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만만디'는 옛말..신규 인터넷서비스 도입은 '콰이콰이(빨리빨리)'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3.10 09:09
중국인들 특성에 대해 얘기할 때 '만만디(천천히)'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호방한 대륙인들답게 매사에 느긋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급한 용무가 생기면 번개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내가 급할 때는 그렇게 느려터졌던 사람이 자기가 아쉬울 때는 "빨리 해달라"고 성가시게 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보면 중국인들은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니라 '콰이콰이(빨리빨리)'다.
↑ 텅쉰이 운영하는 택시호출
콰이콰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보기술(IT) 분야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시장에서의 변화는 광속에 가깝다. IT 강국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온 한국도 새로운 인터넷서비스 도입 속도 면에서는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WeChat)'이 도입한 서비스를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요즘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웨이신의 '흔들기' 기능도 그런 사례다.
흔들기는 스마트폰을 쥐고 아래위로 한 번 까딱하고 흔들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스마트폰을 흔든 사람이 웨이신으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이다. 연결된 사람에게 '니하오(안녕)'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시작된 채팅을 통해 서로 마음이 맞으면 쉽게 온라인 친구가 될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둘 사이의 실제 거리가 표시된다는 점이다.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2200㎞ 떨어진 광둥성 선전시 사람과 연결될 수도 있지만 불과 200m 떨어진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마음만 맞으면 '즉석 만남'도 어렵지 않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심심할 때 친구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흔든다. 똑같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로 카페와 클럽이 많은 싼리툰에서는 스마트폰을 흔드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中 IT 기업, 한국 기업 추격 경쟁력 '콰이콰이'에서 배워야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 도입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가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불륜의 온상'이니 '나이 제한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목이 신문을 장식할 것이다. 그 다음은 기다렸다는 듯 IT당국의 등장이다.
해결사를 자처한 공무원들이 나서 '규제의 칼날'을 휘둘러댈 것이다. 인터넷 선진국을 자처하던 한국이 이제는 중국의 꽁무니를 뒤따라가기 바쁘게 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 중국에서 대표 인터넷 업체들 간 양자 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는 택시호출서비스도 중국식 콰이콰이의 산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콜택시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오로지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대로에서 손짓으로 경쟁을 벌여야만 탈 수 있는 것이 택시였다.
이런 현실에 착안해 택시호출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운송회사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이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와 큐큐 메신저에 이어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으로 더 유명해진 텅쉰(텐센트)이라는 양대 인터넷 거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콰이디'라는 이름의 알리바바 서비스나 '디디'라는 이름의 텅쉰 서비스는 모두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평범할 것 같은 두 가지 앱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첨가한 덕분이다. 인터넷 회사가 자금을 부담해 고객의 택시요금을 일정액 깎아준다거나 택시기사가 고객을 상대로 경매방식으로 요금을 매길 수 있는 것 등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기능이다.
인터넷 회사는 요금의 일부를 대신 내주지만 고객이 요금 결제를 위해 인터넷 계좌에 넣어둔 자금을 운용해 더 큰 수익을 얻는다. 스마트폰 하나로 인터넷 기업과 택시기사, 승객이 1석 3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산업에서 생명은 속도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완벽을 위해 문제점 해소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곳에서 치고 나와 시장을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내를 건널 때 돌다리를 두드리는 한국 기업들에 비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만만디'를 '콰이콰이'로 대체한 중국 IT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서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