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 3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전날(7일) 공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 예상보다 강한 규제를 담지도 않았다. 일본이 국제사회 명분 등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8일 "일본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한국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개별허가 품목으로 전환하며 약 90일이 소요될 걸로 예상됐던 허가가 한 달 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날 관보에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함께 시행세칙(포괄허가 취급요령)을 게재했는데 여기에도 기존 3개 품목 외 추가로 ‘개별허가’를 강제한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추가 도발’은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본이 한일관계를 더 긴장시키는 조치를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시행령 개정안 의결 뒤 우리 정부의 반발이 극도로 거세진 상황에서 추가 갈등악화를 야기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일본이 추가 보복 성격의 조치를 단행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일본 측의 명분은 더 약화될 수 있다. 한일갈등이 더 격화할 경우 이 상황이 일본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오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만료를 앞두고 일본이 파기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파기를 야기할 수 있는 추가 도발을 삼갈 유인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일본은 수출규제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안보상 이유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 정부 및 정치권이 지소미아 파기를 백색국가 제외의 맞대응 카드로 내세우는 논리도 일본이 ‘안보’를 백색국가 제외의 원인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여긴다면 안보협정을 유지할 필요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것일 수 있는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 다른 2개의 수출규제 대상에 대한 허가 기간 등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되기 시작하는 28일 이후의 상황도 관건이다. 일본 정부의 재량에 의해 그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지만, 비전략물자의 전용가능성 등을 구실로 매번 별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수위 조절' 장치를 하나 쥐고 있는 게 된 셈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측에서 한일관계를 더 긴장시키는 건 일본에도 불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지소미아가 흔들릴 경우 일본이 귀책사유를 갖게 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일본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불화수소 등의 수출 허가에 어느 정도의 시일이 소요될 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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