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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로 간 김제동,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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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2.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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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로 간 김제동, 이유 있었다     

[TV리뷰]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 우리네 고민에 공감하다출처

 오마이뉴스|입력 2015.02.21 11:37|수정 2015.02.21 15:43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한 번이라도 김제동을 대학 축제 등에서 본 사람이라면 그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장'에서 얼마나 펄떡이며 뛰노는 다이내믹한 MC인가를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TV에서 만난 김제동은 강호동이나 이경규 등 선배 MC 옆에서 주눅이 들어 명언이나 날리거나 자책하는 캐릭터다.

 



그나마 안타깝게도 김제동이 제일 웃긴 경우는 우려먹고 또 우려먹어 이제는 그 때문에 결혼조차 미뤄야 하지 않나 싶은 노총각 캐릭터로 웃기는 경우다. 더구나 그는 '정치색'을 띠었다는 이유로 섭외 1순위에서 기피 연예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슬슬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던 김제동이 모처럼 예의 역동적인 기량을 조금이나마 펼쳐 보인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지난 20일 파일럿으로 찾아온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아래 톡투유)>이다.

 



다시 돌아온 MC 김제동. 그게 JTBC인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 한참 잘 나가던 김제동에게 손석희 사장이 제의했단다. <백분토론>에 나와 달라고. 그런 거 할 줄 모른다는 김제동에게 <백분토론> 400회 특집에 나와서 소감 정도만 말해주면 된다고 간단하게 청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 전날 도착한 방송 원고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라고 쓰여 있었단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백분토론>에까지 등장한 김제동은 정치색이 짙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방송가의 기피 인물이 되어 <힐링캠프>의 보조 MC로 연명하게 되었다. 그러니 김제동을 그렇게 만든 손석희의 입장에서는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고, 이제 JTBC의 사장이 된 손석희는 김제동에게 <톡투유>를 제안하게 되었다고. 김제동은 그렇게 빚쟁이의 입장으로 JTBC의 파일럿 예능으로 돌아왔다.

 



<톡투유>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은 꽤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명한 인사나 굴곡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강사로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청중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식의 프로그램 말이다. 김제동이 보조 MC로 출연하는 <힐링캠프>에서도 인기 철학자 강신주를 비롯하여 연예 기획사 대표 양현석 등을 데리고 청춘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첫선을 보인 <톡투유>에도 역시 만화가 강풀과 강사 최진기가 등장했다.

 



지난 20일 파일럿으로 방송된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JTBC

 



하지만 <톡투유>는 여타 멘토링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심지어 프로그램의 시작에서부터 중간, 말미에 이르기까지 출연자와 고민을 토로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확인한다. 그 누구도 딱히 고민이 해소된 것은 없을 것이라고. 김제동의 말에 방청객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한 시간여의 방송이 지나고, 사람들은 "즐겁게 함께 웃다가 간다" "웃다가 울다가 간다"고 했다. 그와 함께 한 시간에는 어떤 묘약이 있었을까.

 



김제동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자신이 버린 쓰레기로 반장 아줌마한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당구나 치러 가자"며 공감이 엇나가버린 강풀과 달리, 반장 아줌마네 집 앞에 똥이라도 싸주겠다는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풀려 버린 사례를 통해 그저 이 프로그램이 방청객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는 시간임을 강조한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손뼉을 마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그저 함께 공감하는 <톡투유>의 시간은 도발적이었다. 첫 시간의 주제를 '연애'로 삼고서는 노래를 하러 나온 요조가 반문한다. '연애'는 꼭 해야 하냐고. 왜 연애를 못 하면 덜떨어진 사람 취급을 하느냐고. 연애도 선택이라고. 노총각으로 <무한도전>에서 교주 노릇을 하던 김제동도 솔직하게 말한다. 외롭지만 홀로 있는 것이 자유롭다고.

 



그러나 프로그램은 '연애는 선택이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과학 강의로 정평이 높은 최진기가 연애하기 힘든 시대의 실체를 밝힌다. 일본에서 실제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10살 이상 많은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를 통해 그 이유가 경제력임을 짚는다. 아울러 이런 일이 곧 우리나라에서도 실제가 될 것을 예언한다. 청년들이 연애를 못 하는 것은 그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연애를 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적 조건에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프랑스가 출산 장려를 위해 미혼모의 아이를 법의 테두리에 포용했듯이 기존의 고정 관념을 뒤집는 정책이 젊은이들의 연애조차 풍성하게 만들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물론 이런 도발적인 분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풀은 덧붙인다. "연애가 그저 사랑의 감정이 아니다. 질투 등 수많은 감정의 교류로서, 살아가면서 이렇게 풍부한 감정의 파고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렇게 다양한 입장과 해석이 공존하면서 이 시대의 연애 담론은 풍성해진다. 무엇보다 나의 문제인 연애가 이 시대의 문제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그렇게 내가, 우리가 되어 가면서 그저 방청객의 한 마디에 저절로 공감된다. 명절이면 자꾸 비교하는 손님,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에 "그건 너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는 다 제 자식만 생각하지 남의 자식은 생각 안 한다"는 솔직한 고백에서부터 "'그러게요'하고 넘어가면 된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등을 토닥여준다. 우리 딸 예쁘다는 말에, 우리 엄마라서 좋다는 말에 함께 울컥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공감의 온도를 높여간다.

 



김제동의 장기는 바로 이 지점이다. 별말 없이 그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쩐지 가뿐한 느낌이 들게 하고, 뭉클해지는 바로 그것 말이다. 일찍이 <야심만만>에서 김제동을 주목받게 한 것은 그가 풀어낸 명언이 아니라, 공감의 지점을 잘 잡은 포인트였다. 그리고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가 계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는 진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줄 수 있는, 대본 한 장 없이도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MC 김제동의 능력이다.

 



굳이 인기 배우들을 예능으로 불러모으거나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여가 즐거울 수 있는 프로그램. 역시 JTBC의 탁월한 선택이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정규 편성이 되어 매주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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