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따라 준 대표팀', WBC 실패의 이유들
출처 일간스포츠 최민규 입력 2017.03.10 06:00 수정 2017.03.10 08:56
스포츠에선 이길 때가 있고, 질 때가 있다. 하지만 2017년 WBC의 실패는 지금의 프로야구와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시사점을 강력하게 주고 있다.
2006년과 2009년의 WBC와 2008년 올림픽은 KBO 리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야구를 ‘더 멋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2013년에 이은 2017년 WBC에서의 실패는 거꾸로 팬들에게 ‘KBO 리그를 사랑한다’는 자긍심을 앗아 갈지 모른다.
이번 대회 실패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80%= 삼성 수석 트레이너 출신인 남종철 N트레이닝센터 소장은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절실함이 떨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정규 시즌 컨디션의 80%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 야구가 WBC에서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준비 상태였다. 프로야구 시범 경기 시즌인 3월은 100% 컨디션을 만들기 어렵다. 이 조건은 1라운드 참가 16개국이 똑같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은 이번 대회 전 “2013년 대회부터 중남미 국가 등도 과거보다 더한 열의와 준비된 상태로 대회에 나왔다. 한국이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대표팀 선수들의 상태는 시범 경기 수준이었다. WBC에서 정규 시즌 구속을 보여 준 투수는 많지 않았다. 타자들은 빠른공과 변화구에 히팅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선수들이 더 준비가 잘돼 있었다.
▶ 세계 야구 트렌드 못 쫓아가
= 초대 WBC에서 한국 야구의 성공 이유에 대해 ‘일본식 야구와 미국식 야구의 접목’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 야구는 전통적으로 일본을 모델로 삼았다. 하지만 프로 출범 이후 미국 전훈,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미국 야구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일종의 ‘혁신’이 이뤄졌고, 이 점은 일본 야구계 일부에서도 부러움을 샀다. 하
지만 혁신의 효과는 영원하지 않다. 이스라엘의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은 6일 한국전에서 메이저리그 트렌드인 수비 시프트 전술을 활발하게 구사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활발하게 도입되는 과학적인 장비나 훈련 방법, 분석 기법도 아직 KBO리그에선 낯설다. 세계 야구는 빠르게 변하는데 오히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며 고정관념에 빠졌다.
한 한국 대표팀 우타자는 대회 전 “미국 심판들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이 후하고 몸 쪽이 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정반대다. 메이저리그 우타자 스트라이크존은 KBO 리그 대비 바깥쪽이 박하고, 몸 쪽은 후하다. 대표팀의 정보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표팀 투수 구성에서도 ‘서구 선수들은 사이드암에 약하다’는 가정 아래 사이드암 투수를 대거 발탁했다. 첫 두 경기 결승점은 모두 사이드암 투수들이 내줬다.
▶ 동기부여
=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국가가 없으면 야구가 없다”고 했다. 국제 대회에서 애국심과 투혼을 강조했던 게 한국 스포츠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고액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소속 구단과 팬에게도 책임을 지고 있다. '헝그리 정신'을 키우기 위해 선수 연봉을 낮출 수도 없다.
KBO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도 '야구의 국제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과거와는 달리 국제 야구 대회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야구 발전에서 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2021년까지 매년 굵직굵직한 국제 대회가 열린다. 물질적인 보상 차원을 넘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법이 필요하다. NPB가 12개 구단 출자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상비군을 운영하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 KBO 리그는 경쟁력이 있나
= WBC의 실패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한국 야구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팬들에게 심어 줬다는 데 있다. 대표팀 구성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도 결국 리그의 유능한 '선수 풀'이 좁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KBO 리그에선 유능한 좋은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타고투저 환경에 익숙한 타자들의 실력은 WBC에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주장이 이스라엘전 패배의 공론화된 이유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의 문제뿐일까. 대다수의 신인 투수는 부상을 안고 프로 구단에 입단한다. 추운 겨울에도 경기를 하고, 과도한 개수의 공을 던지는 아마추어 환경이 주범이다. 투수의 능력이 떨어지면 타자의 능력도 떨어진다. 리그 전체의 경쟁력도 함께 떨어진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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