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자이 전용 132㎡ 4억 떨어져
보유·양도세 중과 피하려 급처분
서울 아파트값 5주 연속 내림세
보유세 부과 기준일(6월1일)과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6월 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랜드마크 단지에서 최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절세용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은 물론 강북 등 서울 전역에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싸게라도 팔아달라는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초급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오는 6월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4억~5억원 하락은 기본, 쏟아지는 절세용 급급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반포 지역의 대표 아파트 중 하나인 ‘반포자이’ 전용 132㎡가 이달 중순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3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4개월 만에 4억원 이상 빠진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현재 반포자이 전용 132㎡의 호가는 29억~31억원 수준이다. 인근의 B공인 관계자는 “증여성 거래가 아니다”라며 “집주인이 급하게 내놓은 물건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126㎡도 이달 초 2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직전 거래가인 28억5,7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4억원에 거래되던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82.5㎡) 역시 최근 이보다 4억원 낮은 20억원에 잇달아 팔렸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전용120.82㎡) 또한 이달 초 24억3,000만원에 매매됐는데, 해당 평형은 지난해 12월 28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불과 4개월 만에 4억원 이상이 빠진 셈이다.
강북 지역에서도 절세용 급급매가 적지 않다.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2차(84.95㎡)는 이달 최고가(16억4,000만원)보다 3억원 하락한 13억8,5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84.41㎡) 역시 4,000만원 이상 하락한 값에 거래되기도 했다. 초급매는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4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은 전주보다 하락폭이 커진 -0.07%로 5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노원구가 -0.02%의 변동률을 보이는 등 관악·구로구를 제외한 서울 모든 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보합 또는 하락장에 들어서게 됐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일단 시세 하락을 주도하는 이들 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돼 향후 시장에 풀릴 물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부장은 “현재 낙폭도 크지 않고 매물도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으로 유추해볼 때 하반기에 들어서면 지금만큼 가격이 떨어진 매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현금 유동성이 필요하다든지 확실한 니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팔고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굳이 매물로 내놓지 않고 버틸 수도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고점 수준만큼 급등할 힘은 없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악화와 종부세 부담 증가 등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발 경기위축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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