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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경쟁'..일본 참여로 무게 추 기울어

러시아·베트남·인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10. 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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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경쟁'..일본 참여로 무게 추 기울어

한중 FTA 치중하다 뒤늦게 관심 표명, 중국도 '중립'으로 선회

한경비즈니스|입력2015.10.26. 08:48|수정2015.10.26. 09:03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 것은 2009년이다. 2005년 P4(Pacific 4: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브루나이)는 2006년 1월까지 회원국 간 관세의 90%를 철폐하고 2015년까지 모든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를 구축했다.

 

이후 2008년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협정 참여를 위한 교섭을 시작하면서 명칭이 ‘TPP’로 전환됐다. 2010년 미국·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가 참여하기로 밝힌 뒤 2011년 멕시코와 캐나다가 TPP 교섭에 참가하고 2013년 4월 일본의 참여가 최종 승인되면서 12개국이 됐다.

 

 

2011년엔 한일 모두 RCEP 진영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ASEAN)+3(한중일)’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EAFTA)가 2004년 중국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한국은 2기 EAFTA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일본의 주도로 ‘아세안+6(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중심의 동아시아포괄적경제파트너십(CEPEA) 공동 연구가 시작됐다. 두 연구 결과는 2009년 완료돼 같은 해 8월 ‘아세안+3’와 ‘아세안+6’ 경제장관 회의에 보고됐다. 이후 아세안은 2011년 11월 두 논의의 타협안으로 아세안 지역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의 기본 틀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채택하게 됐다.

 

시기상으로 일본의 TPP 참여 선언보다 앞선 2011년에는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RCEP가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과 일본은 TPP보다 중국 주도의 RCEP 진영에 속하는 분위기였다. 중국도 TPP가 먼저 논의가 시작된 RCEP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RCEP는 201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개시가 선언됐다. 2013년 공식 협상을 시작해 2015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협상 4개월 만인 2013년 3월 15일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했고 한 달 뒤 4월 20일 가입이 승인되면서 균열이 생겼다.

 

사실 이전에도 싱가포르·브루나이·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세안 회원국 일부가 TPP에 참여했기 때문에 TPP와 RCEP가 배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참여는 무게의 추가 TPP로 기울게 된 계기가 됐다.

 

일본의 TPP 참여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이 RCEP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TPP에 대해 비판적·유보적 방침을 견지하던 중국은 2013년 6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립으로 선회했다.

 

2014년 4월 보아오포럼 때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은 TPP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왕셔우언 상무부 부장조리(한중 FTA 협상 수석대표)는 “중국은 TPP에 매우 관심이 있고 이 문제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시 한국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한국은 한창 한중 FTA 협상을 진행하던 때였다. 한중 FTA는 2012년 5월 협상 개시 선언 후 1단계 협상 타결(2013년 9월)을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한중 FTA는 한국이 맺은 다른 FTA와 달리 개방 수준을 정하는 1단계 협상과 이후 개방 품목을 정하는 2단계 협상으로 나눠 진행됐다. 한국이 TPP 참여에 대한 ‘관심 표명’을 발표한 것은 1단계 협상 타결로 한중 FTA가 한 고비를 넘긴 뒤인 2013년 12월 2일이었다.

 

2014년 5월 장성길 TPP 대책단 과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TPP 기업 설명회에’에서 “한국의 관심 표명 때 중국은 ‘TPP는 한국이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지금 우리가 최종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한중 FTA”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2010년대 이후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비율은 25.4%에 이른다.

 

미국(12.3%)·일본(5.6%)·유럽연합(9.0%)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또한 한국은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를 발효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개방 수준이 높은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으로 TPP가 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별도의 시장 개방 없이 TPP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제는 이미 협상이 타결된 상태이므로 한국에 유리하도록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사라졌다. 지금 TPP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2개 참여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데, 이때 참여국들이 TPP 가입 승인을 조건으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국에 별도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가 가입 ‘경제적 실익’ 논란도

 

TPP 가입과 관련해 국내 산·관·학계에서 논쟁이 된 부분은 ‘누적 원산지 규정’이다(28쪽 참고). 누적 원산지 규정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끼리는 원산지에 반영되는 부가가치를 모두 인정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산업 경합도가 높은 일본은 베트남·말레이시아·멕시코 등의 생산 기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선진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동남아시아에 부품 생산 공장을 많이 두고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중국·유럽 등 현지 완성차 공장에 부품사들이 함께 진출해 클러스터를 이루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누적 원산지 기준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섬유는 누적 원산지 규정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인 코오롱·효성 등이 국내에서 생산된 원단을 베트남·말레이시아에 공급해 미국에 수출하더라도 ‘원사 기준(미국은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사부터 역내산이어야 원산지를 인정한다)’ 때문에 한미 FTA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반면 TPP가 발효되면 일본은 아무런 제약 없이 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 생산 후 미국 수출 시 특혜관세 적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섬유 업체들이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TPP 국가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에서 섬유 수출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섬유산업만 우려해 TPP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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