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산화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기업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강도 높은 지원정책을 씁니다."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회장.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정책을 소개하자 60평 남짓한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청중이 대형화면에 뜬 설명자료를 찍기 위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소재 자립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관심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론회를 찾은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이왕 자립화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20년 동안 못했다고 열패감에 빠질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국산 의무 구입, 법제화 필요" =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국가별 다변화가 필요한 핵심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정부에서 지정, 관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된 국산제품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일정량 이상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중국의 경우 현재 15%에 불과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제조사에 어느 정도 실적이 있는 자국 생산 소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한다. 박 교수는 "국내 생산 핵심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키우려면 대기업이 가능성 있는 품목을 어느 정도 구입해 줘야 한다"며 "열심히 개발했는데 안 사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도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를 이끌어주면 경쟁력 있는 명품을 국산화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시간 예외 확대, 공장증축시 세액공제, 해외 소재·부품·장비업체 인수합병(M&A) 세제혜택 등에도 입을 모았다. ◇ "국산화 진짜 목표는 품질·가격 극일"= 업계 관계자들은 자립화에 대해 우려 섞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장기적으로 자립화할 역량이 충분하지만 이를 위해선 그동안 미진했던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노력이 반드시 동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은 "소재·부품 국산화의 의미가 단순히 기술개발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품질과 가격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는 3000여개사, 소재·부품업체는 2만5000여개사에 달하지만 연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업체는 거의 없다. 박 교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에선 작은 품질 변화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애국심에 호소해 대기업에 경쟁력이 미달하는 소재·부품·장비를 사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협력업체를 글로벌 1등으로 육성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日 보복 조치, 부메랑 될 수밖에" =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선 일본 경제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분석이 제기됐다. 박 교수는 26년 전 스미토모화학 제조공장 폭발사고로 빚어진 소재 부족 사태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이 업체는 전세계 반도체 에폭시수지 물량의 60%를 생산했다. 제조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재고물량이 2개월치에 그쳤던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에선 국내 반도체업계의 충격이 클 것으로 봤지만 최종결론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 등이 중국, 대만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한 반면, 스미토모화학은 공장을 정상 가동한 뒤에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해당 사업을 대만업체에 매각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공급처를 다변화하면 최종 타격을 받는 것은 이번에도 일본 소재업계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IT 업계로도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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