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우리의 8대 주력업종 경쟁력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주력업종 가운데 3년 뒤에도 다른 나라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업종은 선박(조선)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난 것.
조선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용접이 허술하거나 배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주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 업계는 이미 중국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중국에 있는 조선소의 약 75%(190개사)가 지난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충격적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사를 집어삼키는 듯했던 중국 조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①품질 문제 빈발
···선주 신뢰 잃은 中 조선=사실 중국 조선의 승승장구는 두 가지 요인이 컸다. 정부 지원과 저임금. 그 결과 중국은 덤핑으로 수주를 따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일감을 맡겨봤더니 문제가 많았다는 것. 이게 배를 맡기는 선주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용접이 허술하거나 배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주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납기일을 못 맞추고도 오히려 큰 소리치는 곳도 나오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 주도형 조선산업이 기술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해외 선주들이 ‘믿을 수 있는’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②환경 문제 중요해지는데 中 기술 불안
=요즘 글로벌 화두는 환경이다. 한국만 해도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고 있다. 조선업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달리 보면 배가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실제 부가가치가 높다는 LNG선의 경우 지난해 70척 중 66척(94%)을 국내 조선사가 가져 갔다. 사실상 싹쓸이한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부분에서도 한국의 독주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9척 중 34척(87%)을 한국 조선이 따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업계의 한 사장은 이를 선주들의 불안감으로 해석했다. 한 최고경영자(CEO)는 “VLCC에서 사고가 한번 나면 뭍에서 사고가 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바다가 오염되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선주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VLCC 시장에서 마저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③저임금 경쟁력도 저물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저렴한 인건비와 자재를 무기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가 줄면서 선박 가격은 내려가는데 중국의 인건비는 경제성장에 맞춰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 조선소의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결국 축적된 기술과 시장 신뢰도가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국 조선소가 많아지면서 난무하던 조선소의 도산 및 통폐합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박한신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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