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샌더스에게 뒤쳐지는 본선 경쟁력…고민 깊어지는 힐러리

국제· 미국

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5. 25. 11:19

본문

 

 

샌더스에게 뒤쳐지는 본선 경쟁력…고민 깊어지는 힐러리

기사입력 2016-05-24 15:37|최종수정 2016-05-24 15:38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끝까지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가 갈 길 바쁜 클린턴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샌더스 후보는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가 근로자들과 젊은이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오는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지난 23일 (현지시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운동 과정을 통해 그동안 전당대회에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하게 됐으며, 그들 대부분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두세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근로자들, 평생 한 번도 투표하지 않은 근로자들이다."라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캘리포니아 비스타 지역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
AP)

 


샌더스는 이어 "민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새로 참여하게 된 근로자들과 젊은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서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역동성을 창조해야 한다. 시끌벅적해야 한다. 민주주의 과정이 항상 멋지고, 조용하고 신사다운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전당 대회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것이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모든 일이 조용하고 질서 있게 그리고 격렬한 토론 없이 진전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오는 6월 7일 캘리포니아 경선 이후 샌더스 후보가 사퇴해주길 바랐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으로는 샌더스 후보가 7월 전당대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슈퍼 대의원을 포함하면 6월 7일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이른바 매직 넘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AP)

 


샌더스의 경선 완주 동력은 힐러리보다 앞서는 본선 경쟁력

샌더스가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수 없음에도 힐러리 클린턴 진영을 압박하는 동력은 힐러리 클린턴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는 본선 경쟁력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본선 경쟁력에서 샌더스는 트럼프를 상대로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와의 본선 가상 대결에서 3%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샌더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무려 15% 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클린턴 후보가 전국적인 조사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후보에게 3% 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난 지난 19일 폭스 뉴스 여론 조사 결과에서 샌더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4%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CBSNYT의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를 상대로 한 경쟁력은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앞서는 등 4월 말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트럼프를 상대로 한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샌더스 후보는 유세 현장을 찾을 때마다 이른바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건 미국의 재앙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자신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게 샌더스 후보의 논리이다.




게다가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확정된 이후 당 내외의 경선 사퇴 압박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샌더스는 클린턴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왔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클린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샌더스는 클린턴의 최대 약점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월가 등 미국 기업들과의 유착 의혹 등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샌더스는 최근 유세에서 "경쟁자인 클린턴과 나는 매우 중요한 견해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 가운데 하나가 선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의 차이다. 나는 슈퍼 팩을 갖고 있지 않은 유일한 후보인 게 자랑스럽다. 나는 월가는 미국 기업의 돈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월가나 미국 기업을 대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나라의 근로자 가족들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유세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 (사진=
AP)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의 최저 임금 정책도 비판했다. 클린턴은 1시간당 12달러의 최저 임금을 내세웠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으며 최소한 시간당 15달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자유 무역 협정에 대한 지지 여부, 셰일가스 시추 허용 여부 등 많은 분야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샌더스 제3 후보로 출마할 수도”

샌더스의 이런 행보에 대해 현재까지 미국 언론들과 정치 분석가들은 샌더스 후보가 자신의 말대로 좀 더 진보적인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다. 샌더스가 그동안 여러 차례 경선에서 패한다면 트럼프의 낙선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점은 힐러리 클린턴 진영으로서는 다소 위안을 삼을만하다. 하지만 샌더스의 이런 태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샌더스의 독자적인 제3 후보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언론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클린턴과 네이더의 유령'이라는 칼럼에서 클린턴에 대한 샌더스의 반감과 이에 따른 행보가 심상치 않다면서 네이더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샌더스가 결국 제3 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럴 경우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앨 고어의 발목을 잡았던 랠프 네이더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렐프 네이더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불과 수천 표 차이로 재검표까지 시행됐던 플로리다주에서 수만 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부시 당선의 일등 공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랠프 네이더 변호사. 그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제3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위키피디아)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까?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당 내외 지지를 확장해가며 예상외로 선전하고, 민주당은 거꾸로 당내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당의 분열 조짐이 보임에 따라 '힐러리-샌더스' 러닝메이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해 그의 정책과 열렬한 지지자들을 끌어안아야 대선 본선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클린턴 후보도 19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장래의 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샌더스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클린턴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저소득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등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꼽히지만 샌더스 의원의 보편적 의료보험, 국공립대 등록금 폐지, 부자증세, 월가 개혁 등의 개혁적인 공약 등도 어느 정도 흡수해야 한다는 점은 클린턴 후보에게는 부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 자체가 보수적 공화당 지지층의 표심을 결집하는 요인이 되거나 트럼프 공세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후보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샌더스의 지지층은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 8년간 건강 보험료는 그대로 부담하고 소득은 별로 늘지 않았으며, 소득 불평등은 악화하고, 또 흑백 간 인종 긴장도 악화하는 등 나아진 게 없는데도 클린턴의 정책은 현상 유지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따라서 "민주당원들은 처음에는 이번에는 클린턴의 차례라고 믿어왔지만, 본선이 다가오면서 과연 자신들이 후보를 제대로 뽑았는지 자문하게 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답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의철기자 ( kimec@kbs.co.kr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