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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의 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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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6. 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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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의 봄은 끝나지 않았다

성장률 7%로 경기 침체 판단은 오류..AIIB 설립 등 투자 기회 많아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6.05. 16:10|수정2015.06.08. 09:26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러자 지난 1년 동안 거침없이 올라 장밋빛 일색이었던 중국 증시의 앞날을 보는 시각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 전후 차이나 펀드에 가입해 깊은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는 국내 투자자에게도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난 1년 동안 급등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먼저 주가 결정의 최대 요인인 ‘경기’가 좋다고 진단한 예측 기관이나 금융사는 거의 없었다. 작년 중국의 성장률은 7.4%로 16년 만에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5%를 밑돌았다. 단기적으로 ‘연착륙과 경착륙’,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 가능성을 놓고 작년 내내 논쟁이 지속됐던 배경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가가 급등하자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 효과’로 밀어붙이는 금융사도 많았다. 제도적으로 중국 주식 직접 투자의 길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침체된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의 기초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면 투자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투자 관점에서 성장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자형 이론’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 사람이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 전반기에 들어서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후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속도가 둔화되다가 장년기 이후에는 멈춘다는 것이 성장곡선의 핵심이다.

 

중국 경기 침체 진단의 잣대가 된 10%대 성장률은 S자형 이론에 적용하면 청소년 전반기에 해당한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진다면 3000달러 내외다. 작년에는 8000달러에 육박해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섰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차트 분석상 10~12%에서 7%로 떨어졌다고 해서 경기 침체로 진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기저 효과로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

 

경기가 침체됐다고 진단하면 날로 높아지는 중국의 국제 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모든 투자는 상대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주가수익률(PER)·주가순자산배율(PBR) 등으로 중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참고 지표일 뿐이다. 중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처럼 경제 기초 여건이나 기업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는 성숙한 시장이 아니다. 앞으로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새로운 투자 기회는 많다.

 

S자형 이론을 중국 증시에 적용해 보면 앞으로 주가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높아질수록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아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했던 1년 전에 비해서는 똑같은 1000포인트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

 

주가가 1000포인트 올랐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하이 지수가 1년 전 ‘2000’대였을 때는 상승 폭 1000포인트의 수익률은 50%였지만 ‘4000’대로 올라온 최근에는 25%에 불과하다. 통계 기법상 ‘기저 효과(분자가 같아도 분모에 따라 증감률이 달라지는 현상)’ 때문이다.

 

재테크의 양대 요인인 투자 기간이나 수익률 면에서 주가가 올라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먼저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낸 스마트 머니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부러움과 시기심에 마음이 급해져 직접 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중국 주식을 뒤늦게 사라고 권유하는 금융사도 눈에 띈다. 투자자·금융사 모두가 과욕이다. 급할수록 기본과 균형을 지키면서 신중하게 기다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

 

오히려 현시점에서는 앞으로 형성될 중국의 새로운 투자 유인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AIIB다. 초기 참가국이 57개국에 달해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나게 한다. 벌써부터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Pax Cinica)’ 시대가 전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고개를 든다.

 

 

‘팍스 시니카’시대 온다

 

AIIB는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안됐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지방 간 불균형 심화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공동체에 중국이 배제되면서 주변국이 참여하는 상황을 차단할 목적에서 구상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주된 목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의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이들 국가 간 무역을 장려하고자 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는 ▷참여국 간 정책 협조 ▷인프라 정비 ▷무역 활성화 ▷무역 통화 기제 확립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내세웠다.

 

5대 목표 중 ‘무역 통화 기제 확립’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위안화 기축통화를 통한 국제화 과제로 적극 추진돼 왔다. 가장 먼저 아세안 10개국과 위안화 무역 결제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실제 이를 계기로 위안화 결제 범위가 빠르게 확산됐고 현재는 달러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본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역외 위안화 직거래 센터도 서울·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등 12곳이 개설됐다. 특히 중국은 높아진 국제 위상에 걸맞게 달러 위주의 국제통화 체제 변경의 일환으로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 인출권(SDR) 바스켓에 포함하는 방안도 올해 말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의 위상 확보 이외의 다른 목적을 주목하고 있다. 외화보유액의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해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달러 함정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정국 통화가 지역 공동 혹은 새로운 기축통화로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가능하다. 유로화도 20세기 초 자유 사상가에 의해 첫 통합을 구상한 시점부터 따진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중국은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위안화의 중심 통화 기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7% 내외로 떨어져 경기 침체와 주가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제 위상이 높아져 팍스 시니카 시대가 전개된다면 추가 성장 동인과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 위주의 성장 전략 전환에 따른 소비재·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게임·바이오 등 시겔형(인간 중심) 업종에 이어 인프라 업종도 주목해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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