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 [2] 심각해지는 민족 異質化 -사고방식 큰 차이 한국 온지 2년 넘은 탈북자 "개그 프로 왜 웃는지 몰라" 탈북자 절반 이상이 아직도 "주체사상 자부심 갖고 있다" -생활 풍속도 달라 北 최고명절은 金부자 생일 송편, 추석 아닌 설날에 먹고 결혼식은 대부분 신랑집서
조선일보김명성 기자입력2015.07.03. 03:00수정2015.07.03. 09:27
남북 분단 70년을 맞으면서 남북 간 이질화(異質化)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이대로 두면 남북이 인종(人種)마저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대북단체 간부 A씨는 "여자가 시집가서 10년만 살아도 생활 습관과 문화가 친정 것에서 시집 것으로 바뀌는데 남북은 70년을 따로 살지 않았느냐"며 "지금 남북은 정말 모든 게 다르다"고 했다.
탈북자 김철진(35)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개그콘서트'를 보면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회사의 남측 친구들에게 북한 코미디를 보여줬더니 웃지 않고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라"고 했다. 분단의 장기화가 웃음 코드까지 이질화시킨 것이다.
지난 2007년 남북은 공동으로 드라마 '사육신'을 제작했다. 남한은 자본을 대고 북한의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남북에서 공동 방영을 했는데 북한에선 방영 시간에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남한에선 시청률이 2%에도 못 미쳤다. 영화에 대한 남북 주민들의 눈높이와 평가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분단 70년 세월은 같은 민족의 외모마저 바꿨다. 기무라 미쓰히코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1940년 당시 북한 20대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3.4㎝로 남한(162.3㎝)보다 컸다. 그러나 2010년 남한 20대 남성 평균 신장은 174.2㎝인 데 비해 북한은 165.4㎝에 불과했다. 남북한 주민의 평균 수명도 10~13세가량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 등 '소프트웨어'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근현대사를 김일성과 그 가계의 활동을 중심으로 왜곡하고 유치원 시절부터 주민들에게 세뇌시킨다. 3·1운동도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이 조직하고 8세의 김일성이 만세 운동에 참가했다는 식이다. 북한에서는 90도 인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만 허용된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의 2014년 탈북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체사상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57%였다. 북한을 떠났지만 주체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하나원에서 탈북자를 상대로 강의한 A씨는 "100여명의 탈북자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신이 중요한가, 아니면 물질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90% 이상이 정신이 중요하다고 손을 들었다"고 했다.
민족 고유의 풍속도 달라졌다. 북한의 최고 명절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다. 설날은 그저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로 여길 뿐이다. 남한에서는 추석에 송편을 먹지만 북에서는 설날에 송편을 먹는다. 북한은 에너지 사정으로 인해 열차 운행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명절맞이 민족 대이동 같은 풍속은 보기 어렵다. 1994년부터 북한을 30번 정도 왕래한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는 "북한에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공산주의에 기존 유교문화가 이상하게 합쳐져서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했다.
휴일과 여가를 즐기는 법도 다르다.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매달 1일, 11일, 21일 등 열흘에 하루를 쉰다. 쉬는 날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주패놀이'를 한다. 주말에 외식을 하거나 야외로 떠나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결혼식 문화도 다르다. 북한의 신부는 결혼식에서 한복을 입는다. 결혼식은 예식장이 아니라 주로 신랑 집에서 하며, 식이 끝난 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고 기념 촬영을 한다. 신혼여행은 없다. 장례 문화도 남한은 화장(火葬)이 많은 데 비해 북한은 대부분 매장(埋葬)이다.
국제구호단체의 한 인사는 "북한에 가보면 말 빼고 모든 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고, 우리가 정말 같은 민족인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면서 "더 이상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에 민족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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