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트럼프 메시지'에 어떻게 나올까 (CG)[연합뉴스TV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순방성과 대국민 보고를 통해 대북해법을 위한 '미·중 담판'의 얼개를 공개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라는 이번 순방의 최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과의 빈틈없는 공조 전선을 구축, 대북 제재·압박을 최고조로 올려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게 대체적인 내용이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이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하지만, 두 정상이 대북해법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뤄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핵을 보유한 북한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의 달성을 위해 '쌍중단' (freeze for freeze·雙中斷)을 고수하지 않겠다는데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과거에 지속해서 실패했던 것들과 같은 이른바 쌍중단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유엔 제재의 충실한 이행 및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지렛대'를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고도 주장했다.
'쌍중단'은 미국과 북한의 대결 고조를 막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구상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과 함께 시 주석이 제안한 북핵 해법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기존 '쌍중단' 입장을 철회하면서 대북고립을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 쪽으로 대북 무게 중심을 이동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말은 '쌍중단'에 대한 영어식 표현으로, 한글로 표현하면 '동결 대 동결'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동결'을 수용할 수 없으며, 미중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조해 시 주석의 동의를 얻었다는 말로 해석된다.
미중 정상이 북한의 핵보유와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한 대화의 시작으로서 동결 대 동결용 쌍중단 수용불가라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북미 양국 간에 상당 기간 상대를 비방하는 거친 언사를 자제하면서, 중국이 오랜 침묵을 깨고 북핵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선 가운데 나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말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뚱뚱하고 작다"며 조롱하면서도 "친구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층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고, 당초 이날 대국민 보고에서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도 이번에 뽑아들지 않았다.
또, 북한은 60여 일째 도발을 중단한 가운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2∼3개 대북 대화 채널을 언급한 바 있고,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현재 방한 중이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17일 북한을 방문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쌍중단 발언은 '북한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쑹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이런 미중 정상의 '동결 대 동결'용 쌍중단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의 최고지도부에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트럼프의 쌍중단 발언은 북한 핵·미사일 해법 마련을 위한 미중 양국의 공동의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법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보고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전략의 종말을 거듭 고하며 "우리(시 주석과 나)는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고 압박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그 연장 선상에서 그는 '북한의 뒤틀린 독재자', '핵 공갈' 등의 표현을 써가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단합해 북한 정권이 위험한 도발을 멈출 때까지 고립시켜야 한다"며 한국 방문 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군사옵션 등을 논의했다고도 공개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서 연설하는 트럼프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