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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1. 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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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古城) 세일

 

입력 2015-03-20 20:28:33 | 수정 2015-03-21 01:14:2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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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18세기 고성(古城)이 매물로 나온 것은 1년 전이었다. 교실 22배 넓이의 공간에 방 7개, 리셉션룸, 거실, 식당, 주방, 서재, 드레스룸을 갖춘 성이다. 여의도공원보다 넓은 대지에 사냥터, 게스트하우스, 오렌지 농장, 수영장, 테니스 코트까지 있다. 가격은 1100만유로. 당시 환율로 1500만달러(약 160억원)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고성 매물이 프랑스에만 800여개나 된다. 사상 최다다. 그중에는 우리 돈 10억~50억원짜리도 많다. 부의 상징인 고성이 왜 시장에 쏟아져 나온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위기다. 우선 최소한의 난방비가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든다. 각종 관리비와 유지비를 합치면 웬만한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았지만 경제난이 계속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3대 가족 10~20명을 기준으로 설계한 고성에 3~4명이 사는 경우도 많다.

 



수리할 일이 생기면 더 곤혹스럽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은 당국에 별도의 보수 신청서를 내야 하고 허가받기까지 반 년을 기다려야 한다. 복원 전문가가 공사하기 때문에 비용도 더 든다. 공공기관 지원을 받으려면 고성을 연 1개월 이상 개방해야 한다. 세제 혜택까지 받게 되면 2개월로 늘려야 한다. 한때 풍요의 상징이었던 고성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 부유층이 세금 적은 나라로 이동하면서 고급 주택 재고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고성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한 성 주인은 지난해 6월 900만유로에 내놨다가 12월에는 695만유로로 낮췄다. ‘고성 세일’에 유로화 약세까지 겹쳐서 고성 가격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가격 하락과 최근 환율을 반영하면 당초 900만유로에 나왔던 고성값이 500만달러(약 56억원)나 낮아졌다. 140억원짜리를 84억원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쯤 되자 돈 좀 있는 미국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경기 호전에 환율까지 돕는 형국이니 군침이 돌 만하다. ‘수백년 역사의 고성에서 로맨스 영화 주인공처럼 낭만적인 밤을?’ 엊그제 미국 경제방송도 “화려한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미국 투자자들이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고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까지 “유럽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거들고 있다. 이참에 나도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알렉상드르 뒤마를 한번 꿈꾸어 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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