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양해각서 체결식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이도연 기자 =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돈줄 역할을 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추진 과정을 국제사회가 높은 관심 속에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경제패권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정치 파워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명한 처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세계경제의 활력소 기대
중국의 '일대일로'와 AIIB는 중국의 경제적인 '굴기(우뚝 섬)'를 상징해준다. 이는 침체 국면의 세계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중국이 재정정책을 풀가동, 해외투자를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했듯이 앞으로도 미, 일, 유럽연합(EU)을 대신해 세계의 균형 발전을 도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박사는 "최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패권추구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의 부수적 효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향후 위안화 국제화 추진 등 국제경제 질서의 주도권 확보나 경제적 패권 추구도 가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역내협력 강화와 원자재 확보 등을 통해 지속성장을 위한 토대 구축에 전념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3.8조위안(3천800억달러·약 4천167조원)에 달하는 외환을 인프라 투자에 투입하면 세계경제 발전과 함께 외환의 적정 수준(1.8조위안)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박준흠 한화 자산운용 상무이사도 일대일로 사업을 과잉 자원과 외환 등 비즈니스 여력을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인프라가 절실한 곳에 투자함으로써 공생공존하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미·일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놓고 정치적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주요 지역의 인프라가 확충되면 국가간 교역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중국의 경제패권, 문제없나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목표와 세계경제 공헌 등을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사업 취지가 순수하게 아시아 인프라개발을 위한 선의보다는 과잉투자에 따른 내부 포화상태 해소 필요성에서 비롯됐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일대일로가 중앙아시아나 인도 등 동남아 지역 노선 등에 대한 담론만 무성하다"면서 "이렇다 보니 이 사업이 중국의 과잉 자원 해소와 지역 개발을 위한 것으로, AIIB 이름도 '중국인프라개발은행'(CIIB)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달러 자산 가치 폭락과 내부 투자 포화상태에 직면하자 해외 인프라 건설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경제의 여러 문제점들이 세계 도처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AIIB 출범에 이어 역외 위안화 채권시장 확대 등으로 중국의 대외 영향력이 커지다 보면 경기둔화와 금융 불안, 또는 그림자금융 규제와 금융시장 안정 등 정책목표 상충으로 인한 위험이 협력 상대국들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둔화에 따른 주변국 파급효과는 홍콩, 대만, 한국 등 아태지역 국가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한국,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AIIB에 참여할 것을 결정하기까지 정부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AIIB 가입이 순수한 투자 목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미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 전략, IMF(국제통화기금) 쿼터 문제와 같이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존 국제 정세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은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으나 계속 팽창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자리를 지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계획에서 이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미국과 제 1무역 상대국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외교나 국방에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어느 한쪽에 '올 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필요에 의해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며 "중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의 이철용 연구위원은 "AIIB나 일대일로 추진 등은 경제 패권이 중국으로 옮겨간다기 보다는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이다"며 "실제로 AIIB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도 자국에 경제적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않고 가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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