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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중국 위기론.."부채의 저주 직면" vs "섣부른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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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8. 9. 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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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중국 위기론.."부채의 저주 직면" vs "섣부른 위기론"

 한겨레신문사  입력 2018.09.19. 13:36 수정 2018.09.20. 10:46 


 


       

투자지표 악화·주가하락 등에 위기론 고조

"투자·수출 위주 성장, 부채 급증에 과잉투자도 심각"
"당국 부채감축 기조 여전, 성장률 양호해 과도한 우려"

[한겨레]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 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태위태한 나날을 보내는 세계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대목이 있다.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혁개방에 나선 지 40년 만에 세계 최대교역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은 세계경제의 기관차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 급증 등 위기 징후에 일부 경제지표들도 악화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중국위기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중국위기론은 과연 현실화할까?


2014년 12월 중국 랴오닝성 톄링시 신구. 도심 곳곳에 지은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입주민 없이 텅 빈 아파트와 단독 주택들이 방치돼 있다. 밤이 되면 도시는 더욱 한산해진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안에 불이 들어온 가구가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 전역에는 부동산 과잉투자로 인한 이런 유령도시가 50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 설비·건설투자 1990년대 이래 최저 증가율


지난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7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5%로 1990년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는데, 8월에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무분별한 인프라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심사를 강화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 1~8월 전체 투자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민간부문 고정자산투자는 8.7% 늘었지만, 정부의 인프라투자 증가율은 철도(-10.6%) 등 투자가 줄면서 4.2%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심사 강화는 과잉투자(설비) 조정이 그만큼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수출 주도 경제성장 노선을 추구하면서 철강·석탄 등 생산능력이 생산량을 크게 상회하고, 국유기업들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다. 또 고층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진 채 입주민은 없는 유령도시들이 수십곳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 쪽 과잉투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중국경제 개혁개방 40년,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과잉설비 조정과 국유기업 개혁을 첫번째 당면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뒤 저성장이 고착화한) 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중국경제는 과잉생산능력 해소 등을 위한 공급측 구조개혁과 한계기업 정리, 지배구조 개편 등 국유기업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이나마 대규모 실업 발생, 지역경제 둔화 등 경제·사회적 리스크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2015~7년중 구조조정 대상 1·2차 산업에서 약 2300만명이 실직했고, 그 결과 3천만명의 유휴인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됐다.


■ 기업부채 이어 가계·정부부채도 급증


과잉투자는 과도한 부채로 이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중국 기업부채는 글로벌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 3조6천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0조3천억달러로 10년새 여섯배가량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96.8%에서 160% 수준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위안(약 650조원)을 시중에 풀어 별다른 위기 없이 성장세를 이어간 대가다.


최근엔 가계부채(6조1400억달러) 문제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48.4%(2017년 말)로 100%에 육박하는 한국 등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지만, 2015년 말 이후 9.6%포인트나 높아져 주요 국가 중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 특히 금융완화 기조 아래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모기지대출 등이 크게 늘었다. 중국가정금융·연구센터 자료를 보면, 실거주 목적 주택구입은 2008년 69.7%에서 2018년 1분기 31.9%로 떨어졌고, 대신 투자 목적 구매는 같은 기간 19.6%에서 50.3%로 급증했다. 다주택자 구입 비중도 같은 기간 29.7%에서 69.2%로 늘었다.


2016년 9월 이후 주택구매요건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당국의 규제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6월 주요 70개 도시 가운데 90%인 63개 도시의 신규 주택가격이 전달보다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가계자산 가운데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4%(2017년)로 주요 국가들(미국 35%, 영국 36%, 독일 52%)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어서 차입금리가 오르고 주택가격이 내려가기라도 하면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부채(5조9600억달러)도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이 47% 수준으로 선진국(2017년 평균 100.9%)이나 신흥국(평균 49%)보다 낮지만, 과잉투자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지방정부의 숨은 빚이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지방정부 출연기업들의 대출과 채권발행액 등(약 2조4천억달러·2500조원)을 포함하면 정부부채 비중이 68%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니케이신문>는 최근 쑤닝금융연구원 자료를 빌어 2017년 말 지방정부 자회사들의 숨겨진 부채가 30조1천만위안이고 올해 7월 말에는 32조위안으로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숨겨진 빚이 한국 돈 5천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 ‘부채의 저주에 직면한 중국’이 새로운 위기의 근원?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 아래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과잉투자와 과도한 부채라는 과제에 맞닥뜨린 상황은 외환위기 전후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은 당시 위기대응에 실패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는데, 중국은 다를까.


중국 당국은 2016년부터 대출규제 등 디레버리징(부채감축) 정책을 강화해 기업부채비율이 2016년 말 166%에서 지난해 말 160%로 약간 개선됐다. 하지만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투신·보험·증권·개인간대출(P2P) 등 비은행권 신용대출(그림자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커져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부채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성장률 둔화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경제는 올 상반기까지 6.7% 성장률을 유지했지만, 하반기에는 6.5% 수준으로 떨어지리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수출기업 등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민은행이 은행들이 대출을 확대해줄 수 있도록 자본요건을 완화해준 게 대표적이다. 또 지방정부의 투자 확대를 위해 1조위안 규모 특수채 발행계획을 발표했고, 7~8월 잇따라 감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조조정(긴축)을 통한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건전화가 한창 추진되려는 찰라,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인 통화·재정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방 쪽에서는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에서 10년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기자로 활동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언론인 디니 맥마흔은 자신의 저서 <빚의 만리장성>에서 “많은 도시가 텅 빈 고층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화려한 신축 정부 청사에는 공무원들이 다 들어가고도 사무실이 남아돈다”며 “2차 세계대전 뒤 지금까지 모든 세계적 불황은 미국 경제의 하강에서 시작됐지만, 다음번에는 중국발 위기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 “중국적 특색과 경제목표에 비춰 위기론 제기는 과도”


반론도 있다. 중국적 특색을 이해 못한 서방의 중국위기론 제기는 새삼스럽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각종 경제현상에는 시장 논리와 정책(정부)이 혼재돼 있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정책이 우선하는 중국적 특색을 봐야 한다는 시각이기도 하다. 한은 한재현 중국경제팀장은 “기업부채비율이 2016년 2분기 피크(166.9%)를 찍고 하향세에 있는 데다, 총통화 증가율 하락과 한자릿수로 떨어진 기업대출 증가율 등을 보면 당국의 디레버리징 정책은 아직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아 (디레버리징 정책에) 보완적인 수준”이라며 “또 올해 성장률 목표가 6.5%인데 상반기 6.8%로 양호한 수준이다. 지도부가 부채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고, 성장경로도 전망치를 이탈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위기론 제기는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국경제를 둘러싼 긍정론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것은 사실이다. 경제상황 진단과 전망에 관한 투자자들의 종합적 판단을 반영하는 주가도 우려할 수준이다. 1월 3587까지 올랐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어느덧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2700선이 뚫렸고, 최근에도 2664.8(12일), 2656.1(13일), 2651.8(17일) 등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대금도 201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천억위안 아래로 떨어졌으며, 2015년 3월 일본을 추월했던 증시 총액은 올해 3월 다시 역전되더니 그 폭도 1조달러(중 5조2천억달러-일 6조2천억달러) 이상 벌어졌다.


무엇보다 격화 조짐을 보이는 미국과 무역전쟁도 갈수록 부담이다. 7월과 8월 각각 340억달러, 16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25%씩 관세 부과 카드를 서로 주고받았는데, 미국은 지난 17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물품에 10% 관세 부과(내년 1월부터는 25%로 상향)라는 세번째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중국도 이튿날 600억달러어치 미국 수입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받아쳤지만, 상대방에 대한 수출 규모(5056억달러-1304억달러) 차이 때문에 아무래도 힘이 달린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중국이 보복관세를 물릴 경우 267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공언한 바 있다. 전쟁은 양쪽 모두에 상처를 입히겠지만, 중국 쪽 처지가 더 어렵다는 얘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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