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2호점, 일본 등 이색 서점 돌며 아이디어
한경비즈니스입력2015.12.21. 09:02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 출입구 인근에는 ‘심야 책방’으로 소문난 동네 서점 ‘북바이북’이 있다. 미디어시티 빌딩 사이 맛집 골목 어귀에 자리한 이곳은 외관상 카페와 비슷하지만 66㎡(20평) 규모의 반 이상이 책장인 서점이다. 심야 책방은 맥주 등 술을 팔면서 붙은 별칭이다. 인근 직장인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3년 전 직장(다음 커뮤니케이션)을 그만둔 김진양 대표는 언니인 김진아 대표와 함께 서점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작은 서점들을 벤치마킹했다. 서울 홍대의 ‘땡스북스’와 일본 도쿄의 ‘부장고’, ‘쿡쿠프’ 등 이색 서점을 탐방하며 얻은 결론이 바로 북바이북이다.
상담동 작은 골목길에 23㎡(7평) 규모로 1호점을 냈고 1년여 만에 2호점인 본점을 열었다. 2년 사이 회원 규모가 1500명 선으로 늘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공세 속에 동네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던 시기, 왜 굳이 서점을 시작한 것일까. 김진양 대표는 “다음에서 온라인 콘텐츠 기획 업무를 하면서 개성 있는 작은 창업 사례를 인터뷰해 모음집을 낸 적이 있는데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어서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서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술 파는 책방’은 일본의 동네 서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접목한 것이다. 마침 개정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이색 서점으로 북바이북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전국구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상암동에 주요 방송국이 밀집한 덕에, 낮술을 즐기는 언론인들이 즐겨 찾으며 예상외의 고객층도 챙겼다.
책마다 고객이 쓴 독서카드
북바이북은 책에 ‘플러스알파’의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기존 서점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불황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김진양 대표는 북바이북을 ‘아지트’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큐레이션’ 개념으로 선별하고 있다. 주인장의 취향과 고객들의 추천이라는 두 가지 조합으로 북바이북의 책들이 결정된다. 좋아하는 책을 직접 선별하고 고객들의 검증을 거치는 식이다.
서가 분류도 북바이북 스타일을 고수한다. 일례로 1호점의 한 책장에는 흰색인 책들만 꽂혀 있다. ‘책꼬리’와 고객별 독서카드도 있다. 책꼬리는 책을 먼저 읽은 고객이 짤막한 감상을 적어 책 사이에 책갈피처럼 꽂아 놓은 것이다. 무슨 책을 살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북바이북은 책꼬리를 적는 손님에게는 커피를 무료로 내주고 있다. 김진양 대표는 “대형 서점에 가거나 더 싼 가격으로 온라인을 이용하지 않고 이곳에 오는 고객들은 북바이북이 주는 가치를 찾아서 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를 책을 중심으로 계속 엮어 나가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 콘서트, 유튜브 통해 생중계
북바이북이 이른 시간 내에 유명세를 탄 배경에는 SNS가 있다. 김진양 대표가 서점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SNS 마케팅이었다. ‘상암홀릭’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를 시작했고 서점이 아닌 맛집 소개 페이지로 운영했다. 반응이 좋은 생활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자 몇 달 사이 1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파워 블로그가 됐다. 효과적으로 서점 홍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추가해 총 4개 SNS 채널을 운영하며 북바이북의 여러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북바이북은 매장 판매를 원칙으로 하지만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문받은 책을 택배로 배송도 한다. 책값은 모두 정가로 계산하는 대신 구매한 책을 다시 가져오면 정가의 80% 가격에 매입한다.
김진양 대표는 최신 트렌드를 큐레이션과 북바이북이 여는 행사에 적극 반영한다. “책만큼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는 매체가 없고 다른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강점 또한 큐레이션과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 히트 상품이 ‘작가와의 대화’다. 작가와 고객과의 만남의 장으로, 한 달에 한 번 저녁 8시에 열린다. ‘북 콘서트’ 또한 북바이북이 자랑하는 콘텐츠다. 한 달에 한두 번 재즈 뮤지션 등을 초청해 일종의 ‘살롱’처럼 운영하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흥행했다. 북 콘서트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퇴근길 직장인과 동네 주민의 문화 공간으로도 변신한다. 수시로 드로잉 강습, 요리 실습, 부채 만들기 등의 행사도 열리고 있다.
책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이른바 ‘책맥(책+맥주)’은 북바이북을 통해 확산된 신조어다. 김진양 대표는 “유행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바이북과 같은 동네 서점이 이색 서점으로 알려지면서 ‘동네 서점 지도’도 생겨났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퍼니플랜은 국내 60여 개 동네 서점의 위치와 정보를 공유하는 ‘동네 서점 지도(Bookshop Map in Korea)’를 만들었다. 최근 동네 서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동네 서점의 부활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도서 정가제 시행 이후 ‘반짝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이미 대세는 ‘온라인’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의 위력이 조만간 몰아닥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공세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서점들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북바이북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현주 기자 cah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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