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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10. 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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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이름난 스타벅스 대신 동네 커피점 찾는 이유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6.10.04. 09:02 


         



빅브랜드는 기업, 소비자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지만 거대한 파워를 지닌다는 사실만으로 질시와 회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골목길 작은 가게의 단골 고객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진출을 앞장서 반대하고 글로벌 브랜드가 등장할 때 동네 레스토랑, 미용실에 더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다. 골리앗과 다윗의 불균형적인 경쟁 상황에서 약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의지와 가치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구매자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고 시장을 변화시키려는 행동을 ‘정치적 소비(politicized consumption)’라 한다. 이상적인 모습의 시장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소비는 주로 반대하는 기업의 상품을 거부하는 보이콧팅(boycotting)과 지지하는 브랜드,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입하는 바이콧팅(buycotting)을 통해 이뤄진다.


파하리아(Paharia) 조지타운대 교수는 기업 간 경쟁구도와 정치적 소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가상의 동네 커피숍이 경쟁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동네 커피숍이 공격적으로 경쟁에 임할 때 소비자들의 선택 의향은 차이가 없었지만 스타벅스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는 작은 커피숍을 선택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이미 입지를 구축한 거대 브랜드가 약자 브랜드를 공격하는 상황이 되자 소비자들은 강자를 처벌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에이브리(Avery) 하버드대 교수는 대형 브랜드에 맞서는 중소 브랜드는 불균형적인 파워 관계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약체효과(underdog effect)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기저에는 키 큰 양귀비 신드롬(tall poppy syndrome)이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구 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용어는 재능이나 성과가 유별나게 뛰어난 사람이 공격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한다. 키 큰 양귀비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목이 잘리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같은 조직 내에서 성공한 동료를 미워하고 헐뜯는 집단적 분개와 질투를 예로 들 수 있다. 뛰어난 사람을 동경하면서 동시에 그 위상을 꺾고 싶은, 경쟁 사회 속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작용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크게 성장한 기업에 고객들은 애정과 경외심을 보이는 동시에 위압감을 느낀다. 이때 기업은 키 큰 양귀비 신드롬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숨기거나 최소한으로 노출시키는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안호이저부시인베브가 소규모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맥주 라벨에서 기업명을 보이지 않게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성 강한 소비자는 대기업 제품을 대중적으로 여기거나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강자의 약점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디브랜딩 방식을 사용한다면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회생할 수 없을 만큼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안호이저부시인베브는 맥주양조협회로부터 소규모 양조장이 만든 것처럼 속인 ‘가짜 수제맥주’를 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디브랜딩은 후광 없이 순수하게 상품 본연의 가치로 경쟁하고자 할 때 시도해볼 만한 전략이다. 동경과 질시의 대상인 빅 브랜드가 키 큰 양귀비 신세를 면하려면 무엇보다도 평소 믿음직한 맏형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6호 (2016.09.28~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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