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제작 위더스필름)은 1일 오전 6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12월 19일 정식개봉 된 '변호인'은 개봉 3일차에 100만, 5일차에 200만, 7일차에 300만, 10일차에 400만을 돌파한 '변호인'은 정식 개봉 만 12일이 지나기도 전에 누적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31일 하루에 46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1일 신정 연휴에는 67만2685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635만9537명을 넘긴 상황이다.
'변호인'의 흥행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일 아침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개봉 2주차에도 여전히 수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 '변호인'을 향한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때문에 2014년 첫 1000만 영화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변호인'의 이 뜨거운 흥행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부림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우석이라는 인물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과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배경으로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단계에서부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변호인'이 세상으로 나올 때 이 영화를 향한 극과 극의 반응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개봉도 되기 전부터 영화에 대한 평점은 10점과 1점을 오갔다. 실존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 영화에 대한 색안경을 씌웠다. 주연배우 송강호가 급전이 필요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고 개봉도 되지 않은 영화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도 있었다. '변호인'은 그 자체로 '뜨거운 감자'였다.
'변호인' 측과 배우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기로 했다. 논란으로 시작돼 논란으로 끝맺음 되는 영화로 기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변호인'은 개봉 전 주연배우 송강호의 언론사 인터뷰만 진행한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전국 시사회를 개최하며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가까이서 만나려고 했다. 이후 500만 관객을 넘길 때 즈음 김영애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송강호는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 인물의 인생사를 연기한다는 것은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적인 미화가 목표였다면 이 영화는 제작될 필요도 없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 노무현'이 아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살아왔단 한 시대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송강호의 말처럼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한 인물의 미화와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면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이토록 뜨겁지 않았을 것이다. 인물의 인간미와 편향된 메시지만 강조했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봉 후 뚜껑을 열어 본 '변호인'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았던 세대를 향한 따스한 어루만짐이었다.
영화가 말하는 것은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부림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관객들이 공분을 느끼고, 마음 속 뜨거운 열정을 담았던 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상식'을 그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변호사 송우석이 핏발 선 눈으로 외치는 인권과 헌법은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상식이며, 사회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 본질적인 가치가 합법적이지만 비상식적으로 가려지고 무참히 짓밟히는 광경을 눈으로 보며 관객은 또 한 번 스스로 지켜내야 할 가치를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기계화,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라는 고리타분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작금의 시대는 때로 아주 당연한 가치가 도외시되고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래서 더욱 영화가 보여주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잊고 살았던 , 잊어도 되는 줄 알았던 '당연한 상식'을 말하는 이 투박한 영화가 600만 관객을 울렸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