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반도 18. 이베리아 반도의 보물, 올리브와 도토리
오마이뉴스 손인식 입력 2017.01.31 11:13 수정 2017.01.31 13:18
[오마이뉴스 글:손인식, 편집:이준호]
다섯 부부가 함께하는 길동무 여행은 문제점도 없지 않다. 그 첫째가 먹는 것이다. 열 명이라는 숫자부터 먹는 것 즐기기에 딱 알맞다. 먹는 것 앞에 두고 체면 따위 차릴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 건 이미 오래다. 그래서 어느 자리나 먹기에 자유가 넘친다.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덩달아 먹고, 무엇이 좋다는 말만 나오면 찾아서 먹는다. 대체로 여행 일정도 길게 잡는 편이니 여행을 마칠 때쯤 되면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걱정 하나를 떠안는다.
"거 봐, 여행은 오직 여행이야. 식사란 그저 금강산 구경 식후경 격이어야 해. 허기를 때우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니까. 여행을 갔으면 여행을 해야지 여행."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다.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있다면 나는 대거리를 하자고 대들 것이다. 여행 가서 먹는 것이나 밝히는 속물이라 손가락질받아도 하는 수 없다. 그러니까 여행의 반쯤은 산재한 현지 특산음식 즐기기로 계획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올리브 전문점의 올리브로 만든 갖가지 음식. 벽에는 다양한 올리브유가 그득 진열되어 있다. |
ⓒ 길동무 |
그러므로 어디를 여행하든 그곳의 특징을 지닌 음식을 즐겨야 하리. 이것이 여행자가 누릴 특권이리. 시대변화로 인해 사방의 타지로 퍼진 지역 특산 음식이 부지기수지만 역시 산지의 생생함과 고유의 맛이야말로 으뜸이지 않겠는가. 식재료가 풍부하고 맛과 솜씨의 나라 스페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페인의 음식을 즐겨 이야기할 것이다. 이번 길동무 여행 또한 예외가 아니다.
▲ 올리브 나무 |
ⓒ 길동무 |
▲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 나무 |
ⓒ 길동무 |
"난 발사믹 식초와 섞어 하드롤에 찍어먹을 때가 가장 맛나던데?"
▲ 올리브 열매와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샐러드 |
ⓒ 길동무 |
"올리브유는 노화 방지, 암과 고혈압 그리고 성인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올리브는 생산량도 세계 최고를 다투거니와 맛과 향 등 질도 뛰어납니다. 양질의 올리브 나무 한 그루에 한화 2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령이 3천 5백 년 된 것도 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님 시대에 열매를 맺었던 올리브 나무도 아직 성성이 살아 있습니다."
가이드 이 선생은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일 경우 올리브 수확 후 4시간 이내에 압착을 해서 기름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제조 후 시간 내에 병에 담는 것이 향과 신선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로 제조법이 법률로 제정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 하몬이 탐스럽게 걸린 하몬 전문점 |
ⓒ 길동무 |
"하몬(Jamon)은 스페인에서 특화된 스페인의 전통 음식입니다. 돼지 다리를 적당한 온도 및 습도에서 천연 소금으로 덮어 염장 과정을 거친 후 일정 기간 창고에 매달아 수분을 제거합니다. 이때 건조 및 숙성이 동시에 진행이 됩니다. 이런 제조과정을 거쳐 하몬으로 완성되기까지 약 15개월에서 30개월 정도 걸립니다. 기간 차이가 나는 것은 원재료의 무게나 품질, 종류에 따른 것입니다."
▲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하몬을 떠내는 중. 하몬을 어떻게 떠내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므로 다년간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
ⓒ 길동무 |
"꼭 하몬 이베리코(Jamon iberico)를 좀 사다 주세요. 항상 눈에 선하거든요."
일정 기간 스페인에서 살았던 이웃은 내가 스페인에 여행 간다고 하자 다짜고짜 하몬을 부탁했다. 하몬은 먹기 전엔 비주얼로 압도한다. 정말 듬직하고 먹음직하다. 껍질을 벗기고 속살이 드러나면 아! 그때는 색이다. 완전 탈 돼지다. 매혹적인 붉은색 살에 미색 숄을 나풀나풀 둘렀다. 그 조화가 입맛 끄는 소고기 마블링을 넘어선다. 얇게 떠낸 속살, 아! 아! 그건 향 덩이다. 향이 참 깊다.
▲ 하몬 모듬. 이런 모듬은 값이 저렴한 편이었다. |
ⓒ 길동무 |
하몬은 존재감이 분명했다. 특히 일정 기간 도토리 숲에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여 키운 검은 돼지 다리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의 맛은 특별함 그 자체였다.
"와~ 이 맛이야. 하몬의 마리아쥬는 역시 멜론이 확실해."
"난 아니야 멜론도 최고고 하몬도 최곤데 이 둘의 조합은 좀 별로야."
맛있는 것에서 맛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미각이 뛰어난 유니카, 통찰력이 남다른 장마마 두 여성 길동무의 주장, 바로 그 엇갈림이 오히려 묘미다. 그때마다 길동무는 다투어 맛 분석에 나선다. 그 이유로 먹었던 것을 또 먹는다. 각론의 당사자들도 더 먹고, 청중 길동무들도 덩달아 더 먹는다.
▲ 소금으로 덮어 숙성한 대구 요리. |
ⓒ 길동무 |
▲ 염장한 대구를 파는 상점. 스페인은 소금을 덮어 숙성을 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한다. |
ⓒ 길동무 |
▲ 즐기고 또 즐겼던 빵과 와인 그리고 샐러드 |
ⓒ 길동무 |
▲ 참 별미였던 리스본의 닭고기 구이 |
ⓒ 길동무 |
▲ 스페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길동무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먹물 빠에야 맛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
ⓒ 길동무 |
▲ 별미의 재료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
ⓒ 길동무 |
▲ 주렁주렁 달린 도토리 |
ⓒ 길동무 |
▲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도토리나무 단지 |
ⓒ 길동무 |
▲ 코르크, 즉 껍질이 벗겨진 굴참나무. 2016년에 벗겼다는 뜻의 글씨가 선명하다. 대부분 나무가 껍질이 벗겨지면 죽는다. 다만 굴참나무만 괜찮다고 한다. |
ⓒ 길동무 |
▲ 땅에 수북이 떨어진 도토리 |
ⓒ 길동무 |
"이 많은 도토리가 다 돼지와 소먹이로 쓰인다는 게 너무 아까워요. 도토리도 크고 맛을 보니 맛도 좋은데요. 도토리묵 좀 만들게 가져갈 수 없을까요?"
도전을 두려워 않고 어지간한 수고쯤은 운동으로 여기는 장마마 다운 생각이다. 가이드 이 선생이 거들고 나선다.
"저도 스페인에 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도토리입니다. 이 많은 도토리 활용법 말입니다.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돈도 되지 않을까요?"
아 아쉽다. 내 생각엔 도토리가 돈이 되려면 두 가지가 더 충족되어야 할 것 같다. 정력 증강 성분과 피부미용 성분이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하니 도토리는 그냥 하몬과 품이 많이 들더라도 도토리묵으로나 즐길 수밖에 없겠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을 위해 '길동무'란 이름으로 뭉친 다섯 부부가 있습니다. 모두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입니다. 이 글은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입니다. 인도네시아 한인 경제신문 사이트 PAGI에도 실립니다.
그곳에 서면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강원도의 힘' (0) | 2017.02.05 |
---|---|
2017년 2월 전국 축제일정입니다 (0) | 2017.02.04 |
<<<[핫이슈] 맛으로 승부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대표음식 10선 >>> (0) | 2017.01.26 |
★★★★<<<[여행] 눈·바다·고택·와인..겨울여행주간 즐기는 10가지 방법>>> (0) | 2017.01.17 |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서울에서 가성비 좋은 음식점 ‘빕 구르망 레스토랑’ 36곳|>>> (0) | 2016.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