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12.01. 09:18
베이징 화재 계기 강제 퇴거
상하이, 선전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
“정부가 계층갈등 주도” 비난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베이징 화재로 시작된 빈민가 철거가 상하이, 선전, 닝보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빈민층 혐오’를 주도하며 새로운 계층 갈등을 야기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일 홍콩 징지르바오(經濟日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디돤런커우(低端人口ㆍ하층민) 정리 작업’ 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대도시에서 빈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있다. 처음에는 지난달 18일 밤 베이징시 남부 외곽 지역인 다싱(大興)구 시홍먼(西紅門)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긴급 화재대책의 일환으로 강제 퇴거가 시작됐다.
베이징시는 21일부터 다싱구를 비롯한 시 외곽 지역의 저가 임대 아파트, 쪽방촌, 영세 공장 밀집지역 등에 “수일 내에 해당 지역을 떠나야 하며, 이주하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통보했다.
시가 통보 직후 단전과 단수 조치에 들어가 한파 속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이주에 나서야 했다. 일부 지역은 단 몇 시간의 여유 밖에 주지 않아 도망치듯이 빠져나가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같은 강제 퇴거가 상하이, 선전, 닝보 등 다른 대도시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징지르바오에 따르면 저장성 닝보에서 지난 일요일 폭발사고가 나며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현지 정부는 쪽방 임대 지역에 대한 강제 철거에 들어갔다. 광둥성 광저우시도 겨울 화재를 이유로 불법 임대자들 단속 강화에 나섰다. 선전시에서는 지난 27일 저가 임대지역 주민들에게 30일까지 퇴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관영언론이 빈민층을 비하하는 ‘디돤런커우’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정부 스스로 자국민을 멸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디돤런커우는 과거에 외지에서 온 하층민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이후 농촌에서 대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을 지칭하다가 최근에는 가정부, 청소부, 빈민가정 출신의 대학생까지 포함하는 용어가 됐다.
베이징 시는 화재대책을 명분으로 빈민가 정리에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베이징 시 인구 억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어 신문 다지위안은 베이징시가 5년 내 인구를 2300만명으로 통제한다는 계획에 따라 최근 인구 감축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상팡저(上訪者ㆍ억울함을 호소하러 베이징에 올라온 민원인)’와 잠재적인 반정부 세력인 빈민들을 대도시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를 지낸 원로 바오퉁은 “농민공들은 마오쩌둥 시대에 국가의 기반 계층으로 대우 받았다는데 이제는 이들을 하층민으로 멸시하며 화재 예방 대책이라고 한다”면서 “정부의 이같은 어리석은 행보는 새로운 참극을 부를 수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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