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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 키워 놓은 정부, 중독자 치료 개인에게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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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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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 키워 놓은 정부, 중독자 치료 개인에게 떠넘겨

도박중독 급증하는데 역주행하는 사행산업 정책

세계일보 | 입력 2014.01.10 06:02 | 수정 2014.01.10 09:58

 

 

 

김미화(가명·57·여)씨는 20년 동안 카드와 경마 등 온갖 도박에 빠져 수십억원을 날렸다. 극심한 불안증세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2011년 초 한국마사회의 도박중독치유센터인 '유캔센터'를 찾았고, 3개월 만에 도박중독은 완치됐다. 김씨는 현재 종업원 10여명을 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간승리'의 예는 적어도 유캔센터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됐다. 마사회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3월 이곳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사행산업 중독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는 사행산업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중독예방 치유부담금을 대폭 늘렸다.

 


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은 이 부담금과 자체 도박중독치유센터 운영비를 이중부담하기 힘들다며 치유센터를 폐쇄·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중독성이 강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과 복권의 매출 증대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세수 확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박중독자는 늘고 치료시설은 줄고


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마사회는 2004년 설립해 매년 30억∼40억원을 들여 운영하던 유캔센터의 문을 지난해 3월 닫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희망길벗 경륜경정중독예방치유센터도 15개 지점 중 광명경륜장과 미사리경정장을 제외한 13개 센터를 폐쇄했다. 중독자들이 전화와 인터넷, 방문을 통한 상담이나 치유를 받을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사행산업 사업자에게 부과하던 중독예방 치유부담금을 지난해부터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는 매출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이 부담금을 매겼다. 2012년 사행사업자가 낸 부담금은 22억원가량이다.

 


지난해부터는 전년도 순매출의 0.35%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작년에 7개 사행산업 사업자가 낸 부담금은 175억원에 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2012년 4억5000만원이었던 부담금이 작년에는 46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었다. 공단은 15개 희망길벗센터에 인건비와 시설관리비를 제외하고 진료비와 중독예방 행사 등 순수 운영비로만 연간 7억원을 투입했다.

 


조희철 희망길벗센터장은 "예산이 한정돼 희망길벗센터 축소가 불가피했다"며 "남은 2개 센터에서 중독 예방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도 "그동안 병원과 양해각서를 맺어 연간 35억원을 들여 유캔센터를 운영해왔지만 45억6000만원의 부담금까지 지출할 수 없는 형편이라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행성·중독성 아랑곳하지 않는 복권위

 


기재부 복권위원회는 온라인·인쇄·전자 통합복권사업자로 나눔로또컨소시엄을 선정해 지난해 12월2일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복권(로또)은 2012년 매출이 2조8000여억원으로 전체 복권 매출액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에 인쇄·전자복권은 실적이 부진하다. 고민하던 복권위는 온라인·인쇄·전자복권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매출을 끌어올리고자 복권사업을 통합했다.

 


지난해 4월에 나온 복권위의 '차기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적정 수수료율 산정'에 관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온라인·인쇄·전자복권 전체를 완전히 통합하면 매출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3조원대인 복권산업 규모가 급증하면 사행성·중독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도 커지게 된다. 통합복권 사업체계가 중독성이 높고 불법 사행산업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큰 스포츠토토와 운영방식이 유사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자복권은 접근이 쉬운 온라인베팅 게임방식이어서 사행성·중독성이 높아 정부 복권사업으로 타당한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다른 복권사업과 통합운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복권위는 "실명인증제도와 예치금계좌제도 등으로 전자복권의 사행성·중독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명의도용이나 포인트상품·이벤트쿠폰을 이용한 고액 베팅이 전자복권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자복권은 판매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지만 복권사업통합으로 상품확대를 포함한 판촉활동이 강화되면 이용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전자복권의 단계적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전자복권 폐지를 주장하는 인터넷카페에는 "전자복권으로 1000만원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탕진하게 된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세종=박찬준·우상규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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