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의 바보들』은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내 유일의 ‘중앙은행 관찰자’(central bank watcher)로 불리는 저자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 그리고 경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재연한다.
[교보문고 제공]머리말 _ ‘샤워실의 바보들’, 그들은 누구인가?
감사의 글
Chapter 1. 돈을 풀어라! 될 때까지 더 풀어라!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엄습한 ‘D’의 공포
제로금리의 함정에 빠지다
아직도 그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꿈을 꿀까?
블랙홀에 빠진 돈, 유동성 함정
일본에 대한 버냉키의 훈수, 아베노믹스의 씨앗을 뿌리다
버냉키의 이자율 패러독스
[Global Monitor Live Report] 연방준비제도는 결국 파산할 것인가?
Chapter 2. 장기 저성장 시대의 개막…… “일본처럼 되면 끝장이다”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진 성장
불임(不妊)의 경제, 기업들은 왜 투자를 하지 않는가
과연 불경기의 끝은 도래할 것인가
경상수지 흑자의 함정
양적완화, 제로금리정책에 추가된 연료(added fuel)
Chapter 3. 대분기(大分岐, the Great Divergence) ① - 빈자 vs. 부자, 실물경제 디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의 유령
사라진 초과수요…… “더 이상 빚만 지며 살 순 없다!”
사상 최악의 빈부격차
가난한 미국인의 상징인 된 ‘렌트 푸어’
디플레이션은 인플루엔자이다!
Chapter 4. 대분기(大分岐, the Great Divergence) ② - 실물 vs. 금융, 자산시장 인플레이션
금융시장으로만 몰려간 양적완화
초저금리 시대, ‘수익률 사냥’이 시작됐다
수익률 사냥을 부추기는 연준의 통화정책
토빈의 탄식, 채권이 된 주식
빚을 내서 자본을 없애는 기업들
[Global Monitor Live Report] 유동성의 무한팽창 구조
Chapter 5. 빚더미에 앉은 정부
TARP, 대소동의 시작
국가부도 위협, 최고 신용등급을 걷어차다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재정정책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실체
누가 미국 국채를 사줄 것인가
연준은 국채를 탕감해줄 수 없나
[Global Monitor Live Report] ‘1조 달러 백금동전’과 ‘오바마본드’
Chapter 6. 유로존의 독자노선…… ‘내부 재균형’
독이 된 축복…… 대수렴 경제의 후유증
무너져 내린 ‘수렴 경제’ 신기루
유로에 얽힌 환율의 경제학
유로존 프로젝트의 구조적 문제
“GREXIT” vs. “무엇이든 하겠다”
처방전으로 강요된 실업, 빛과 그림자
[Global Monitor Live Report] 유로존의 환율내전
Chapter 7. 아베노믹스, ‘불가능한 삼위일체’에 도전하다
‘잃어버린 20년’과 아베노믹스의 돌풍
불가능한 삼위일체
아베겟돈의 공포
아베노믹스 신화의 이면
극단적 모험의 배경
[Global Monitor Live Report] 국가로서의 일본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는 시나리오
Chapter 8. 재닛 옐런, 왕좌에 오르다
인플레이션은 인도주의 정책이다!
Tapering, 돈 줄기가 가늘어지다
“물가를 희생시켜서서라도”…… 전도(顚倒)된 폴 볼커
“잃어버린 경제 기반의 회복”…… 명목GDP 타기팅
그린스펀의 유훈
[Global Monitor Live Report] 로머의 2013년 10월 25일 존스홉킨스대학 연설 -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정책」
Chapter 9.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라!
양적완화 없는 세상, 옐런이 직면한 도전
폐광에 화폐 파묻기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구축효과
현찰에 세금을 매기자!
지하감옥에 갇힌 인플레이션을 방면하라!
Chapter 10. ‘Neo New Normal’, 새로운 위기를 잉태한 화폐 실험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이머징 국가의 착각
글로벌 불균형의 새로운 국면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이머징 국가의 디플레이션
미국식 인플레이션과 강요된 고혈압
집값이 폭등하던 2002년, 한국은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3조 달러의 인플레이션 종잣돈
새로운 위기를 잉태한 화폐 실험들
경기 부양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려면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라!
Epilogue _ 중앙은행의 무지(無知)가 불러올 의도하지 않은 결과
Appendix 지상중계 _ 무제한 양적완화를 예고한 벤 버냉키의 잭슨홀 연설
(원문, 번역문, 해설, 용어풀이 수록)
◎ 실업, 부동산 대란, 주가 폭락, 빈부격차 등 우리가 겪는 경제적 고통은
중앙은행의 위험천만한 화폐 실험에서 비롯된다!
국내 유일의 ‘중앙은행 관찰자’가 파헤친 머니게임의 진실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중앙은행은 시장을 지배하는 신(神)이기를 자처해 왔다. 그들은 자신이 디자인한 대로 세상을 이끌기 위해 통화를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시장은 신의 계시를 철저히 따랐다. 하지만 결과는 거품과 붕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끝없는 반복뿐이었다.
천문학적으로 쌓인 빚과 넘치는 실업, 돌이킬 수 없는 양극화 위에 중앙은행은 또 다시 거품의 성(城)을 짓고 있다. 중앙은행은 과연 도탄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원할 합리적이고 공정한 주체일까? 양적완화, 아베노믹스, 최적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전략, 명목GDP 타기팅 등 세계 경제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그들의 화폐 실험은 경제를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며 통제할 수 없는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샤워실의 바보들’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중앙은행의 과도한 경제 조작을 비판하며 제기한 우화를 모티브로 한다. 완전고용을 이끌겠다며 온수 꼭지를 열어젖혔던 중앙은행이 뜨거운 물(인플레이션)에 화들짝 놀라 다시 냉수 꼭지를 급히 틀어 젖힘으로써 경기 침체와 실업, 빈부격차를 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샤워실의 바보들’ 즉, 정부와 중앙은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내 유일의 ‘중앙은행 관찰자’(central bank watcher)로 불리는 저자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 그리고 경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에 한해서 정부란 곧 중앙은행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동기와 의도, 수단, 그리고 그 부산물을 정치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세계 자본 흐름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과 그 산물을 입체적으로 풀어낸 이 책은 글로벌 경제 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험천만한 화폐 실험이
경제를 통제 불능의 괴물로 만들고 있다!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난제(難題)에 맞닥뜨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무기한 제로금리라는 통화정책으로 시장에 맹렬히 돈을 풀어댔다.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는 신(神)이기를 자처했고, 시장은 그러한 신의 계시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시장은 신이 디자인한 대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2013년 미국 경제는 성장의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주택 건설과 소비도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단 두 달 사이에 1%포인트 이상 폭등했다. 그리고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해외 중앙은행 등 공공기관들은 미국 국채를 총 500억 달러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연준이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 국채시장에 쏟아 부은 돈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로 이탈해버린 것이다. 연준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양적완화 축소 발언을 거둬들이며 시장을 달랬다(127쪽).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중앙은행의 과도한 경제 조작을 비판하며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라는 우화를 소개했다. 샤워실에 한 바보가 들어갔다. 더운물을 틀자 금세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질겁한 바보는 얼른 찬물로 수도꼭지를 돌렸다. 이번에는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깜짝 놀란 바보는 다시 뜨거운 물을 틀었다가 혼쭐이 났다. 바보는 물만 낭비하고 정작 샤워는 하지 못했다. 완전고용을 이끌겠다며 온수 꼭지를 열어젖혔던 중앙은행이 뜨거운 물(인플레이션)에 화들짝 놀라 다시 냉수 꼭지를 급히 틀어 젖힘으로써 경기 침체와 실업, 빈부격차를 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샤워실의 바보들’ 즉, 정부와 중앙은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며,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과신과 과욕의 결과는 거품과 붕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끝없는 반복이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경제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중앙은행 관찰자’(central bank watcher)로 불리는 저자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 그리고 경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에 한해서 정부란 곧 중앙은행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동기와 의도, 수단, 그리고 그 부산물을 정치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세계 자본 흐름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 중앙은행이 휘두르는 화폐 발권력의 숨은 수혜자는 누구인가
무제한적인 화폐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은 ‘현대판 연금술’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은행의 작은 제스처에 세계 모든 자산은 금이 되었다가 돌이 되기도 하며 가치가 등락한다. 벤 버냉키의 후임으로 새롭게 연준의 수장을 맡은 재닛 옐런이 “(버냉키의)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세계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앙은행의 실체는 무엇이며, 중앙은행이 휘두르는 화폐 발권력의 숨은 수혜자는 누구일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는 의회가 승인한 범위 안에서만 부채를 확대(국채 발행)할 수 있다. 여기에 ‘이자’라는 경제적 제약도 작용한다. 행정부의 채무 부담 행위는 시장에 의해서도 통제된다. 빚이 많은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에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거나 이들의 국채를 외면함으로써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국가가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은 국채시장 참가자들이 더 이상 이들 정부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는 국채처럼 채무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지폐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이자 부담 없이 부채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채무를 늘릴 수 있다. 2014년 1월 9일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부채총액은 3조 9732억 달러에 달했다. 약 5년 사이에 네 배로 증가했다. 이 모든 결정은 대통령이 임명한 관료에 불과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투표 위원들에 의해 내려졌다. 연준은 빚을 낸 돈(화폐 발행)으로 주로 미국 국채를 샀다. 이것이 바로 양적완화다.
연준은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정부에 돈을 직접 빌려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 행정부는 의회의 민주적 통제, 이자 부담이라는 경제적 규제와 시장의 통제를 피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현대 선진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정부의 자유로운 채무 부담 행위를 의미하고 있다(129~131쪽).
천문학적인 규모로 미국 국채를 사들인 연준은 경기가 회복되거나 보유한 채권 가격이 2%만 떨어져도 누적 적자가 자본금을 넘어서는 자본 잠식 위험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연준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켰다. 2011년 연준은 이익계정을 날마다 대정부 이익금 납입채무로 매칭시키는 회계조정을 통해 파산하지도, 자본금이 잠식되지도, 심지어는 적자를 내지도 않는 불사(不死)의 힘을 얻게 됐다(42쪽).
◎ 퇴출당할 운명에 처한 양적완화정책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한 정책은 ‘양적완화’였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주저하지 말고 돈을 풀어라. 정부가 얼마든지 쓸 수 있게. 모자라면 더 풀어라. 그게 중앙은행이 할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설파하며 돈을 살포했다. 그렇게 풀린 돈이 3조 달러가 넘는다. 연준은 2014년 상반기 말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경제는 더 이상 양적완화정책이 필요 없을 만큼 회복되었을까?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례없이 많은 돈을 동시에 쏟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연준이 제로금리정책을 펼친 결과 미국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통해 채권을 사들이면서 민간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채권은 줄어들었고, 대신 민간이 보유한 현금은 늘어났다. 대출을 초과하는 잉여예금은 폭증했다. 이 돈은 모두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몰려갔다. 그 결과 금융자산시장은 초호황을 누리고 실물경제는 계속 죽을 쒔다(85쪽).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커질수록 빈부격차는 더욱 빠르게 확대됐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펼치자 미국 가계의 주식자산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과실(果實)은 주로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최상위 1% 계층은 자산의 50% 이상을 주식으로 가지고 있지만, 전체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중산층은 자산의 10%가량만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75쪽).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침체에 빠져 있는 동안 이머징 국가는 호황을 누렸다. 수출이 막힌 이머징 국가들은 금리를 내리고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며 강력한 내수부양정책을 펼쳤다. 이머징 국가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성장률이 다시 솟아올랐다. 선진국의 제로금리 양적완화정책은 이머징 마켓에 기름을 부었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휘발성 강한 자금들이 이머징 마켓으로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이머징 국가는 고성장했고, 침체에 빠진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쥔 듯했다. 하지만 부채가 견인한 성장은 금세 한계에 봉착했다. 2013년 무렵이 되자 이머징 국가들은 빚을 더 내도 성장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연준이 돈 풀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머징 마켓에 투입됐던 자금은 미국으로 재빨리 회수됐다. 지금 이머징 마켓은 위기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258쪽).
이처럼 양적완화정책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빈부격차의 확대, 이머징 마켓의 거품 등 온갖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떠받들던 양적완화정책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정책으로 평가받으며, 퇴출당할 운명에 처했다.
◎ 위기의 씨앗을 잉태한 새로운 화폐 실험들
금융위기를 맞닥뜨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투입하며 진화에 나섰다. 1930년대와 같은 실물경제의 대공황은 빗겨갈 수 있었지만, 장기간의 저성장과 고실업, 디플레이션 압력은 퇴치하지 못했다. 2014년 2월 재닛 옐런이 버냉키로부터 미국 중앙은행의 의사봉을 넘겨받았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연준은 또 어떤 화폐 실험을 벌일 것인가?
옐런은 ‘통화정책으로 실업을 퇴치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녀는 20년 전부터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 서로 독립되어 있어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물가와 실업률이 모두 높은 상황에서는 물가보다는 고용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실업 문제를 해소한 뒤에는 얼마든지 다시 물가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즉 필요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에 근거한다(206쪽).
한편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저성장과 고실업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1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CNN에 출연해 “외계인들이 지구를 공격하려 한다고 국민을 위협하자. 이렇게 하면 불황을 18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기괴한 불황 탈출법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폐광에 화폐 묻기’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정부가 빈 병에다 지폐를 잔뜩 채워 넣은 뒤 이 병들을 폐광산에 깊숙이 파묻는다.
그리고 그 위는 인근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로 뒤덮는다. 민간기업에게 그 땅을 임대해 주고 지폐가 들어 있는 병을 다시 캐내도록 한다. 그러면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 결과로 공동체의 실질소득과 부는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크루그먼은 케인스의 ‘폐광에 화폐 묻기’ 논리를 이어받아 ‘외계인 침공’이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통해 재정 지출 확대의 절박성을 강조했다(238쪽).
기준금리를 제로 밑으로는 더 내릴 수 없는 ‘제로금리의 하한 문제’는 현찰에 제공되는 0% 이자율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찰에 세금(보관료)을 매겨 아예 현찰을 없애자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현찰에 세금을 매기면 경제 주체들의 지출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현찰에 보관료를 무느니 차라리 뭐라도 사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오히려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총수요와 통화량이 급팽창하면서 생산 활동과 인플레이션이 신속하게 되살아날 것이다(242쪽).
중앙은행의 새로운 화폐 실험들은 도탄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할 수 있을까?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으며, 재닛 옐런을 도와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어 갈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스탠리 피셔 박사의 말 속에 그 답이 있다. “중앙은행조차도 앞으로 일 년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 역시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기에 탐욕스럽고 충동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들이 쏟아낸 많은 정책은 새로운 위기를 낳는 씨앗이 되곤 했다. 이들의 힘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서 민간의 삶에 매우 광범위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우리가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을 주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보문고 제공]
선진국 경제가 수시로 덜컹대던 ‘뉴 노멀’ 당시 이머징 마켓은 평온했다. 내수경기에 불이 붙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경제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상징됐던 선진국의 뉴 노멀은 이머징 국가에게는 호황과 인플레이션을 의미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성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네오 뉴 노멀’로의 전환기에는 이머징 국가가 불황과 디플레이션을 맞을 차례가 된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 호아킴 펠스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이머징 마켓에게 나쁜 소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성장이 빨라지고 금리가 상승하면 이머징 마켓의 고금리 매력은 사라지게 된다. 선진국 돈을 빌려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중략) 이머징 국가의 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뉴 노멀 시대 선진국들이 저성장에 허덕이는 동안 이머징 국가들은 강력한 내수부양정책을 펼쳤다. 수출로 먹고살던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자 이머징 국가의 소비와 투자가 강력하게 살아났다. 경제성장률이 다시 솟아올랐다.
선진국들의 제로금리 양적완화정책은 이머징 마켓에 기름을 부었다. 휘발성 강한 자금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마켓에서 돈을 굴리는 게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진국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돈들은 이머징 마켓 곳곳에 투입됐다. 이머징 국가가 선진국을 대신해 고성장한 덕분에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세계 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었다.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는 마치 이머징 국가에 넘어간 듯했다.
(중략) 그리고 2013년 무렵이 되자 이머징 국가들은 빚을 더 내도 성장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기초체력은 거의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고, 남은 것은 고성장의 후유증, 거대한 빚더미뿐이었다. 허약한 체질로 근근이 버틸 수는 있었지만, 찬바람이라도 불게 되면 큰 병을 얻을 지도 모를 정도가 돼 버렸다. 그리고 때마침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연준은 양적완화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머징 국가가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이머징 국가 역시 5년 전 미국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위기에 봉착해 버렸다. -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이머징 국가의 착각(256~262쪽)
2011년, 폴 그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CNN에 출연해 기괴한(?) 불황 탈출법을 제안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공격하려 한다고 국민을 위협하자. 그러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이나 재정 적자 같은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리면 불황을 18개월 안에 끝내버릴 수 있다. 외계인 침공 정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중에 판명되더라도 문제는 없다.”
1990년대 말의 Y2K 소동이나, 2000년대 초의 ‘이라크 대량살상 무기’ 이슈를 연상케 하는 크루그먼의 주장은 불황을 타개하는 재정 지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공황 극복 경험 이후로 재정 지출은 가장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여겨져 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부가 빈 병에다가 지폐를 잔뜩 채워 넣은 뒤 이 병들을 폐광산에 깊숙이 파묻는다. 그리고 그 위는 인근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로 뒤덮는다. 민간기업에게 그 땅을 임대해 주고 지폐가 들어 있는 병을 다시 캐내도록 한다. 그러면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 결과로 공동체의 실질소득과 부(富)는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크루그먼 교수의 ‘외계인 침공 위협’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공황도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 덕분에 종식됐다고 주장한다. 전쟁과 같은 대규모 재정 지출이 결국에는 경기를 되살렸다는 것이다. 전쟁을 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 “외계인이 쳐들어온다는 거짓말이라도 하자”는 비유로 재정 지출 확대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_ 폐광에 화폐 묻기(237~242쪽)
일반적으로 물가와 고용은 상충하는 관계에 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용의 희생이 불가피하며, 고용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물가가 상승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와 고용을 적정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경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는 운이 좋은 때에나 해당하는 일이다. 둘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진 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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