를 위한 초석 정도는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얽히고설킨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은 왜 주식 시장으로, 한국은 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리는지에 대한 검토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성영 기자]

 

덧붙이는 글 | * 대출 제도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가계부채보고서>(서영수 지음, 에이지21)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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