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자 버니. 그를 바라보는 나의 눈물
권종상 (jongsang****) 2016.07.27 08:50
끝까지, 승자는 클린턴이 아니라 버니 샌더스였습니다. 공화당의 전당대회 직후 열리기
시작한 민주당의 컨벤션에서, 후보의 왕관을 쓰게 될 힐러리 클린턴보다 훨씬 더 돋보인 것은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그리고 누구보다도 버니
샌더스였습니다.
누군가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 자주 경험하는 일은 아닙니다만, 어제 버니의 연설을 듣고 눈물이 줄줄
흘렀던 것은 그간 버니가 보여줬던 기적의 무게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억울함이기도 했습니다. 전당대회를 준비해 왔던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그동안
버니가 후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얼마나 치졸한 짓을 해 왔는지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됐고, 이 때문에 분노한 버니 지지자들의 분위기가
전당대회를 완전히 망쳐 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정 대인배였습니다. 그는 연설을 통해 그간 자신이 이뤄온
일들에 대해 죽 설명을 하고, 그가 무엇을 했는지, 그가 선거판을 어떻게 바꾸고 정책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설명하며 지지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 곧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버니의 미국을 꿈꾸며 미래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그의 캠페인에 꾸준히 도네이션을 해 왔고, 어느 순간에
보니 그에게 조금씩 조금씩 건건이 보냈던 돈이 천 달러를 훌쩍 넘겼다는 것을 나중에 계산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 돈이 전혀 아깝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저는 미국의 미래에 투자한 것이고,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미국에 투자를 한 것이고, 내 새끼들이 살아갈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소망에 기꺼이 약간의 힘을 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어느 정치인도 이 사람처럼 저로 하여금 열광하게 만든 사람은
없습니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열기보다 더 뜨거운 가슴으로, 저는 이 노인네를 사랑했고, 지지했고, 그가 말하는 것을 제 생각으로 받아들였고,
그리고 또 수많은 다른 나같은 이들이 열렬히 "버니!"를 외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는 퇴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눈물과 함성을 함께 모아 만든 거대한 족적과 함께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기존 정치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얼마나 버니가 세워
놓은 이정표를 따라가 줄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지금의 신자유주의의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며 친기업적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트럼프보다는 낫겠지요. 지금까지 미국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공화당 정권들이 어떤 일을 해 왔는가를 되돌이켜보면, 솔직히 좀
떨떠름하더라도 저는 힐러리에게 투표할 겁니다. 내 아들들이 살아갈 미래의 세상이 트럼프가 그리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될 테니까요.
이 불공정함 속에서도, 버니는 자신이 만들어 내려고 했던 세상의 밑그림의 일부분을 힐러리 클린턴에게 강제로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버니 지지자들의 열기는 계속해 이어질 미국의 젊은 정치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Occupy Wall St.!" 을 외치던 사람들은
버니를 연호했고, 이제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앞으로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이 선택권이
사실은 무지 제한되어 있는 미국 정치 체제에서, 저는 버니라는 화인이 내 가슴에 새겨놓은 낙인을 생각하며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