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석무 입력 2019.10.28. 06:00
2009년부터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겸직하는 박 회장의 또 다른 별명은 ‘두산 베어스 넘버1 팬’이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정도를 넘어 열성팬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경영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두산 홈구장인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한다. 귀빈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 4경기를 빠지지 않고 직접 관람했다. 지난 1일 두산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극적으로 정규시즌 역전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도 가족들과 함께 관중석에 있었다. 정규 시즌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박 회장과 가족들은 펄쩍 뛰면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 모습은 TV를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박 회장은 3월 세상을 떠난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두산가 4대 총수다. 그의 야구 사랑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로 활동했다. 2017년 ‘청와대 기업인들과 호프미팅’에서 역시 야구를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 때 야구선수를 하셨냐’고 묻자 박 회장은 “동호회에서 조그맣게 활동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매 경기 이메일을 통해 경기 상황을 보고받는다. 심지어 투수 로테이션이나 타순까지 직접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식사나 술자리가 있을 때도 두산 베어스 경기를 보려고 일부러 대형TV가 설치된 곳을 찾을 정도다. 매년 해외 전지훈련지를 찾아 선수를 격려하고 훈련을 지켜보는 구단주는 박 회장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박 회장이 구단 운영에 직접 이래라저래라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지원하고 존중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축승회에서 박 회장은 엄숙한 격려사 대신 “최선을 다한 여러분이 진정한 챔피언이다”며 “오늘은 모든 것 잊고 마음껏 즐기자”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긴 채 선수들과 끝까지 어울렸다.
선수들도 박 회장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같은 팀원으로 받아들인다. 지난 2014년 8월 두산 베어스 주장 오재원은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다음 주자로 박 회장을 지목했다. 박 회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잠실구장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당시 박 회장은 “구단주를 지목할 수 있는 우리 두산 선수들이 최고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선수 시절부터 쭉 두산 베어스에서만 인생을 보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느끼는 박 회장에 대한 감정은 남다르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회장님은 정말로 야구를 사랑하는 분이다”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뒀을 때 회장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계속 잘해서 보답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982년 초대 프로야구 챔피언은 두산 베어스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2010년대 최고 명문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산그룹에서 가장 성공한 계열사는 두산 베어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성적과 운영 모두 가장 돋보인다.
박 회장의 야구 사랑은 대를 이어져 온 것이다. 박 회장의 아버지 고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를 창단했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회원을 모집하고 2군을 창단한 팀이 OB였다. 심지어 1983년에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군 경기장을 만들기도 했다.
박 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5년 경기도 이천에 새 트레이닝 센터를 지었다. 최첨단 훈련 시설을 자랑하는 트레이닝 센터는 박 회장이 설계 과정부터 완공까지 직접 챙겼다. 현재 두산 베어스가 착용하는 유니폼 디자인은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담당하는 등 두산 오너가의 야구사랑은 광범위하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슬로건 답게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화수분은 ‘물건을 꺼내도 끊임없이 나오는 전설적인 보물단지’를 뜻한다. 두산 베어스는 최근 몇 년간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등 핵심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그 선수들이 떠난 자리는 어김없이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와 메웠다. 이번 시즌 한국 최고의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포수 공백이 우려됐다. 하지만 박세혁이라는 새로운 안방마님이 등장해 우려를 말끔히 날렸다.
이 같은 두산 베어스 야구의 강점은 인재를 중시하고 성실함을 강조하는 박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단지 야구를 흥밋거리로 여기는 게 아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야구에서 얻은 교훈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2013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팀 스포츠인 야구는 여러 기법의 통계와 분석이 활용되는 등 경영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야구에서 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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