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룸살롱 아가씨들, 강남 원룸이 '텅텅'
머니투데이 | 송학주 기자 | 입력 2014.01.10 06:26
[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역삼동 월세 6개월만에 18% 하락, 전세 돌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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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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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3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박모씨(59)는 은퇴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원룸 2채를 샀다.
서울에서 최대 상권으로 통하는 교통 요지인데다 직장인들의 임차 수요도 풍부할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최근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깔세'로 불리는 단기임대가 인기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었다. 인근에 원룸·오피스텔 등 혼자 사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소형주택이 워낙 많다 보니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4개월째 공실로 남아 있다. 결국 박씨는 마지못해 원룸 2채 모두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로 내놨다.
그는 "원래 투자 목적은 매달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려던 것이었는데 큰일"이라며 "공급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방을 빼 나가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몇 년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소형주택 공급이 집중되면서 공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원룸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공실 증가, 임대료 하락 등에 따른 것으로 룸싸롱 등 유흥업소 단속도 크게 한 몫 했다는 게 주변 중개업자들의 얘기다.
10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유흥업소 불법 행위를 단속한 2011년 당시 769개이던 유흥업소(유흥주점 336개소·단란주점 433개소)가 지난해 10월 말 기준 635개소(유흥주점 283개소·단란주점 352개소)로 134개소(17.4%)가 감소했다.
특히 강남구는 2012년 7월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지명받아 '불법퇴폐행위 특별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 불법 퇴폐업소수를 대폭 감소시켰다. 이달 말부터는 성매매 알선행위 3년내 2회 적발시 영업허가를 취소토록 하는 등의 내용의 식품위생법시행규칙 개정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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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3년 분기별 역삼동 1㎡당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인 경우). / 자료제공=렌트라이프,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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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이 강화되다 보니 결국 강남 테헤란로, 교보타워사거리를 주축으로 한 강남구 논현·역삼동 일대 원룸·오피스텔은 주 수요층이었던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속속 방을 빼면서 임대료가 많이 떨어졌다.
실제 임대전문 정보회사 렌트라이프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보증금 1000만원인 경우만 집계) 역삼동 다세대·다가구주택 월세는 지난해 4분기 1㎡당 평균 2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분기(1㎡당 2만7000원)보다 18.5% 하락한 것이다.
실례로 역삼역 인근의 'B하우스' 33.55㎡(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2010년 11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5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3월에는 1000만원에 월 65만원으로 월세가 낮아졌다. 논현동 'H빌라' 43.56㎡ 역시 2006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7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30만원으로 월세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역삼동·논현동 인근에 새롭게 지어지는 소형주택이 많아 앞으로도 임대료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위치와 건축년도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임대소득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임대관리에 차별화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의 실거래가를 분석해도 전체 원룸주택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한 것도 원룸 전세 증가에 한 몫 했다. 세입자로서도 다달이 비싼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전세이자를 내는 게 주거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어서다.
역삼동 인근 S공인중개소 대표는 "신입 직장인들이 집을 많이 찾는 봄·가을 이사철이 아니면 원룸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나마 전세는 물량이 부족해 나오는 대로 나가기 때문에 원룸 집주인들도 빈집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전세로 돌리려고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