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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매각, 야구계를 위한 정답은?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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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0. 6. 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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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매각, 야구계를 위한 정답은? [김대호의 야구생각]

MK스포츠 기사입력 2020.06.26. 오전 10:33 최종수정 2020.06.26. 오전 11:16 기사원문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올해 상환해야 할 빚은 4조2000억 원. 두산중공업을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 아래 에너지와 관계없는 계열사를 모두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의 핵심 자회사인 인프라코어도 매각대상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는 매각대상에서 빠졌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도 처음엔 두산 베어스 매각을 은근히 압박했지만 지금은 야구단은 맨 마지막 단계로 미뤘다. 다시 말해 두산그룹이 원만하게 자산매각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야구단 매각을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두산그룹 측에서도 야구단에 1년 200억 원 정도의 지원금은 큰 부담이 안 돼 어떻게든 품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야구계는 두산 베어스 매각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운찬 KBO 총재는 잘 알려진 대로 ‘두산 장학생’ 출신이다. 두산 베어스 매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정운찬 총재는 이 문제에서 태생적으로 객관적이기 어렵다. 야구계에서도 조심스럽게 진행 상황을 지켜볼 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매각설에 오르내리는 두산 베어스. 야구계를 위한 정답은 무엇인지 찾아볼 시점이다. 사진=MK스포츠 DB

 

두산 베어스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두산그룹 오너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야구계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일까? 아니면 새 주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 좋은 방향일까?


두산 베어스는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비유했다. 많은 투자를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다. 실제 두산 베어스는 과감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어느 구단보다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서울이 연고지라 우수한 선수를 많이 받아들여 그렇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만년 중하위권을 맴도는 LG 트윈스를 보면 꼭 그 이유는 아니다.


프로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답을 프런트에서 찾는다. 단장을 위시한 두산 프런트가 10개 구단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야구인은 거의 없다. 스카우트와 육성은 두산 베어스가 프로야구 원년부터 40년 가까이 지켜온 중요한 기조다. 거물 FA를 영입하지 않고, 반대로 소속 대어급 FA는 대부분 빼앗기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는 프런트의 남다른 식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양상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일단 그룹의 야구단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회생에 그룹의 사활이 걸려있는 만큼 다른 지출은 대폭 줄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두산중공업 회생이 단기간에 이뤄질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무리 빨라도 3~4년은 그룹 전체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매우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이 끝나면 9명이 FA로 풀린다. 유희관 이용찬(이상 투수)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오재일(이상 내야수) 정수빈(외야수) 등 주전급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몇 명이 잔류할지 모르지만 두산 베어스로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임에 분명하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나면 팬들은 동요한다.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이 떠날 때도 두산 팬들은 술렁거렸지만 성적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동안의 스타급 선수 유출에 따른 후유증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화수분 야구로 불리지만 한계를 느끼게 한다.


두산 베어스가 예고된 긴축재정 속에서 FA들을 대거 내보낸 뒤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까. 두산 팬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 프로야구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 두산 베어스의 위기가 다른 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모든 것이 안개 속이지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한국프로야구는 40여 년 동안 삼미 슈퍼스타즈도 봤고, 쌍방울 레이더스, 해태 타이거즈도 겪었다.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도 경험했다. 순간순간 쓰나미가 지나간 듯 후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야구계 차원에서 두산 베어스 문제를 화두에 올려놔야 한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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