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작성 김가연| 입력 2014.01.19 10:07| 수정 2014.01.19 11:35
[스포츠서울닷컴ㅣ김가연 기자]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변호인'은 19일 자정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관객 1000만 72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월 18일 전야 개봉해 33일 만의 일이다. 가파른 흥행 속도를 보이면서 개봉 한 달 만에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변호인'.
이제 국내외 영화를 합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바타'가 기록한 1300만 명 동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설 연휴의 특별한 경쟁작이 없어 최고 관객 수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관측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은 세대를 관통한 공감 가는 소재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영화 포스터
'변호인'은 더는 흥행 영화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만 영화'는 우리나라 국민을 5000만 명으로 봤을 때 5명 중 1명이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 물론, 다시보기, 세 번 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천만 영화'는 그만큼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변호인'의 천만 동원. 그 비결을 살펴봤다.
영화 '변호인'은 송강호 임시완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왼쪽부터)등 배우들의 열연과 공감가는 소재로 흥행에 성공했다./남윤호 기자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부림사건(부산의 학림 사건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 지난 1981년 9월, 부산 지역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이적 표현물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체포해 잔혹한 고문을 했던 사건)이 기본 배경이 됐다. 정치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만큼 영화 흥행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결과적으로 '변호인'은 '대박 중의 대박'을 치면서 여전히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가 성공한 원인 중 하나는 보편적인 휴먼드라마를 표방한 콘텐츠의 승리다. '변호인'은 정치적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가장 큰 틀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한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이 통했고,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는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7번 방의 선물'과 맥락이 비슷하다.
'변호인' 관계자는 "영화는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면서 감동까지 끌어냈다. 정치적 사실에서만 벗어나면 완벽한 휴먼드라마다.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시기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통했다. 콘텐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영화적 소재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를 온전히 영화로 느낄 수 있게 한 배우들의 열연이 컸다. 송우석 변호사를 연기한 송강호를 비롯해 곽도원 김영애 오달수 이성민 임시완 등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120% 소화하면서 영화에 몰입 가능하게 했다. 특히 신뢰도 있는 배우 송강호는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이 관계자는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어떤 작품보다 신뢰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송강호는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의 진심 있고 묵직한 연기력이 관객들을 동요했다. 신뢰도 있는 송강호가 관객들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며 "더불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진우 역의 임시완 역시 제 몫을 다하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이어 "임시완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시완의 캐릭터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그 역할을 매우 잘 소화해줘서 관객들이 더 반기지 않았다 싶다"며 "그뿐만 아니라 곽도원과 김영애 오달수 이성민 등 배우들이 제 몫을 2배로 잘해줬기에 관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변호인'을 성공적으로 이끈 송강호 오달수 김영애 이성민 임시완 곽도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영화 스틸컷
과거로 돌아가는 수단이 된 것도 '변호인'의 흥행 코드였다. 한동안 극장가에는 볼거리만 풍성한 영화가 많았고 이는 주로 10~30대 관객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변호인'은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층을 관객으로 흡수하면서 세대층을 넓혔다. 일례로 영화관에서는 60~70대 부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문화생활 빈도가 적은 이들에게 '변호인'은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계 관계자는 "40대 이상 관객들은 '변호인'으로 자신의 청년이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불과 20~30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때를 돌아 보게됐다. 향수 코드가 적절하게 사용됐기 때문"이라며 "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양우석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대를 넘나들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으며 영화를 통해서 다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만큼 어린 세대들에게는 잊힌 역사를 되새길 기회가 됐고, 나아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더움이 됐다.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가 된 셈이다.
이 관계자는 "40대 부부가 어린 자녀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고, 부부들끼리 동반으로 오는 때도 적지 않다. 영화 소비층이 광범위해지고 넓어졌다는 의미"라며 "이야기가 가진 힘과 시대적 배경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말이라는 시즌 특수성으로 영화관 시장의 파이가 커진 것도 영향이었다. 배급사 관계자는 "연말은 설과 추석 등 명절과 여름 등과 더불어 영화 시장이 가장 커지는 때다. '변호인'은 배급 시기잘 조절해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흥행에 성공하게 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