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정치경제학
2.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정치경제학
우선 트럼프가 정식 대통령이 된 이상 후보 때와 다르긴 할 것으로 본다. 특히 그는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장사꾼으로서의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합리성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고, 명분은 언제든지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대통령들보다 달라지는 폭이 더 클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역시 그가 ‘장사꾼으로서의 합리성’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 추론해볼 수 있을 듯하다.
< 경제 관련 – 대외 정책 >
경제면에서 그가 내세운 정책의 핵심은 ‘감세와 보호무역’이다. 그런데 감세는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는 ‘보호무역’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1) 중국이 최대 피해국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문제는 중국이 안 그래도 자본유출로 외환보유고가 급하게 감소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외환보유액 5년여 만에 최저…강달러에 자본유출 지속 연합뉴스 2일전
이대로 추세가 계속되면, 외환보유고 감소 -> 위안화 가치 하락 -> 환율조작국 지정(보복 관세 부과), 으로 가게 되는 흐름이 눈에 뻔히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만으로도 중국 경제를 크게 흔들어놓을 수 있다. 앞으로 두 세달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 동향이 전세계의 관심을 끌 것이다. 중국은 결국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 이래저래 멕시코가 두번째 타겟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46%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했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도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다. 유세 기간 중 줄곧 멕시코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화두로 삼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는 상징적인 효과를 위해서라도 멕시코를 상대로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3) TPP(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를 대폭 미국에 유리하게 고치던지(실현 가능성이 낮다) 아예 포기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를 크게 기대하던 일본과 베트남은 타격이 있다. 대규모 무역흑자국으로서 어느 대규모 자유무역지대에도 속하지 못한 일본은 TPP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므로 이게 무산되면 일본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크다.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효과가 없어서 그렇지 근본적으로는 타격이 크다. 일본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베트남은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4) 트럼프는 한미FTA도 자주 거론했다. 그러므로 한국을 상대로 한 압박이 없을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한국도 타격이 있다. 그러나 중기 이후로 보면, 한국과 베트남은 이상에서 살펴본 중국, 멕시코, 일본과는 좀 다를 것으로 본다. 중국, 멕시코, 일본은 우선 기본적으로 ‘큰 나라’들이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다. 멕시코는 미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의 경계심리를 발동시킬 수밖에 없는 나라다. 예를 들어 “멕시코를 키워주다 제 2의 일본을 만드는 수가 있다”와 같은 언급이 미국 안에서 나온다(멕시코는 인구도 일본과 비슷하다).
이상의 ‘큰 나라’ 3국과 달리 한국, 베트남 정도는 미국이 같이 가기에 큰 부담이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 체제로 가더라도, 미국이 모든 물품을 ‘수입대체’해서 직접 생산할 수는 없다. 미국 수입대체 생산을 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재와 부품을 수입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런 물품들을 미국에 공급해(주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에 46%의 관세를 때리고, 멕시코에 35%의 관세를 때리면, 다른 나라들(한국, 베트남 포함)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 최대의 소비시장이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장기불황으로 인해 더더더욱 커졌다…)
중기 이후로 보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베트남은 위 ‘큰 나라’ 3국에 대한 대체재가 된다. 최소한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멕시코를 배제하려면, 일정부분 이들 자리를 메워줄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분명 사실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추론은 최소한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필자는 TPP가 무산되더라도 미국이 베트남과의 경제적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로 쓸 수도 있다)
< 경제 관련 – 대내 정책 >
1) 에너지 분야, 특히 오일 관련 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든 불필요한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이는 미국내 오일 공급이 늘어나게 함으로써 국제 원유가를 하락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를 위해 좋은 소식이 아니다. 원자재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원유가 상승으로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 도이체 방크를 다시 나락으로 떠밀 수도 있다. 원유 파생상품에 투자한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의 대형 은행들… 이들이 위기에 빠지면 EU는 금융위기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는 EU의 결속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2)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물품을 들여올 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게 하고,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올 경우 세금을 10%만 부과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현재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안 들여오고 있는 자금을 들어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상의 정책이 실현되면 그 효과가 클 것이다. 이 역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경제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유로달러’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오일 달러도 씨가 마르고 있는 판에…). 이는 유럽 금융산업에 큰 타격을 가하게 된다. 위 1)항에서 언급한 유럽의 금융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트리핀의 딜레마’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미국 달러는 ‘국제 유동성’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 국제 유동성을 수축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리 되면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
< 국제정치 관련 – 지정학 >
국제정치 관련하여 그가 내세운 정책의 핵심은 ‘고립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불개입주의’라 부를 수도 있고, ‘반세계화’라 부를 수도 있겠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결코 나머지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서 작성한 1번 글에 링크가 걸려있으니 앞서의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착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로 국민을 열광시킬 수 있으므로, 고립주의 정책을 실제로 관철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트럼프의 미국이 국제 분쟁 개입을 확대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미국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개입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트럼프는 장사꾼이다. 이 점이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립서비스는 충분히 제공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명분을 중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 그러므로 그는 가급적 국제 분쟁에서 발을 뺄 것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중동에서 발을 빼지 않을까?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부가 지속되는 것은 미국과 그다지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미국이 발을 빼더라도 중동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IS 때문에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현재 중동 분쟁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인데, IS가 사라지고 나면 결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산유국들은 ‘미국의 부재’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안 그래도 무기수입을 급증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많이 수입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미국 군수산업의 큰 고객이 될 것이다.
2) 피벗투아시아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 부분은 후보 시절과 달라질 것으로 본다. 태평양 쪽 비중을 증가시킴으로써 대서양 쪽과 균형을 맞추려는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전략이라 생각한다.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달라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단, 트럼프는 노회한 장사꾼이므로 “피벗투아시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전함으로써 아시아 각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뜯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협상 전술이지 본심은 아닐 것이다.
3) 트럼프는 ‘친러시아’ 입장을 줄곧 흘렸다. 이는 대통령의 정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러시아는 날개를 단 듯 보일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로 인해 이해가 얽히는 인접국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가) 중국 <-> 러시아, 의 구도 러시아는 미국이라는 원군을 얻음으로써 중국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친해진 러시아를 경계해야 하므로 국방상의 부담이 가중된다. 러시아는 남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서쪽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안정되면, 러시아는 아주 명예롭게 중동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된다. 이후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서쪽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한 1차 피해국은 물론 우크라이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선이 확대되면 유럽은 이를 계속 외면할 수 없게 된다. 나) EU(독일 <-> 프랑스) <-> 러시아, 의 구도 트럼프는 나토를 경시하고 있다. 나토로부터 최대한 발을 빼려고 할 것이다. 결국 EU는 홀로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영국 마저 브렉시트를 통해 빠져나가고 없다… EU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할 것으로 본다.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만 남겨졌을 때 이 두 나라가 조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 역사의 경험이 멀지 않다.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4) 트럼프의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핵 보유국이 침공을 당한 적은 없었다. 이 사실을 도외시하면 합리적인 추론이 아니다. 트럼프는 장사꾼이다. 북한을 침공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권에 욕심을 낼 것이다. 미국은 지금도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 (겉으로 엄포를 놓는 것과 실제의 계산은 다르다) ‘북한과의 전쟁’은 오히려 비합리적인 남한 대통령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겠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최소한 미국에 의해서는 아니다.
< 오바마케어의 운명은? >
필자는 오바마케어의 운명이 아주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장기적인 재정 운용 계획, 국가 운용 계획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 언론은 오바마케어의 철폐를 당연시하고 있지만, 필자는 의외로 유지될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오바마케어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망나니 대통령에도 불구하고 국가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철폐된다면, 명백한 미국 역사의 퇴보가 될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가 물러나고 나면 복구될 것으로 본다.
< 종합적으로 … > 트럼프에게는 ‘역사의 악역’으로서의 역할이 맡겨진 것으로 본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공황의 흐름을 급거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단기간의 열광이 지나간 후,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 결국 그는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 듯하며, 미국인들에게 ‘잘못된 선택’에 대한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듯하다. 이런 면에서는 역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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