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 <<< 지속 가능 경제, 한국의 몬드라곤 '원주'에서 배운다 >>>

MY자료·무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5. 10. 11:16

본문

 

지속 가능 경제, 한국의 몬드라곤 '원주'에서 배운다

[프레시안 조합원 교육·④] 24개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꿈틀대는 원주를 가다  

 프레시안  최하얀 기자   2014.05.06 16:25:20

 

 

 

1년에 3000명가량이 오직 협동조합 때문에 강원도 원주를 찾는다. 한국 협동조합의 태동지이자, 현재도 24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발히 꿈틀대는 협동조합의 메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지난달 26일 올해 네 번째 조합원 교육을 원주에서 진행했다. 

 


오전 9시께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점심 무렵 원주 시청에서 북동쪽으로 약 4.5킬로미터 떨어진 시장통에 멈춰 섰다. 평범한 동네 같아 보이지만 여러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조직이 네트워크를 이뤄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장소다. 

 


원주 탐방에 나선 프레시안 조합원 29명은 가장 먼저 2006년 창립한 원주 노인 생활 협동조합(이하 노인 생협)을 방문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이 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 '만남의 집'이다. 

 


프레시안 조합원들을 반갑게 맞은 박태진 이사장은 원주 노인 생협의 정신을 '자립'이라고 했다. 60~80대 노인을 주 조합원 층으로 삼는 이 생협은 시설관리 사업, 대형폐기물 수거 사업, 경비·용역 사업 등을 지자체와 수의 계약해 조합원을 위한 일자리를 확보한다. 

 


박태진 이사장은 "국가에서 뭘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녀들에게 부담 주지 말고, 젊은층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스스로 활기차고 보람된 삶의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며 "1800명 조합원 중 일하는 조합원 300명은 평균 90만 원의 소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원주시 중평동에 위치한 취약 계층 무료 급식소 '십시일반'. 이곳을 1997년 개설한 '갈거리 사랑촌'은 노숙인 및 저소득 지역 주민의 자활을 지원하는 복지형 신용협동조합, 갈거리 협동조합 또한 운영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원주시 중평동에 위치한 취약 계층 무료 급식소 '십시일반'. 이곳을 1997년 개설한 '갈거리 사랑촌'은 노숙인 및 저소득 지역 주민의 자활을 지원하는 복지형 신용협동조합, 갈거리 협동조합 또한 운영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십시일반에서 갈거리 사랑촌과 갈거리 협동조합의 기원과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들. ⓒ프레시안(최형락)

▲ 십시일반에서 갈거리 사랑촌과 갈거리 협동조합의 기원과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들. ⓒ프레시안(최형락)

 


지역 경제의 생명력은 협동 통한 '자립'과 '나눔'

 


이날 프레시안의 원주 탐방은 장소정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소속 협동조합 해설사의 안내로 진행됐다. 원주에만 있는 특별한 직업이다. 장 해설사는 다음 견학 장소로 중평동에 위치한 취약 계층 무료 급식소 '십시일반'을 소개했다.

 


십시일반은 1991년 곽병은 원장 등이 시작한 사회복지 시설 '갈거리 사랑촌'이 1997년 개설한 무료 급식소다. 1년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이 급식소를 하루 평균 120명이 찾는다. 

 


갈거리 사랑촌은 노숙인 및 저소득 지역 주민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형 신용협동조합 또한 운영하고 있다. 지역 경제의 가장 하층을 떠받치는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장 해설사는 "처음에는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노숙인 등에게 저축을 장려하고자 (곽 원장이) 개인 통장에서 돈을 관리해주다가 2004년 갈거리 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됐다"며 갈거리 협동조합의 기원을 설명했다. 

 


자본금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이 협동조합은 창립 4년 만인 2008년 1억 원을 돌파해 현재는 2억 원가량의 자본금을 갖추고 있다. 은행 등 일반적인 금융 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채무불이행자 등이 200만 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다. 

 


회수율은 95%가 넘는다. 협동조합의 정신이 잘 담긴 대출 조건이 이 같은 높은 회수율을 뒷받침한다. 장 해설사는 "십시일반을 자주 찾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한 달에 한 번 갈거리 사랑촌이 진행하는 협동조합 및 인문학 교육에 참여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거리 협동조합은 찾는 이의 자부심을 키우는 장치 또한 가지고 있다. 장 해설사는 "십시일반을 방문해 자발적으로 내는 식사비 200원을 모아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 사업도 하고 있다"며 "자신이 내는 적은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뿌듯함을 이용자들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 서곡 생태 마을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프레시안 조합원들. 서곡 생태 마을은 도자기를 직접 생산 후 판매하는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곡 생태 마을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프레시안 조합원들. 서곡 생태 마을은 도자기를 직접 생산 후 판매하는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지속 가능한 마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십시일반을 빠져나온 프레시안 조합원들은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원주 의료 소비자 생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밝음의원'을 찾았다. 원주 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초석인 '밝음신협'과 '한살림' 등 지역 내 8개 협동조합이 "원주에도 대안적인 의료 기관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지난 2002년 개원한 의료 생협이다.

 


현재는 2600명 조합원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간적이고 친밀한 의료 서비스 제공과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보건 예방 활동을 두 축으로 운영된다. 박준영 전무이사는 "12년째 항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지역 사회와 조합원이 믿고 기다려주고 있어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1년간 원주 의료 생협을 탈퇴한 이는 전체 조합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원주 협동조합 운동의 스승인 장일순 선생을 기리는 무위당 기념관(아래 박스 기사 참조)을 지나 '서곡 생태 마을' 또한 방문했다. 원주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1999년 공동육아사업을 시작한 후 2006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로 이주해 공동 육아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평범한 농촌 마을 같아 보이지만 서곡 생태 마을는 6~7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공동육아로 자라난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 협동조합, '자연누리 숲 학교'가 생겼고 재작년에는 서곡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탈바꿈했다. 지난해에는 중·고등 대안학교인 길배움터와 길여행 협동조합이 창립했다. 

 


이 마을에선 밴드, 해금, 반찬 강좌 등 각종 동아리도 일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용수골 작은 음악회'에서 동아리에서 춤·노래·악기 연주 등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동시에 도자기 생산을 통한 수익 사업도 진행 중이다. 

 


문병선 서곡 생태 마을 사무국장은 "우리 아이들이 굳이 도시에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설명했다. 

 


원주 협동조합 48년의 역사, 그 뿌리는?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는 무위당 장일순의 생명 사상 토대로 번성

 


원주의 협동조합 운동은 그 뿌리가 깊다. 1965년 천주교 원주교구가 설정된 이듬해인 1966년 원주 신용협동조합이 결성되며 본격화했으니 48년의 역사다. 무위당 장일순(1928~1994) 선생과 지학순(1921~1993) 주교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지역 협동조합 운동은 오늘날 24개 회원단체, 조합원 3만5000여 명을 품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초석이 됐다. 원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무위당 기념관'을 꼭 한 번씩 방문하는 이유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또한 무위당 기념관을 찾았다. 황도근 무위당 학교 교장이자 상지대 교수로부터 '협동조합은 지역의 미래'란 제목의 짤막한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1989년 상지대에 부임한 황 교수는 우연히 장일순 선생의 바로 앞집에 살게 됐다. 이를 계기로 1994년 장 선생의 운명 때까지 그 곁을 지킨 황 교수와 제자들은 스승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벌여 나간다. 

 


"무위당 선생은 '내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서, 돌아가시고 나서도 7년 동안 아무 일도 못 했습니다. 그러다 7주기였던 2001년에 서로 소식이나 전하자 해서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을 꾸렸습니다. 거기에 청년들이 하나둘 새로 들어오며 조그마한 모임이 생겨났습니다."

 


소박하게 시작한 모임은 점점 규모와 형식을 갖춰갔다. 2001년 원주 의료 생협을 설립할 준비를 시작하고 원주 협동조합 연구모임을 구성한다. 원주 한살림 생협과 원주 생협을 통합하는 논의도 진행했으나 '통합보단 각자 여러 개 있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논의를 마친다. 

 


▲ 황도근 무위당 학교 교장(상지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황도근 무위당 학교 교장(상지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2003년엔 밝음신협의 제안으로 원주한살림, 원주 의료 생협 등 8개 단체가 원주협동조합 협의회를 구성했다. 그해 6월 5일 협의회를 창립하며 만든 창립 선언문은 "생명을 살아 숨 쉬는 녹색도시와 대안 사회의 실현"과 "진정한 지역 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협의회는 네트워크 강화 사업 등을 벌이다 2009년 6월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확대 개편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행사는 매년 12월에 하는 (협동경제사회네트워크) 망년회입니다. 상지대 강당에서 노인 생협의 노인들, 의료 생협의 의사들과 소비자들, 소꿉마당(공동육아 협동조합)의 어린이들 등이 모여 하나의 가족 잔치가 됩니다."

 


황 교수는 협동조합 운동이 잘 전개되려면 무엇보다 사상적 토대를 잘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은 생활을 바꾸는 삶의 운동이라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원주에서는 장일순 선생의 생명 사상이 바로 그 사상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장 선생의 생명 사상은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로 요약된다. 황 교수는 "무위당 선생은 물이 아래로 흐르듯 밑으로 기어 민중과 함께하고 늘 머리 숙여 겸손하라고 당부하셨다"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경제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협동조합 안에서는 늘 갈등이 발생하지만 밑으로 기고, 모시는 마음으로 서로 연대하면 갈등을 풀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교육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