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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4.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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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나는 손님만 300명 "나는 야쿠르트 아줌마"

[보니!하니!] 야쿠르트 아줌마와의 동행… 4시간 동안 1만6000 걸음

머니투데이 이슈팀 신지수 기자 |입력 : 2016.04.07 05:50|조회 : 52321

 

 

 

 

편집자주'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루 만나는 손님만 300명 "나는 야쿠르트 아줌마"
하루 만나는 손님만 300명 "나는 야쿠르트 아줌마"

 

나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복순이'다. 야쿠르트와 함께 복도 배달해준다고 해서 고객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26년째 장안동에서 야쿠르트 배달을 하고 있다. 하루에 소화하는 배달구역만 220곳이다. 지나가다 구매하는 고객까지 합하면 하루에 대하는 손님만 300명이 넘는다.

 



◇ 6시부터 배달 준비 "1분 1초가 부족"

 



300명분의 야쿠르트를 준비하려면 1분 1초가 부족하다. 오전 6시엔 지점에 도착해야 6시30분에 배달을 떠날 수 있다.

오늘 배달할 양은 △야쿠르트 200개(일반·저당) △야쿠르트400라이트 30개 △에이스 20개 △쿠퍼스프리미엄 30개 △커피 30개 △윌 100개 총 410개다.

전동차가 있어 많이 편해졌다. 예전엔 물품을 끌고 뛰어다니던 거리를 시속 8km의 전동차를 타고 질주할 수 있다. 지점에서 배달구역까지 걸어서 30분이 걸렸는데 전동차로는 12분에서 15분 사이에 도착할 수 있다.

 



강길자씨가 하루 동안 배달할 물품들. /사진=신지수 기자
강길자씨가 하루 동안 배달할 물품들. /사진=신지수 기자

 

 

◇ 야쿠르트 1개도 소중히…'보물찾기' 같은 배달

 



오전 7시 장한평역 2번 출구 부근에서 배달은 시작된다. 장한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자동차 정비소부터 폐차부품 공장까지 20여 곳이 있다. 이곳이 내 구역이다.

 



강길자씨가 폐자동차부품공장들에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강길자씨가 폐자동차부품공장들에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빵빵빵." 장한로3길로 향하는 사이 자동차 한대가 시끄럽게 경적을 울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비켜선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박씨 아저씨가 건네는 인사다. 입꼬리가 눈꼬리와 맞닿을 정도로 환한 인사로 화답한 후 다시 배달길에 오른다.


장한로3길과 천호대로83길 사이에 전동차를 세운다. 이제는 발로 뛸 차례다. 고객들과 약속한 장소에 야쿠르트를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23년째 단골인 자동차부품 가게에는 셔터문 오른쪽 부근에 윌 2개와 야쿠르트 3개가 담긴 비닐봉투를 놓아둔다. 고객이 출근하자마자 야쿠르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5년째 배달하는 폐차공장은 나사와 공업기구들이 쌓인 입구 근처에 윌 1개를 배달한다. 남이 보면 '보물찾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찾기 힘든 장소기 때문이다. 오직 고객과 나만 아는 장소다.

24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남수씨(50)에게 야쿠르트 11개를 배달하고 나면 오전 8시가 된다.

 



◇ "지금 들어가면 안돼" 직장인 배달은 '눈치게임'이 생명

 



아침 8시. 이제는 삼성생명·동부화재·KB국민은행·국동·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회사원들에게 야쿠르트를 배달할 시간이다.

장한평역 1번 출구 근처 자전거거치대 바로 옆에 전동차를 세워놓고 배달 준비를 한다. 배달할 건물이 10m 안에 있고 차로 지나가던 손님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위치기 때문이다.

"지금 들어오면 안돼." 건물 배달용 카트에 물품을 싣고 있는데 KB국민은행에서 청소일을 하는 이영순씨(46)가 달려온다. 배달을 가야 하는 국민은행이 아침 회의중이라 조금 후에 배달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회의중일 때 가면 고객들이 싫어하고 눈치를 주기 때문에 이런 조언들은 중요한 정보다.

영순씨뿐만 아니라 동부화재 건물을 청소하는 조군자씨(70)도 내 '정보원'이다. 회사원들이 회의중인지 외근중인지, 전근을 갔는지 등을 알려준다. 170원짜리 야쿠르트 하나를 덤으로 주며 고마움을 표한다.

회의시간 피하기 이상으로 출근 피크타임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배달용 카트와 함께 2인분을 차지하면 눈총이 따갑다. 피크타임이 시작되기 전 8시50분까진 배달을 마치는 이유다. 부득이하게 그 시간에 배달을 하면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내 행선지가 5층이라도 10층에 회의가 있으면 10층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이영순씨가 강길자씨에게 KB국민은행이 회의중이니 잠시 뒤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이영순씨가 강길자씨에게 KB국민은행이 회의중이니 잠시 뒤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 직장인 A씨 "아주머니 인사에 기분 좋아져요"

 



눈치작전을 펼치며 배달장소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1초에 한 번씩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인사를 건네야 한다. 적막한 사무실과 회사원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처음 인수인계 받았을 땐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성인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복순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루에 세 번 찾아가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오전 9시까지 배달 한 텀이 끝나면 곧바로 7시에 배달한 곳으로 달려가 얼굴을 비춘다. 야쿠르트 말고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다. 아침에 제품을 마시고 싶다는 고객을 제외하면 일부러 10시, 1시에 배달한다. 2~3시간 텀으로 얼굴을 비추면 친밀감도 더 생기고 인사를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야쿠르트를 받기 시작한 정의한씨(44·동부화재 직원)는 "우리 같은 샐러리맨들은 아침에 절어 있는데 아주머니가 활기차게 인사해주셔서 기분이 다 좋아진다"고 인사에 답해준다.

이호열씨(5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사무소장)도 볼 때마다 "해피바이러스 오셨어"라고 얘기해줘 지친 다리에 힘이 솟는다.

꾸준함도 영업비법 중 하나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건물에 170원 야쿠르트 한 개를 배달해야 했다. 고객도 미안해했다. 하지만 6개월을 꾸준히 배달하니 그 건물에서만 고객이 30명으로 늘어났다.

 



기자(오른쪽)가 야쿠르트 아줌마 옷을 입고 직접 배달해보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기자(오른쪽)가 야쿠르트 아줌마 옷을 입고 직접 배달해보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 하루에 30만원, 한 달에 170만~200만원

 



1만6000 걸음.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앉지 않고 발품을 판 결과다. 그렇게 220곳을 돌고 길에서 마주치는 고객들에게 판매해 버는 돈은 월 매출 800만원, 하루 수입 30만원이다. 평균 월급은 170만원이지만 발품을 더 팔면 200만원도 벌 수 있다.

처음엔 '돈'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내 자산이다. 내일 새벽 또 활기찬 하루를 기대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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