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LUS 배지헌 기자 입력 2020.06.24. 10:51 수정 2020.06.24. 10:57
-코로나19 사태, 프로야구 약한 고리 퓨처스리그부터 타격
-퓨처스 인터리그 취소…경영난 심화에 구단들 고육지책
-퓨처스 지원금도 축소 예정…본격 허리띠 졸라매기 돌입
-“정부와 지자체, 1군 현장과 선수들도 위기감 느껴야” 지적도
퓨처스리그 경기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국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렸다. 코로나19 재앙에 제일 먼저 영향을 받고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임시직, 일용직, 하청업체, 플랫폼 노동자 등 저임금 최약계층이다.
KBO리그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과 무관중 경기 장기화로 구단들이 휘청이고 있다. 아직 1군 선수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른다. 먼저 영향을 받는 건 2군 선수들이 뛰는 퓨처스리그다. ‘퓨처스리그 인터리그 축소’는 단지 예고편에 불과하다.
6월 23일 KBO는 제4차 실행위원회를 열어 “KBO 퓨처스리그 인터리그 축소 방안”을 심의했다. KBO는 “코로나19로 구단 재정난이 악화함에 따라, 운영비 절감을 위해 부득이하게 KBO 퓨처스리그 일정 중 6월 30일 이후 인터리그 잔여 일정 117경기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소된 경기수의 50%가량은 동일리그 팀 간 경기로 재편성한다. 사실상 퓨처스리그 시즌 단축이다.
초여름 긴축운영 한파에 퓨처스 괴담 솔솔 “전기요금도 아낀다”
퓨처스리그 경기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사진=엠스플뉴스)
이날 실행위에 참석한 수도권 구단 단장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강도 높은 조처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구단마다 온도 차는 있지만,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선 모든 구단이 예외 없이 동의했다. 인터리그 취소에 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방 구단 단장은 “이미 무관중 경기로 연 매출 가운데 100억 원이 사라졌고, 이대로 시즌이 계속되면 2, 300억이 날아갈 판이다. 중계권료 수입과 모기업 지원금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곧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 했다. 수도권 일부 구단은 은행 대출을 받아 구단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이미 대출을 받은 뒤라 추가 대출이 나오지 않는 구단도 있다. “특정 구단만이 아닌 모든 구단이 비상이다.” 이 단장의 말이다.
결국 구단들이 할 수 있는 건 허리띠 졸라매기다. 수도권 구단 2군 관계자는 “구단 부서별 지원금 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퓨처스팀 운영비 삭감 폭이 컸다. 1군 운영비를 줄일 순 없으니 우선 성적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2군 비용부터 줄인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초여름에 찾아온 한파에 퓨처스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각종 선수단 지원과 혜택이 하나둘씩 줄어들면서 ‘퓨처스 괴담’도 나온다. 모 구단 퓨처스팀에선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2군 숙소에서 전자제품 사용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구단 퓨처스팀은 매년 이맘때 해온 경기장 조경 작업을 취소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몸부림이다.
지방구단 운영 관계자는 “이번 인터리그 취소 결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프로야구가 처한 상황의 위급성을 인지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리그라는 인식 때문인지, 프로야구가 어떤 상황인지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관중 입장 허용이든, 구단들에 대한 지원책이든 반드시 마련해 주셔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버티기 어렵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수도권 구단 단장은 “1군 현장과 선수들도 위기감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들이 존립의 위기를 겪는데도 정작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우선 퓨처스리그 축소부터 진행했지만, 사태가 지속하면 마지막에는 1군도 영향을 받지 않겠나. 거기까지 가는 건 막아야 한다.” 이 단장의 말이다.
퓨처스 인터리그 취소는 시작, 최악의 사태 다가온다
퓨처스리그 경기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사진=엠스플뉴스)
퓨처스리그 긴축 운영으로 얻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방구단 운영 관계자는 “물론 과거 구단에 따라 운영비 사용이 다소 방만하게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어떤 구단은 2군 숙소 커피머신에만 한 달에 수천만 원을 지출해서 문제가 된 일도 있었다. 선수들이 구단의 지원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면서도 “선수단 운영에 꼭 필요한 지출까지 삭감되진 않길 바란다”고 했다.
수도권 구단 퓨처스팀 코치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 긴축 운영하는 건 이해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지원까지 축소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자칫 퓨처스 선수들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이라 했다. 이 코치는 “말로만 다들 육성, 육성하지 원래부터 구단에서 퓨처스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구단 2군 관계자는 “이번 인터리그 축소로 구단들이 아낄 수 있는 비용은 기껏해야 1억 원도 되지 않는다. 구단 연간 전체 운영비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그보단 프로야구의 위기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효과라면 효과일 것”이라 했다.
이 때문에 구단에 따라선 퓨처스 운영비를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 한 지방구단 단장은 “우리 구단의 퓨처스팀 지원은 달라진 게 없다.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 실현을 위해선 퓨처스팀이 중요하다는 기조가 확고하다”며 “퓨처스팀 운영비 삭감보단 다른 파트에서의 덜 중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 했다.
분명한 건 지금이 프로야구에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란 점이다. 한 야구인은 “현 상황이 지속하면 구단 중에 7월부터 선수단 급여를 주지 못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며 “현대 유니콘스 이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퓨처스리그 인터리그 취소는 시작일 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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