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학부모 '등골브레이커'는 노스페이스 아냐
[서평] 자녀 교육에 등골 휘는 부모들 <에듀푸어>
오마이뉴스 2013.12.20 11:59l 최종 업데이트 2013.12.20 19:48l 정은균(jek1015)
<에듀푸어>는 자녀 교육에 등골 휘는 부모들의 자화상을 그린 책입니다. 추천사에 따르면, 교육의 목표나 기대치를 조금 낮추거나 돈으로 교육시킨다는 생각의 관점을 조금 바꿔 자녀 교육과 부모의 노후 대비를 이루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의 성공이 돈과만 관련되는 듯한 획일성이 눈에 걸리긴 합니다. 하지만 에듀푸어가 양산되는 현실과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소개하는 현장의 생생한 사례와 다양한 통계 자료들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과 미래, 무의미한 교육열에 빠진 우리 시대의 세태를 돌아보는 데 참조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이른바 '푸어' 전성기입니다. 하우스푸어는 이미 차고 넘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에듀푸어를 포함해 베이비푸어, 캠퍼스푸어, 스펙푸어, 워킹푸어, 리타이어(은퇴)푸어, 메디푸어, 실버푸어 등등 종류도 가지각색입니다. 1장 '빈곤의 악순환'은 그런 '푸어족'들의 전시장입니다. 이들 수많은 푸어족을 통해 빈곤이 악순환하는 구조와 시스템의 실상이 각종 사례, 통계 들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자들은 아기들이 탯줄 끊긴 자리에 돈줄을 붙이고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높은 육아 비용으로 고통 받는 베이비푸어 얘깁니다. 빚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웨딩푸어(허니문푸어)는 어떨까요. 2011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결혼 비용으로 남자는 8078만 원, 여자는 2936만 원을 쓴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최근 평균 결혼 비용이 2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인용합니다. '삼포세대'(경제적인 이유로 연애, 결혼을 넘어 출산까지 포기한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라는 말이 그저 나온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대비 못한 신빈곤층 리타이어푸어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하는 신빈곤층 리타이어푸어는 어떤가요. 이 말은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 처음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퇴직 전에는 이들도 당당한(?) 중산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과도한 교육 투자로 말미암아 빈곤층이 되어 빈곤한 은퇴기를 보내게 된 이들이지요. 이들 리타이어푸어를, 저자들은 하우스푸어, 워킹푸어와 함께 '3대 신빈곤층'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푸어족' 안에서의 비중이 크고 심각하다는 말이겠지요.
저자들에 의하면, 리타이어푸어는 대부분 베이비부머(1955~1963)들입니다. 이 책에 인용된 2011년 국민연금연구원 조사 결과는 이들의 어두운 미래를 잘 보여줍니다.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한 50대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0명 중 6명(59.7퍼센트)이 다른 사람의 경제적 도움 없이는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2010년, 60세 이상의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에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노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자녀 도움이, 우리나라는 30% 이상인 반면에 나머지 선진국들은 1%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들 국가의 퇴직자들이 갖는 주수입원은 60~80%가 연금이라고 하니, 우리와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이 책의 열쇳말인 '에듀푸어(Edu poor)'는 자녀 교육비에 월급의 반 이상을 쓰면서 빈곤해진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학자금 대출 상황 때문에 알바족이 되어야 하는 대학생, 자녀 교육비로 등골이 휘는 부모들이 주인공들입니다. 에듀푸어 이야기는 책의 2장, 3장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저자들의 핵심 논점은 두 가지입니다. 82만 가구, 305만여 명에 이르는 에듀푸어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 그러니 적절한 출구 전략을 통해 자녀와 부모 모두 '스마트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 들입니다.
우리나라 에듀푸어의 실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대전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책에 따르면 1970년대 말 아파트가 처음 들어설 때 분양을 받아 입주한 대치동 사람들을 '대치동 원주민족', 이후 대치동이 입시 교육 중심지로 뜬 후 그곳에 전세를 얻어 입성한 사람들을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라 부릅니다. '대전족'은 교육열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드러냅니다.
대영부동산 주인 임사공씨(50·가명)는 '통상 5월 중순부터 자녀 교육을 위해 집을 구하려는 전세 수요자들의 전화가 하루 수십 통씩 오곤 해요. 저희 고객은 70%가 애들 교육 때문에 다른 동네에서 이사를 오는 부부들이에요. 아예 신혼인 분들은 드물고요. 또 나이 드신 분들도 별로 없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89~90쪽)
자녀 교육에 다걸기(올인)하는, 기러기 아빠가 된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들의 자화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기러기 아빠는 5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들은 해마다 2만 명씩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날고 싶어도 날아서 아이들에게 갈 수 없는 '펭귄 아빠'에 비하면 행복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들은 기러기 가족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합니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와 다른 지역에 가족이 있는 가구는 245만 1000가구로 전체 가구(1773만 9000가구)의 14.1%에 달한다. 이중 결혼을 했지만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이른바 '기러기 가구'는 115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결혼 가구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10년 전인 200년 5.9%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99쪽)
저자들이 전하는 기러기 아빠들의 삶은 처참합니다. 이화여대 간호학과 차은정씨가 제출한 박사학위논문 <기러기 아빠의 건강 관련 삶의 질 예측 모형 구축>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홀로 생활하는 35~59세 기혼 남성 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의 76.8%가 영양 불균형 상태라고 합니다.
'매우 양호' 상태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조사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월수입 6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다는 사실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기러기 아빠들은 제대로 챙겨 먹지 못 먹고,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과음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상식'을 고려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게 에듀푸어니 대전족이니 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일어날까요. 대졸자와 고졸자, 수도권 명문대생과 '지잡대'생(지방대학 출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 남자와 여자 등이 취직·직장에서 극심하게 차별 대우를 받는 사회 구조나 분위기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학벌과 학력을 중시하고, '간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그릇된 문화(?)도 큰 이유입니다.
자녀 교육을 투자로 생각하는 부모들 의식이 문제
저자들은 자녀 교육을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는 부모들의 의식을 문제 삼습니다. 저자들이 정리한 문제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보상 심리와 현실과의 괴리감.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와, 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들의 부담감 사이의 문제입니다.
다음으로는 언제까지 '투자'를 해야 하느냐 하는 시한의 문제. 저자들은 대학을 넘어 결혼 후에까지 부모에게 기대려는 '캥거루족'이 허다하다고 지적합니다. 시한을 정하기 어려워서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말이겠지요.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는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법'에 잘 나와 있습니다. 먼저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방법. 이른바 '알파맘'에서 '베타맘'으로의 변신입니다. 전자는 교육을 투자로 생각하면서 자녀의 매니저 역할까지도 자처하는 교육 방식입니다. 후자는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조력자 역할만 하는 교육 방식을 말합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 바꾸기. 공교육을 바탕으로, 가정에서 학원에 돈을 대 주는 사교육을 벗어나 가정이 주체가 되는 교육(홈스쿨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기업의 회식 문화를 바꾸고, 가정이 주체가 돼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자녀를 가르치는 가정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과도한 경쟁과 획일적인 선발 방식, 계량적 평가 등을 통한 차별화·선별화·우열화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교육당국의 정책 기조나 교육제도 등도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온존한 상태에서, 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고,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이 과연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교육 빈곤층 300만 시대에, 개인의 의식이든 시스템이든 무언가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그 전에 모든 교육 주체가 한 자리에 모여 사회적 대타협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교육당국은 '엉뚱한 짓'만 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니 난데없는 시간선택제 교원제도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교육정책으로 교육계에 갈등과 분열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가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 교육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덧붙이는 글 | <에듀푸어> (임진국·추정남 외 지음 | 북오션 | 2013. 12. 16 | 264쪽 | 14,000원)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