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모기지로 집 사는 게 전세보다 유리?
선대인 (batt****)
정부가 8.28 전월세 안정화 대책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연 1~2%대의 초저금리 장기 모기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초저금리 대출을 실시해 집을 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구입하면 전세나 월세에 사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아래 기사 같은 경우다.
[8·28 전월세 대책] 전세살던 李대리, 모기지로 집사면 주거비 年 616만원→447만원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30828171304249
해당 기사에서 한국경제신문은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를 이용할 경우와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의 연간 주거비용을 예를 들어 계산해 비교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800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A씨가 시세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를 이용해 구입할 경우와 해당 주택에 1억7000만원의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 및 월 70만원(보증금 3000만원)의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 각각의 주거 비용을 비교했다. A씨가 해당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1억7000만원을 대출 받아야 하며 전세로 입주하기 위해서는 9000만원을 빌려야 한다.
만약 A씨가 9000만원을 빌려 전세로 들어간다면 자기 자금 8000만원에 대한 은행 이자(연2.64% 가정)와 전세 대출금 9000만원(연 4.5%가정)의 이자 등을 감안할 때 연 주거비용은 616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A씨가 집값의 70%인 1억7500만원을 연 1.5%의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빌려 집을 구입하면 연간 주거비용은(자기자본 7500만원의 은행 이자와 대출이자의 합계) 447만원이 된다.
결국 A씨는 전세로 사는 것보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사는 게 연간 169만원 정도 이득이다. 또한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공유형 모기지보다는 연 주거비용이 커져 662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월세 주거비용은 787만원이기 때문에 월세보다 유리하다.
이와 같이 이 신문은 A씨의 예를 들어 전세를 사는 것보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구입할 경우 연간 169만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계산했다. 또한 손익공유형은 전세보다는 불리하지만 월세보다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자기 자금 8000만원을 가지고 있는 A씨가 9000만원의 전세대출을 얻어 1억7000만원짜리 전세에 거주하려는 것이 적절한 예시인지 의문이다. 물론 임대주택을 구할 때 직장과의 거리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8000만원을 가지고 있는 A씨가 자기 자금보다 많은 9000만원을 은행으로부터 빌려 매년 대출 이자를 405만원씩 내면서 굳이 아파트에 거주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A씨 입장에서는 많은 빚을 빌려 비싼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대신 대출금액을 낮춰 좀 더 저렴한 다세대나 연립주택의 전세를 구해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주택의 가격 산정이 아파트에 비해 다소 어려운 다세대나 연립주택 및 단독주택 등은 정부가 시행하는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즉, 돈이 많지 않아 다세대나 연립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금리가 낮아진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만약 A씨가 해당 아파트에 꼭 거주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과연 기사의 내용처럼 낮은 금리의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결론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해당 기사에서는 주택시장의 상황과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빼놓고 비교했기 때문이다.
첫째, 현재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수요자들이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즉, 집값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구입하지 않거나 전세 등 임대주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서 전세와 비교한 대출 상품은 집값 하락을 집주인이 떠안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이다. 한국경제신문은 A씨가 전세로 사는 것보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을 사는 게 연간 169만원 정도(20년 동안 총 3380만원) 이익이라고 계산했다.
그렇다면 향후 집값이 계속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말한 20년간 이익 3380만원은 집값인 2억5000만원의 13.5% 수준이다. 만약 20년 동안 집값이 13.5% 하락한다면 전세대신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한 이익은 0원이 된다.
또한 집값이 13.5%보다 더 하락한다면 집을 구입한 것이 손해가 된다. 참고로 2013년 6월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2008년 고점 대비 -13.4% 하락했다. 만약 A씨가 5년 전에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전세에 비해 얻는 이익은 이미 제로가 됐으며 앞으로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A씨가 져야 한다.
또한 위 계산에서는 집을 구입한 후 매년 내야 하는 재산세 및 20년 동안 아파트를 유지 보수해야 하는 비용 등이 빠져 있다.(생애최초주택 구입자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한 경우 취득세는 면제됨) 그리고 주택을 구입한 A씨가 직장인이 아닌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라면 주택 구입으로 인해 늘어나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 등도 계산하지 않았다. 따라서 20년 동안 10%만 집값이 하락해도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해당 비교에서는 대출의 이자부분만 언급했고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부분은 다루지 않았다. 대출 금액인 1억7500만원을 1.5% 금리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빌리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이자와 원금은 총 84만4454원이 된다. 즉, 매년 1013만원 정도를 20년 동안 갚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대출 금리가 싸다고 해도 A씨는 과도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생활 수준을 희생해야 하거나 경우에 따라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A씨가 집값하락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는 손익공유형 모기지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로 사는 비용인 616만원보다 높은 662만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신문은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이 월세 주거비용보다 낮고 집값이 떨어져도 손실을 정부와 함께 나누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월세에 거주하는 사람은 전세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돈이 많이 있다면 비싼 월세에 거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애 최초 내집 마련 모기지 상품을 월세에 거주하는 비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다수 월세 세입자들은 주택 유효수요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자금이 충분하고 일부 자금을 대출 받아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하는 주택수요자들에게 낮은 금리의 장기 모기지 대출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기사에 나온 것처럼 아무리 금리가 낮다고 한들 무리한 금액을 대출 받아 지금 아파트를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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