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중국의 외환통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탈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지면 현재 보유한 달러만으론 위안화 절하를 막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충분한 외환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달러 유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시장적 달러화 지키기에 … 일각 “실제 가용외환 부족’ 의심
미중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중국의 외환통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미 무역협상 장기화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감소나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달러화 실탄’을 비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조 달러를 웃도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이러한 반(反)시장적 조치를 두고 중국이 실제 비상시 동원할 수 있는 달러화 규모는 한정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달러화 보유ㆍ송금 강력 규제
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최근 중국 시중은행은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달러화 교환이나 해외송금을 통제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이전보다 강화된 달러화 보유 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개인은 연간 5만달러를 넘지 않는 한에서 은행에서 달러를 바꾸거나 외화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명시적 규정 변화 없이 훨씬 낮은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외화예금 인출 시 조사 대상이 되는 금액 기준 또한 1회 5,000달러 이상에서 3,000달러 이상으로 강화됐다.
달러 유출 단속은 보다 엄격해졌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보험, 주식 등의 금융상품이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겐 달러를 바꿔주지 말라고 은행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자신의 해외 계좌에 2만달러를 송금하려다 거절 당한 전직 인민은행 간부의 사례를 전했다. 지난달 중국 외환당국이 불법 송금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은행, 기업, 개인의 명단을 무더기 공표한 것도 외환통제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실제 가용외환 부족” 지적도
중국이 전방위적 ‘달러 지키기’에 나선 것은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달러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많아지는 환경인 탓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수출이 감소하면 달러 공급원인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하게 된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현실화하면 외국인의 달러화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약화될 경우 환율 방어에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투입될 수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지만, 투자금 유출과 환율 방어를 병행할 경우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의외로 외환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3조1,000억달러가량으로 세계 최대이고 이 중 3분의 2가량은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수치상으론 견실해 보이지만, 대외채무나 외국인 직접투자 등 유사시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환 규모를 감안하면 막상 중국이 가용할 수 있는 외화 자원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의 대외채무 1조9,700억달러와 외국계 기업의 투자금 5,960억달러만 제외해도 중국 외환보유액이 명목상 보유액의 16% 수준인 5,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총 발행규모가 총 1조달러에 달하는 중국 회사채 또한 중국 기업의 소유 구조로 볼 때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의 빚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이러한 ‘달러빚’ 부담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가중되는 구조다.
중국 금융시장의 취약성도 문제다.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했던 2015~16년을 거치면서 중국이 소진한 외환보유액은 2014년 고점 대비 1조달러에 달한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탈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지면 현재 보유한 달러만으론 위안화 절하를 막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충분한 외환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달러 유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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