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혼자 식음·문화 즐기는 행태 일상화돼…1·2인 가구 50% 넘어 주소비층 '부상' ]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기업에 근무하는 32세 이민형씨는 '불금'에도 7시 퇴근을 하면 집으로 직행한다.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 맥주 한 캔을 혼자 먹으며 인기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늦은 밤 출출한 생각이 들면 대행배달 업체를 이용해 유명 맛집의 튀김요리를 먹는다. 토요일 아침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영화관을 찾아 조조영화를 보며 느긋하게 주말을 시작한다. 이 씨는 "혼자 외식하면 예전에는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진짜 휴식을 취하며 맘 편히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혼밥' '혼술' '혼영'. 대한민국의 '혼자' 트렌드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이 같은 변화가 더욱 도드라졌다. 1인 가구가 전 세대의 4분의 1을 넘고, '개취(개인의 취향) 존중'이 자리 잡아가는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편의점 즉석식품과 가공식품 매출이 각각 47.4%, 17.6% 늘었다고 밝혔다. 도시락과 맥주 판매 증가가 주요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혼술족'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 증가로 편의점 식품군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1인 가구가 소비층으로 자리 잡아 편의점 전체 매출도 15.5% 신장했다"고 말했다.
혼술족의 힘은 주류판매 유통 채널도 바꿨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편의점은 대형마트를 제치고 주류 판매량이 가장 많은 채널로 부상했다. '혼술족'이 즐기는 저도주의 경우 판매 비중이 2014년 1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9.1%, 올 상반기 32.8%로 늘었다.
혼밥족 증가로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 가정간편식 PB(자체브랜드) 피코크 매출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3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6% 증가했다. 출시 첫해인 2013년 340억원에서 지난해 127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18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백화점 업계도 혼밥족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유명 맛집 '진진바라' '팬아시아' 등과 함께 간편식을 출시하고 내년 4월 간편식 전문 매장을 낼 계획이다.
외식을 배달해 먹는 1인가구 수요로 배달대행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전체 식비 중 외식·배달서비스 지출 비중은 55.1%에 달한다. 배달대행 서비스 전문업체 '바로고'는 10월 월평균 배달 건수가 12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4년 4월 설립 당시 평균 1만건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양상도 뚜렷하다. 올 들어 3분기까지 CJ CGV 1인 관객은 18% 증가했다. 1인 관객 비율은 13.4%로 2013년 9%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CJ CGV는 지난달부터 1인 관객을 위한 '콤보' 식음 메뉴를 내놓는 등 '혼영족'을 노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메가박스도 한 열 전체가 분리된 1인 관객용 좌석 '싱글석'을 마련했다.
한편 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3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1000가구 에서 5배 이상 증가했다. 2인 가구 비율도 26.1%로 조사돼 1·2인 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1인 가구 비중은 28%로 전망된다"며 "1인 가구 증가는 편의점 이용급증, 가정간편식·통신판매·소용량 구입 비중 증가로 이어져 식음료 및 유통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홍대거리의 한 일본식 혼밥식당에서 혼밥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박진영 기자 j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