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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의 미국, 그리고 개성공단 닫은 한국

국제· 미국

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2.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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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의 미국, 그리고 개성공단 닫은 한국

권종상 (jongsang****)  2016.02.11 05:48

 

 

 

 

기대를 모았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제 관심은 과연 얼마나 차이를 내며 버니 샌더스가 1등을 할 것인가 하는 거였고, 마치 그 기대를 알았다는 듯, 뉴햄프셔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버니를 무려 21% 차이로 힐러리를 따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남부로 무대를 옮기는 각종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등 예비경선의 무대에서 힐러리가 우세하리라는 말도 나오지만, 저는 미국 사람들을 조금 압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남부에서도 버니의 우세는 계속될겁니다.

 


 

미국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의 철학 때문입니다. 미국 국민들이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그들의 보수성이 실용이란 면과 만나면 변화를 가져옵니다. 정치는 이들에게 철저히 개인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당장 못 살게 됐는데, 내 삶이 팍팍한데, 과연 누가 나를 잘 살게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평소엔 절대 없었을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즉, 버니가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메스가 아니라면, 미국이라는 거인이 지금의 치명적 중증 비만 성인병 증세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지요. 그리고 이 땅에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겐 그것이 너무나 분명한 현실이 됐고, 그런 공감대들이 그들을 투표소로 이끌어 낸 겁니다.

 


남부에서도 버니의 약진이 이어질 거라고 보는 이유는, 남부의 민주당 지지자들도 갖고 있는 특유의 보수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남부에서, 지금까지 총기에 대해 총기 소유자의 문제지, 총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 제가 버니 샌더스를 생각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인 - 일관된 입장을 지녀 온 버니 샌더스는 아마 거대 로비단체인 NRA(전미총기협회)의 직접 지원은 받지 못해도, 그 회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힐러리는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총기 규제를 말하고 있지만, 남부에서 이를 쟁점화시키는 바보짓은 하지 않겠지요. 이제 이 예비경선 중반에서 말기로 갈 즈음 이 문제를 꺼내들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어쨌든, 미국의 이 개인적 실용주의는 버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정치는 사실 실용주의적인것이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실리적인 행위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정치에 대해 입버릇처럼 '정치는 명분'이라고 말합니다. 일부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명분에 자신의 이익이 가려지는 바보같은 짓들을 서슴치 않습니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은 광해군이 쫓겨나고 인조가 들어선 이후의 조선을 보는 듯 합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 노선을 버리고 친명사대노선을 걸었던 조선이 그러잖아도 임진왜란으로 온 강토가 폐허가 된 상태에서 다시 오랑캐의 침입을 받자 어떻게 됐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남북 관계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의 증거기도 했던 이 개성공단의 전면 폐쇄는 이 정권 아래서는 어떠한 형태의 남북교류도 안 하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유산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아마 김대중-노무현 시대에 엄청난 지원을 했고, 이것 때문에 북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분명한 개성공단 폐쇄의 명분이겠지요. 이명박 시대에 사실 노무현 시대보다 더 많은 지원금이 북으로 갔다는 사실 같은 건 완전히 숨겨진 채.


 

 

일단,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은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된 말씀이지만, 이중 적지 않은 분들은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그들에게 자신의 표를 주었던 분들일겁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의 일부가 무너져도 상관없으니 자신이 원하는 식의 외교, 명분외교를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에서, 저는 무능했던 인조와 그 조정을 봅니다.


 

 

이들이 이렇게 해서 긴장을 만들려는 이유도 너무나 뻔해서 실소만 나옵니다. 개성공단을 닫아 버리는 상징적 조치를 통해서 자기의 지지자들을 결집해 이제 두 달 남은 총선에서 이겨 보겠다는 의도겠지요. 미국에 살고 있는 필부일 뿐인 제게도 뻔히 보이는 그들의 의도,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빚어질 쓸데없는 긴장, 그리고 여기에 얹혀 있는 사드 문제로 인해 고조될 중국발 긴장상태... 과연 이런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퍽이나 실용적인 조치였을까요? 아, 아니군요. 그들의 정권 연장을 위해서는 '실용적인' 조치였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들이 생각하기엔.


 

 

정치에서 명분이 아니라 실리적인 것을 취하며 미국을 바꿔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얻다가, 눈을 한국으로 돌리면 참 답답합니다. 이렇게 그냥 저들의 소모적 심리전에 당하고 있을 겁니까, 아니면 의회 권력과 정권을 교체하는 것으로 보다 실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제 그 선택의 시간도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군요.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모습이 이렇게 다른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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