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이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용암처럼 끓어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으니 말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지난해 9월 3일 171.6을 찍어 이 지수를 만들어 발표한 이래 최고점을 갱신했던 사건(매수우위지수는 0~200 사이에서 집계되는데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매수세가 매도세 보다 많은 매도자 우위 시장을, 100보다 낮으면 매도세가 매수세 보다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을 의미한다),
강남의 아파트들이 7월 이후 몇 억원씩 폭등하고 강북의 아파트들도 급등하던 시절, 주부들과 대학생들까지 변두리 주택에 갭투자를 나서던 시절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1월 마지막 주(1월 28일) 기준으로 42.8로 급락하고, 전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년만에 최저인 26.1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거래도 씨가 말랐다 한다(관련 기사 : 서울 아파트 '사자 세력' 행방불명, 매매 올스톱)
하긴 2014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이 거의 전적으로 투기수요 때문임을 감안하면 이는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2014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5년 연속 상승했고, 그 누적 상승률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투기수요로 인해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시장에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나마 9.13대책을 통해 대출을 통제하고 보유세를 높이니 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데다 대출을 조이고 보유세를 강화해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니 투기수요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투기수요가 아침 햇살에 사라진 안개처럼 흩어진 마당에 시장이 안정을 찾는 건 정한 이치란 뜻이다.
서울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곡학아세를 일삼던 이들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보고 뭐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대체가 불가능하고 주장하는 서울이 3기 신도시 공급 발표로 수요가 줄었을리도 만무고,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갑자기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마당에 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찾은 이 사태를 공급부족론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한민국에서 공급부족론은 부동산 투기를 옹호하고, 현상을 호도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일쑤다.
시장이 안정을 찾자 부동산부자들을 근심하는 미디어 보도(관련기사 : 명절에도 찬바람 ‘쌩쌩’ 강남 4구 집값, 7년만에 -0.59% 최대 낙폭)가 나오기 시작한다. 2014년 이후 십억 원 이상 이상 오른 강남 아파트들이 부지기수인데 고작 몇백만 원에서 기천만 원 떨어진 게 그리 염려되는지 정녕 모르겠다. 대한민국에는 월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임금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인 887만 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강남아파트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이제 막 시작이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