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앞으로 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미국은 실패한 나라, 실패한 사회인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63·사진)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크루그먼은 8일(현지시간) 대선 개표결과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굳어지자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모르는 우리 나라(Our Unkown Country)’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올렸다. 그간 미국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읽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이 담긴 글이었다.
잇단 칼럼에서도 누구보다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확신해왔던 크루그먼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순간 믿을 수 없고 끔찍하게 보이지만, 상황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나 같은 사람 그리고 대다수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진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시인했다.
“우리는 이 나라가 인종편견과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훨씬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됐다고 생각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민주적 규범과 법의 지배를 중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의 이상을 공유하지 않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면서 도시 외곽의 백인 남성들을 거론했다.
공화당이라고 하면 후보를 가리지 않고 투표하는 ‘묻지마 지지자’들도 함께 비판했다. 크루그먼은 “우리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오늘은)끔찍한 폭로의 밤”이라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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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