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서 자연 생활로 직장암 극복한 전문의 김선규씨
지리산서 자연 생활로 직장암 극복한 전문의 김선규 수술받은 뒤 지리산서 도인 생활5년 생존 고비
넘겨 의사로 복귀직장암 극복한 전문의
김선규씨
한국암환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규(50)씨는 남다른 암 투병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6년 전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그는 암 투병의
고비인 5년 생존의 좁은 관문을 이미 뚫었다.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지리산에 홀로 들어가
3년간 요양한 것이 암과의 싸움에서 이긴 원인
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암 전문의들은 이와 관련 “수술을 통해 직장암
부위를 떼어낸 것이 성공적이어서 암을 이기게
됐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지리산 생활
3년’이
가슴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에게 암과 싸운 얘기를 듣고 싶다고 전화를 하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자신의 병원으로
와달라는 답이 왔다.
“암은 ‘라이프 스타일 병’입니다.
직경 1㎝의 암이 발견됐다고 하면 적어도
10여년간
나쁜 생활 습관을 이어왔다는 얘기입니다.
저 역시 건강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암에
걸리기 전 자주
술을 마셨습니다. 새벽까지 술을
먹다가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환자를 본 적도
있었지요.
”계속되는 설사로 암 징후
나타나 지난 9월 2일
오후 병원 지하 비만 클리닉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이 암에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암에 걸리기 전 몸무게가 90㎏이나 나가
소변을 보면 배 아래는 보이지도 않았다”며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178㎝의 키에 73~75㎏의 몸무게를 유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암 진단을 받은 것은
1998년 봄. 어느 날 설사가
이어져 ‘술병’이려니 넘겼는데 약을 먹어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병원 가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검사를 받지
않으면 단식을 하겠다”는 아내의 강권에 못이겨 병원을 찾았다.
“아는 의사한테 특별히
부탁해 진료 전 아침 시간에
방사선 검진을 받았지요.
그런데 이 양반이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찍어보자’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다가 하는 말이 ‘종합병원에 가서 확인하라’는 것이었죠.
”부랴부랴 모교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을 한 결과 ‘시뻘건 덩어리’가 발견됐고, 직장암 3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미 암이 임파선으로 번진 상태여서
생존율이 30~40%에 불과했다.
“담담했습니다. 여기서 죽으면 안된다는 불안함은 별로 생기지 않더군요.
이 기회에
좁은 진료실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다가
죽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곧 수술을 받고 직경 7㎝의 암 덩어리를 포함해
직장 20㎝를 도려냈다.
그가 평범한 환자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은 그때부터. 수술과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라는 코스를 택하지
않은 것이다.
“기초 검사를 받고 항암 치료를 받게 돼 있었는데
동료 의사가 ‘나 같으면 그러지 않겠다’는 거예요.
내 암이 이미 경계선에 와 있어 항암 치료 결과가 나타날지 안나타날지 불확실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죠.” 그는 그 길로 집과 아이들을 아내한테, 병원을 후배한테 맡기고 홀로 지리산 자락으로 찾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구입한
낡은 농가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사느냐 죽느냐를 떠나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생각
했습니다.
진료실에만 틀어박혀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고 눈코 뜰 새 없이 살아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삶을 점검하자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지요.”
“암은 나쁜 생활 습관 이어온 결과”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태극권으로 몸을 풀고 밥을 지어 먹은 후 지리산에 올랐다.
등산을 갔다오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태극권을 한 번 더 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태극권은 암 진단 후 몸에 좋다고 해서 익혔다.
직접 해먹는 음식은 물론 무공해 천연식.
밥은 현미밥이고, 물은 지리산 약수, 그리고 산나물과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주로 먹었다.
육류가 먹고 싶으면 직접 바닷가로 나가
신선한
생선을 사다 먹었다. 하지만 그는 3년간의 요양
생활 중 특별히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어서 암
재발을 막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양 생활 자체가 중요했지요. 공해에 찌들고,
경쟁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살아온
생활을 접고 모든 걸 비운 게 중요했다고 봅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한테 ‘암에 걸리면 생활 태도를
돌이켜보고
반대로만 생활하라’고 말하는데 결국
정신ㆍ환경적 요소가 암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는 지리산 요양 생활 중
몇 달간은 사촌 동생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대표인
사촌 동생은 우연히 그와 똑같이 직장암에 걸려
치료를
위해 내려왔다.
하지만 사촌 동생은 요양 생활 중에도 “비우지를
못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자수성가를 한 동생은
미련이 많더군요. 몸만 지리산에 와 있지 머리는
서울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두 살 아래인 동생은 결국
작년에 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그는 3년간의 요양 생활을 마치고 건강에 자신을 찾은 후 서울로 올라왔다.
다시 진료를 시작했지만 생활은 철저히 달라졌다.
“절대로 내 몸을 극한으로 몰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하루 7시간은 자고
술은 자제합니다.
요즘은 백세주같이 순한 술로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있습니다. 고기는 한 달에 한두 번 먹는 게 원칙이고
먹더라도 붉은 고기보다는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家禽流)를 먹습니다.
또 등산과 테니스 등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이렇게
하려니까 일주일에 세 번만 진료를 하지요.”
자신의 말대로 암이 전화위복이 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셈이다. 또 이렇게 조심을
하는 것은 암이 그만큼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에는 자주 피로했었는데 지금은 피로감도 별로 없어요. 암을 완치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만 주변을 보면 안심할 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6~7년, 심지어 9년 만에 암이 재발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는
“암은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처럼 잘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더 와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건강만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암환자협회 회장으로 1000여명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전직
회장이었던 김영남씨의 주도로 2000년 설립된 암환자협회는 암 환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자발적 단체. 암 환자들끼리의 정보 교환과 권익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김영남씨가 폐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2002년 “거의 강제적으로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진료를
쉬는 날에는 회원들의 전화 상담을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번 전화통을 붙들면 1~2시간을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로 내가
어떻게 암을 극복했는지를 묻고 암 치료와 관련된 온갖 질문을 하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벅찬 일입니다.”
그는 “진료 시간이나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울면서 도와달라고 할 때는 참 난감하다”며 “솔직히 이제는 암 환자들한테서 벗어나고 싶은데 딱한 사정들을 생각하면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암 환자 위한 책 집필 중 그는 암 환자들에게 자신과 같은 요양 치료를 선뜻 권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혼자 요양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암 환자들은 아이처럼 돼 혼자 있기를 두려워합니다.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고 트러블이 생기는 것인데 의지가 굳건하지 못한 환자한테 혼자 요양하라고 권할 수가 없지요.”
그는 암을 극복한 의사로서 암
환자들을 위한 책을 쓰고 있다. 암 환자가 치료 중 궁금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사의 양식을 걸고 쉽게 답해주는 내용이다.
자신이 겪은 직장암뿐 아니라 부위별 암에 대해 공부하고 있고 자신에게 적용했던 식이요법도 정리하고 있다. 대략 6~7권 분량의
단행본으로 낼 계획인데 이미 절반 정도 원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김선규씨 병력
- 1988년 44세 때 직장암
3기 판정
- 직장 20㎝ 도려낸 수술 후 지리산 行
- 지리산서 3년 요양, 등산과 산나물·텃밭서 가꾼
채식 위주
식사
- 5년 생존율 뚫고 생업 복귀, 현재 한국암환자
협회 회장으로 암 환자들 돕고 있음카톡
카스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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